MBC가 취재대상자로부터 고가의 저녁 접대와 선물 등을 받은 <신강균의 뉴스서비스 사실은>과 관련해 프로그램은 계속 존속시키기로 했다. MBC노조 위원장은 내부 자성촉구와 시청자들에 대한 사과의미에서 단식에 들어갔다.
***MBC “<…사실은> 다시 태어나도록 노력”**
이긍희 MBC 사장은 10일 오전 열린 임원회의에서 “<…사실은>은 한국 방송사에 한 획을 그은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으로써 언론계와 사회에 공헌한 바가 크다”며 “따라서 불미스러운 일이 있었지만 프로그램의 폐지는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밝힌 것으로 알려졌다.
MBC는 조만간 해당 제작진과 편성 관계자들로부터 <…사실은>의 사후 대책방안을 보고받은 뒤 내용과 형식, 프로그램 제목 등을 변경해 새로운 미디어비평 프로그램을 만든다는 계획이다.
<…사실은>은 지난 8일 새해 첫 방송을 할 예정이었으나 이에 앞서 7일자 한겨레신문에 해당 프로그램의 이상호 기자가 지난 12월 28일 올린 양심고백의 글이 보도되면서 프로그램 방영을 전면중단한 상태다. 그동안 프로그램의 진행을 맡아온 신강균 차장과 강성주 보도국장은 이번 사태의 책임을 지고 7일 보직사퇴한 상태다.
***MBC노조 위원장 “프로그램 지지해온 노조도 책임감”**
한편 최승호 전국언론노조 MBC본부 위원장은 이번 사태와 관련해 주말 저녁 긴급 집행부 회의를 소집, 논의를 벌인 끝에 내부 자성 촉구와 시청자에 대한 참회의 의미로 무기한 단식농성에 들어가기로 결정했다. 최 위원장은 현재 10일 오전부터 노조 사무실에서 1인 참회단식에 들어간 상태다.
MBC본부 한 관계자는 “<…사실은>은 출발 초기부터 노조가 언론개혁과 사회개혁의 차원에서 전폭적으로 지지해온 프로그램으로서, 이번 사태는 노조 또한 성명서 한 장을 내고 그칠 것이 아니라 일말의 책임을 져야할 사안이라고 판단했다”며 “이번 단식을 통해 내부 구성원들에게는 사회 비판의 주체로서 보다 높은 윤리기준을 체화하고 실천하도록 촉구하겠으며, 시청자들에게는 뼈아프게 자성하는 모습을 보여주도록 하겠다”고 설명했다.
최 위원장은 단식에 들어가면서 “MBC 내부의 언론윤리를 확립하고 감시해야 할 노조의 대표로서 저 자신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단식에 임하겠다”며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칠 수 있는 제도적 대안들을 전체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실현하겠으며,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밝혔다.
다음은 최 위원장이 참회단식에 들어가며 발표한 성명서의 전문이다.
***<시청자 여러분께 사죄드립니다>**
문화방송에 무한한 애정을 보내주신 시청자 여러분, 죄송합니다. 엎드려 사과드립니다.
국민 여러분이 문화방송을 국영도 아니고 민영도 아닌 현재의 모습으로 만드신 것은 정치권력과 자본의 영향으로부터 자유로운 언론이 되라는 말씀이셨습니다. 그래서 모든 굴레에서 벗어나 이 땅의 부정과 불의를 기탄없이 비판하라는 요구였습니다. 그러기 위해서는 먼저 문화방송의 언론인들이 비판의 주체로서 그 어느 언론인들보다 더 높은 윤리기준을 체화하고 실천할 것을 기대하셨습니다.
부패한 기득권세력을 비판하고 사회를 정화시킬 맑은 물이었어야 했을 문화방송의 구성원들이 방송을 통해 고발한 업체 대표와 술자리를 갖고 고가의 선물까지 받았다는 사실이 시청자 여러분께 드렸을 충격과 실망이 얼마나 큰 것인지 저희들은 뼈저리게 느끼고 있습니다.
비록 이 사건이 당사자의 진실한 고백으로 알려진 것이라 하더라도 시청자 여러분의 질책을 덜 수 있는 것이 아니라는 점을 저희는 가슴 깊이 인식하고 있습니다.
이번 사건은 그동안 어느 언론보다 소리 높여 혈연, 지연, 학연으로 뒤엉켜 한국 사회를 지배해온 기득권세력을 비판했던 우리 스스로가 과연 그들과 다른 모습이었나를 아프고, 또 아프게 자성하는 계기가 되고 있습니다. 저는 시청자 여러분께 진심으로 참회하고, 스스로의 모습을 돌아보기 위해 오늘부터 단식을 하기로 했습니다.
존경하는 시청자 여러분, 일부 언론은 지금 문화방송의 ‘사실은’ 제작진의 부적절한 처신을 비판하면서 매체비평이 주요 임무인 이 프로그램을 사실상 폐지할 것을 요구하고 있습니다. 그러나 일부 제작진이 언론인으로서 부적절한 처신을 했다고 해서 언론 상호간의 비판이라는 대의조차 버릴 수는 없는 일이라고 저는 간곡히 말씀드립니다.
수년 전 MBC가 매체비평 프로그램을 만들기로 결정하는 과정에서 MBC 안에서도 많은 우려가 있었습니다. 그러나 문화방송의 구성원들이 그 같은 우려를 뒤로 하고 결국 언론 상호간 비판이라는 새로운 언론 역할을 자임하기로 한 것은 ‘언론이야말로 한국 사회의 마지막 성역이며 이를 깨지 않는다면 새로운 발전은 어려울 것’이라는 자각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그 길을 가는 과정에서 MBC가 오히려 언론의 비판 대상이 된다면 이를 수용하고 극복함으로써 더욱 깨끗하고 신뢰받는 MBC가 될 수 있을 것이라는 믿음이 있었기 때문이었습니다.
문화방송 내부의 언론윤리를 확립하고 감시해야 할 노동조합의 대표로서 저 자신 석고대죄하는 마음으로 단식에 임하겠습니다. 구성원들의 윤리의식을 고취하고 잘못된 관행을 고칠 수 있는 제도적 대안들을 전체 구성원들의 뜻을 모아 실현하겠습니다. 그 과정을 통해 시청자 여러분의 신뢰를 조금이나마 되찾을 수 있도록 노력하겠습니다. 다시 한 번 깊이 사죄드립니다.
2005년 1월 10일, 전국언론노조 문화방송본부 위원장 최승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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