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0일 열린우리당이 4자 대표회담을 제안한데 대해 "열린우리당의 의원총회 결정을 보고 확답하겠다"고 밝히며 입장을 유보했다.
***"천 대표가 전권을 위임받아야 한다"**
전여옥 대변인은 20일 오전 두 시간여동안 진행된 상임운영위회의 직후 브리핑에서 열린우리당의 4자회담 제의에 대해 "중요한 것은 천정배 원내대표가 지도부로서 전권을 행사할 수 있는가 여부"라며 "지도부보다 열린우리당 전체의 뜻이 더 중요한 만큼, 열린우리당의 의원총회 결과를 보고 결정할 것"이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이때까지 천 대표와 김덕룡 원내대표가 자주 접촉을 했는데, 제대로 된 성과도 없었고, 천 대표의 약속이 의총에서 뒤집힌 경우도 있다"라고 여당 지도부에 대한 불신을 표시하고, "천 대표는 유연하게 하려는 것 같은데, (당내 강경파 때문에) 어려움을 토로하는 것 같다"라고 밝혔다.
전 대변인은 여당의 4자회담 제의에 대해 "우리가 한 제안에 계속 침묵할 수만은 없어 한 제안 같다"라고 해석하며 "우리에게 다시 공을 넘기려 하는데 우리는 공을 넘겼기 때문에 기다릴 것"이라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은 이날 오전, 의원총회를 계속 진행하며 한나라당의 '4대입법 합의처리 제안'의 수용여부를 논의하고 있지만 당내에는 "4대법의 연내 강행처리" 기류가 완연해 한나라당의 제안이 쉽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으로 보여 협상 타결 가능성은 불투명한 상황이다.
***박근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
박근혜 대표는 회의에서 "4대법안은 시급한 민생 사안이 아니기 때문에 올해 안에 하지 않으면 안된다는 명분이 없다"라며 "자신감을 갖고 4대법안에 대해 끝까지 나아가자"라고 연내처리 저지 결의를 당직자들에게 촉구했다.
박 대표는 "합의처리만 해주겠다고 하면 얼마든지 긍정적으로 접근하겠다"라며 "힘없는 야당으로 최선의 방안을 내놨으니 인내심을 가지고 기다리겠다"라며 "열린우리당도 합의처리하는 것이 힘이 될 것"이라고 제안 수용을 거듭 촉구했다.
박 대표는 "여당에서 연내 강행처리를 한다면 소수당으로서 선택의 여지가 없는 상황"이라며 "임시국회도 여당 단독으로 진행하고 있는데, 상당히 심각한 상황"이라고 국회 공전 장기화를 예고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열린우리당은 이 시간까지 한나라당의 제안에 대해 아무런 공식적인 입장을 발표하지 않고 있다"라며 "안보, 언론, 교육, 역사 등 국가 명운에 직결된 중대 사안은 일방처리해선 안된다. 이 정권이 그 길로(일방처리) 간다면 섶을 지고 불속에 뛰어드는 것과 같은 대재앙이 올 것"이라고 경고했다.
임시국회에서 처리해야 할 새해예산안과 이라크파병연장동의안에 대해서도 한나라당은 열린우리당에 '야당과의 협조'를 촉구했다.
박 대표는 새해 예산안에 대해 "한나라당은 당초 7조5천억에서 3조3천억 삭감하기로 1백번 양보했다"며 한나라당의 제안 수용할 것을 촉구했다.
파병연장동의안에 대해서 김 원내대표는 "노무현 대통령은 아르빌에 방문해 눈물을 흘리며 파병을 연장하겠다고 하면서 여당은 권고적 찬성 당론을 결정하는 이중적 태도를 보였다"라며 "이것이 국정 운영을 책임지는 여당일 수 있는가"라고 비판했다. 그는 "야당에 협조는 고사하고 일방 처리하겠다고 나서고 있다"라며 "책임있는 태도로 처리해 주길 촉구한다"라고 말했다.
***박근혜 "뉴딜법, 위헌적"**
한편, 열린우리당이 20일, 각 상임위에서 단독으로라도 처리하겠다고 공언한 뉴딜3법(기금관리기본법, 민간투자법, 국민연금법)에 대해 박 대표는 "위헌적 법안"이라며 강하게 비판했다.
박 대표는 "여당은 뉴딜법을 민생법안이라고 하는데, 그 속을 들여다보면 민생을 살리는 법안이 아니라 국민의 마지막 재산인 연금과 외환보유고를 정부가 마음대로 사용하겠다는 것이 핵심내용"이라며 "국민의 소중한 재산을 사용하기 위해선 야당으로선 당연히 전문성과 독립성을 가지고 안정적으로 운영하라고 주장하는 것인데, 이마저도 거부당하고 있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기금관리기본법에 대해 "정부가 연기금을 주식에 투자한다고 의결권마저 행사하게 되면 기업들이 정부 눈치를 보지 않을 수 없는 '연기금사회주의'로 간다"라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민간투자법에 대해선 "수익성이 나지 않는 사업에 정부가 매년 국민 혈세를 부담한다는 것"이라고 규정하고 "국가가 부담을 져야 할 사업에 대해 국회의 심의, 통제, 의결을 무시하고 국민 돈을 마음대로 쓰겠다는 위헌적인 법"이라고 비난했다.
국민연금법에 대해서도 박 대표는 "독립적으로 운영돼야 할 기금운용위원회의 인사권은 대통령이, 의결권은 복지부장관이 갖게 된다"라며 "단독으로 처리해선 안된다"라고 주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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