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갑식 조선일보 기자가 조선닷컴 기자블로그에 KBS 여성 아나운서를 비하하는 글을 게재했던 것과 관련, KBS아나운서협회가 문 기사를 상대로 형사고소장을 제출하기로 하는 등 법적 대응이 본격화하기 시작했다.
***KBS 여성 아나운서들, 이번 주중 형사고소 예정**
KBS 아나운서협회는 20일 관련 회의를 열어 이번 주중 문 기자를 상대로 형사고소장을 제출하기로 결정했다.
KBS 아나운서실 한 관계자는 21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모욕죄는 친고죄에 해당하기 때문에 아나운서협회 차원이 아닌 지영서 KBS 한국어팀장과 오유경 아나운서(KBS노조 여성 중앙위원), 당사자인 김윤지 아나운서 등을 대표로 고소장을 접수할 계획"이라며 "관련 소제기는 현재 회사 법무팀의 조언을 받아 준비중에 있다"고 밝혔다.
KBS 아나운서협회의 이같은 결정은 회의결과 문 기자가 게재한 사과문이 '사과'가 아닌 '변명'에 불과하다는 판단에 도달한 결과로 알려지고 있다.
***PD연합회·KBS PD협회 "문 기자 자질 의문"**
현업단체들의 비판성명도 잇따르고 있다.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PD연합회, 회장 정호식)는 20일 오후 발표한 '문갑식 기자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한다'라는 제목의 성명서를 통해 "문 기자는 자신의 블로그 글에서 '신문시장이 망하게 된 이유'를 쓰면서 그 이유의 하나로 현 정권과 그 주변의 시민단체, 방송 등의 신문 폄훼를 들고 있지만 가장 큰 원인은 간과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조중동'이 퇴보하는 이유는 이들 신문이 이 땅 언론에 주어진 사명감을 외면하고, 또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적절히 읽어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라고 비판했다.
PD연합회는 이어 "더욱 가관인 것은 문 기자의 애초 글에 들어있던 'TV에 개나 소나 등장해(인생의 쓴 맛 한번 본적 없이 멍청한 눈빛에 얼굴에 화장이나 진하게 한 유흥업소 접대부 같은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하는 국영방송의 한 심야 프로그램을 보며) 씹어대는'이라는 부분"이라며 "대체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면서 접대부를 떠올리는 문 기자의 발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라고 반문했다.
PD연합회는 "만약 이런 분위기가 조선일보의 일반적 분위기라면 우리는 조선일보의 암울한 미래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며 "문 기자는 남의 탓을 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선일보부터 돌아보는 것이 바로 신문시장을 살리는 첫 걸음일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에 앞서 KBS PD협회도 지난 18일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의 글에 우려를 표하며'라는 제목의 논평을 통해 "자칭 대한민국의 일등신문이라는 곳에서 16년 이상을 일했다는 기자가 '신문의 위기'를 이야기하며 원인이랍시고 내놓은 것들이 오로지 현 정권과 시민단체, 타언론에 대한 악의적이고 근거없는 비방으로 가득 채워져 있는 것을 보며 분노를 넘어 애처로움이 느껴지기도 했다"며 "비록 사과를 표명하고 블로그에 올린 글을 수정했다 하더라도 공인이자 언론인으로서의 문기자 입장이나 시각은 그가 맡고 있는 지면을 통해 계속 표현될 것이고 독자들에게 영향을 줄 것이기 때문에 우리는 그가 보인 왜곡된 시각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고 비판했었다.
다음은 PD연합회의 성명서 전문이다.
***문갑식 기자의 자질에 의문을 제기한다
- 조선일보의 암울한 미래를 우려하며**
이른바 우리나라의 일류신문이라고 자처하는 언론사의 한 중견기자의 놀라운 글 솜씨에 우리는 경악을 금치 않을 수 없다.
조선일보 문갑식 기자, 그는 자신의 블로그에서 "신문시장이 망하게 된 이유"라는 글을 통해 신문시장의 퇴행을 분석하면서 그 이유의 하나로 현 정권과 그 주변의 시민단체(그의 표현대로라면 '시민단체로 가장한 어용단체'), 방송 등의 신문 폄훼를 들고 있다.
그러나 문 기자는 조중동이 퇴보하는 가장 큰 원인을 간과하고 있다. 조중동이 퇴보하는 이유는 문 기자가 지목하는 그런 이유보다는 그동안 이들 신문이 이 땅의 언론에 주어진 사명감을 외면하고, 또 변화하는 시대정신을 적절히 읽어 내지 못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반시대적 논조에 실망한 독자들이 이들 신문에게서 하나 둘 멀어져 가고 있는 것이 조중동 퇴조의 가장 큰 원인이라는 것을 알아야 할 것이다.
더욱 가관인 것은 문 기자의 표현 방식이다. 그의 애초의 글에 "TV에 개나 소나 등장해(…인생의 쓴 맛 한번 본적 없이 멍청한 눈빛에 얼굴에 화장이나 진하게 한 유흥업소 접대부 같은 여성 아나운서가 등장하는 국영방송의 한 심야 프로그램을 보며…) 씹어대는"라는 내용이 있었다. 우리는 이 글을 접하고서는 도저히 16년 가까운 경력을 갖고 있는 중견기자가 쓴 글이라고 보기에 믿기 어려울 지경이다.
물론 비판의 대상에는 성역이 없어야 한다. 우리는 언론 역시 언론의 비판과 감시의 대상임을 분명히 밝혀왔었다. 그러나 문제가 된 글은 언론에 대한 비판과 분석과는 거리가 먼 일종의 저급한 인신공격에 불과하다. 프로그램을 비판하고 싶었다면 정당한 논리와 근거로 비판해야한다.
그러나 그는 '멍청한 눈빛에 얼굴에 화장이나 진하게....' 운운하며 프로그램의 여성 진행자를 매도하는 몰상식한 방법을 쓰고 있는 것이다. 대체 방송의 시사프로그램을 보면서 술집 접대부를 연상하는 문 기자의 발상은 어디서 비롯된 것인가? 만약, 이런 분위기가 조선일보의 일반적 분위기라면 우리는 조선일보의 암울한 미래를 어렵지 않게 짐작할 수 있다.
문 기자는 남의 탓을 하기 이전에 먼저 자신과 자신이 속한 조선일보부터 돌아보라. 이것이 바로 신문시장을 살리는 첫 걸음일 것이다.
2004년 12월 20일,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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