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이 3일 '사퇴의 변'을 통해 "강경투쟁은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차질을 부른다"며 강경파에 대해 직격탄을 날렸다.
***이부영 "강경파, 과격 상업주의에 젖어있어" **
이 의장은 이날 영등포 당사에서 열린 시무식에서 행한 마지막 인사말을 통해 "중장기적 관점에서 당의 소임과 역할을 고민하지 않고 그때그때 투쟁만 함으로써 개별적 집단적 이해관계에 집착하는 지난날의 투쟁방식을 집권여당이 털어버리지 못하고 있는 데 대해 깊이 반성해야 한다"며 당내 강경파들을 정조준했다.
이 의장은 강경파들을 "전략, 전술적 관점보다는 그때그때 자기 자신을 드러나고자 하는 과격 커머셜리즘(상업주의) 같은 타성에 젖어있다"고 비난하기도 했다.
이 의장은 "나는 물러나지만 4월 전당대회에선 훨씬 역량 있고 시대적 임무를 담아낼 인물이 선출되길 바란다"면서도 "집권여당이 한꺼번에 모든 것을 다 해내기 위해서는 대야 타협이 필요한 시점인데 강경투쟁은 오히려 불안감을 조성하고 대통령의 국정 운영에도 차질을 부른다"고 말해 강경파를 적극 견제했다.
이에 앞서 정장선 의장 비서실장도 "지난 국회의 파행은 대화와 타협이 전제되지 못했고 여야의 강경 노선이 만든 것인데 오히려 그들이 대화와 타협을 주창한 분들을 떠나라고 나오니 지도부는 이를 방치해선 안 되겠다는 생각에 사퇴 결심을 하신 것 같다"며 당내 강경파에 대한 불만을 드러냈다.
***"듣기싫은 얘기라도 새겨들으라" **
강경파를 노골적으로 견제하고 한나라당과의 '타협과 대화'를 강조한 이같은 이 의장 발언에 대해 강경파는 강력반발하는 분위기다.
이 의장이 인사말을 하는 도중에 당원으로 추정되는 한 남성은 "그 더러운 입 다물라"며 이 의장을 향해 달려들었다. 이에 당직자 서너 명이 몸싸움 끝에 이 남자를 회의장 밖으로 끌어내는 동안 이 의장이 말을 멈춘 회의장에는 냉기만 감돌았다.
이에 이 의장은 "듣기 싫은 얘기하더라도 잘 새겨들어 달라"며 다시 입을 뗐고, "조금 아까처럼 의장의 당 운영에 근본적인 의문 제기가 있을 수도 있지만, 집권여당으로 비타협적으로 우리를 괴롭히는 한나라당을 설득해 국정운영의 동반자로 함께 가도록 하는 지혜와 경륜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처럼 이 의장이 강경파들과의 선을 확실히 그은데 비해, 천정배 전원내대표는 직접적 언급을 삼가는 모습이었다.
마이크를 넘겨받은 천 의원은 "개혁입법을 성공적으로 처리치 못한 데 죄송함을 느낀다"면서 "원내에 대한 결과는 내가 책임지면 될 것 같았고 이 의장이 당을 끝까지 책임져 주길 바라며 사퇴를 끝끝내 만류했지만 사퇴 결정을 내리셔서 아쉽게 생각한다"고 말했다.
***천정배, 박근혜 비판-김덕룡 칭찬**
천 의원은 다만 이어가진 기자간담회에서 "우리 정치가 대화와 합리적 타협의 정치로 나아가는 게 중요하고 국민들을 안심시킬 수 있는 정치가 돼야 한다"면서 "그것이 한두가지 법안처리보다 중요한 개혁과제인데 8개월간 그런 것을 달성 못해 아쉽다"고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당내에서 여러가지 생각이 달랐지만 그것 때문에 원내전략이 끌려 다닌 적은 단연코 없었다"고 말했다.
천 의원은 한편 '여야 4인회담' 등을 통해 협상테이블에 마주앉았던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에 대해 상반된 평가를 해 눈길을 끌었다.
천 의원은 박 대표에 대해 "저하고는 어떻게 해 볼 수 없는 간극이 있었다는 게 솔직한 심정"이라며 "그것 때문에 개혁법안을 처리 못한 것으로 귀결된 것이 아니냐"고 여전한 불만을 표했다.
천 의원은 그러나 김덕룡 대표에 대해선 "좋으신 분이고 좋은 선배로 이야기가 잘 통했다"며 "노출이 안 된 가운데에도 자주 만나서 긴밀하게 대화를 잘 했다"고 호평했다. 그는 "김 대표와 나 사이에선 적어도 오해나 상대방에 대한 인식 부족으로 빚어진 일은 없었다"고 덧붙였다.
지난해 말 개혁법안 직권상정 여부로 신경전을 빚었던 김원기 의장에 대해서도 "'노무현 대통령의 정치적 스승'이라는 칭호를 저래서 얻는구나 하는 걸 느꼈다"며 "생각이 다른 분들은 서운하겠지만 김 의장이 매우 잘 했다고 생각한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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