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어록이 대중들에게 선사한 '카타르시스'덕에 단박에 스타정치인이 된 민주노동당 노회찬 의원.
한번 대중의 검증을 받은 그 입담, 좀 더 화끈하게 풀어보자며 정운영 중앙일보 논설위원이 인터뷰어로 나서, 노 의원의 간단치 않았던 개인사와 현 한국사회 진단, 진보정치관 등이 한 책의 책으로 엮여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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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시대 진보의 파수꾼 노회찬'(랜덤하우스중앙)은 출판사측이 '사람과 사람'이란 이름으로 기획한 인물 인터뷰 시리즈의 첫번째 책.
***"20년동안 노동기사를 스크랩하며 지지해주신 어머니"**
노 의원은 이 책에서 "제가 노동현장에 뛰어들어도 원망하지 않고 지지를 보내주신 어머니가 1984년부터 2004년까지 20년동안 노동관련 기사를 스크랩해온 사실을 최근에야 알았다. 아들이 하는 일을 마음으로나마 같이하기 위해 그러셨던 것 같다"며 "수배생활 탓에 환갑잔치에도 참석 못했는데, 지금 어머니 건강은 동네 마실도 어려운 상태라 개울가에 어미를 묻고 비만 오면 울었다는 청개구리 심정"이라고 '운동권 아들'을 둔 덕에 평생 마음고생이 적지 않았던 노모에 대한 죄송스런 감회를 털어놓기도 했다.
노 의원은 '결혼성공 노하우'로 "상대방을 어떤 이유로도 침해될 수 없는 '절대인격'으로 인정하라. 그리고 무엇보다 중요한 것은 사랑은 마주보는 것이 아니라 같은 곳을 함께 보는 것이라는 철학"이라고 말하기도 했다.그는 "존중과 신뢰 없는 애정은 아이스크림"이라는 특유의 비유도 잊지 않았다. 달콤하긴 하지만 그 형태를 오래 유지할 수 없기 때문이라는 이유에서다.
노 의원은 또 "여태껏 살아오면서 변하지 않는 것은 인간해방, 노동해방이라는 목표이고, 변한 것은 방법"이라며 "실현시키는 방법은 현실에 다가설수록, 구체화될수록 변한다. 계속 학습하는 이유도 이 변화를 올바르게 끌어내기 위함"이라고 자신의 '정치관'을 밝힌 뒤, '정치의 매력'으로는 '권력의지 실현'을 꼽았다.
노 의원은 "이상을 실현하고 세상을 바꾸는 가장 강력한 길은 역시 권력"이라며 "따라서 사상과 철학에 조응하는 권력 획득 방식에 대한 연구와 분석도 중요하다. 정치란 곧 권력 획득을 위한 실전의 장"이라고 덧붙였다.
***"현 민노당 시스템은 1만당원 시절에 적합한 것"**
전 사무총장으로서 각종 선거를 진두지휘하고 살림을 꾸렸던 '야전사령관'으로서 민주노동당에 대한 고민과 전망도 잊지 않았다.
그는 "지금 민주노동당 시스템은 1만당원 정도에 적합한 것이고 10만 당원을 바라본다면 시스템을 바꿔야 한다"며 "그 방향은 더 많은 당원이 쉽고 가깝게 당을 느끼고 참여할 수 있도록 서민들의 일상사에 당이 존재할 수 있도록 하는 것"이라고 밝혔다.
정 논설위원이 '민노당이 운동권에서 멀어질수록 성공할 것'이라고 했던 말의 의미를 묻자, 그는 "한국 운동권은 오랜 간난신고 속에 자신의 이념을 실현시킬 적극적인 전략, 대중과 함께할 유연한 전술, 철저한 실사구시적 대응보다는 방어적이고 수동적인 신념 지키기에 머무르는 폐단이 더 컸다는 의미"라고 설명하기도 했다. 노 의원은 "운동이 조직화되고 체계화될수록 관료주의는 불가피한 문제"라며 "해법은 끊임없는 자기 정화를 통한 교정노력, 그리고 당내 민주주의 확대와 당원 참여 활성화를 통한 건강함 유지밖에 없다"고 말했다.
책 중간중간에는 "진정한 좌파의 품위를 보여달라"는 소설가 공지영의 고언, "운동권 출신답지 않은 부드러움이 있었다"는 국회의원 홍준표의 품평, 노의원을 포함한 1973년 경기고 1학년3반 악동들의 풍경을 전하는 정광필 이우학교 교장의 회상등 맛깔스러운 작은이야기들과, "참 삶은 염색도 탈색도 아닌 원색"이라며 어머니인 원태순 여사가 91년 감옥에 있는 아들에게 보낸 편지, "노회찬 의원의 사모님이 아니라 꼭 내 이름을 불러달라"는 부인 김지선씨 인터뷰같이 '도저히 작을 수 없는 이야기'들도 함께 해 이 책을 빛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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