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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사토론, 엄숙주의 벗어나야 시청자 볼 것"

토론진행자, 패널, 제작자들 '시사토론을 토론하다'

17일 국회에서 '시사토론을 토론하다'란 제목의 이색적인 토론회가 열렸다. KBS 아나운서 출신 한나라당 비례대표 박찬숙 의원이 주최한 이 토론회에는 방송사 토론 프로그램 진행자와 제작자들이 패널로 참석, 방송 시사토론에 대한 현장감 있는 토론을 벌였다.

***"토론후 결론을 꼭 내야 한다는 '성과주의'도 문제" **

방송토론 진행자 경험이 있는 토론자들은 모두 '지나친 엄숙주의'와 '성과주의'를 시사토론의 문제점으로 꼽으며, "특정 세대, 계층만 호응하는 현재 토론프로그램으로는 '공론장 형성'이라는 방송 토론의 사회적 역할을 수행할 수 없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KBS '100인토론 어떻게 생각하십니까'의 진행을 맡았던 김주환 연세대 교수는 발제를 통해 "민주주의는 비공식적이고도 비목적적인 자발적 대화를 통해 시작하고 술자리에서의 잡담이나 명절에 모인 가족들 간의 격식 없는 정치적 대화야말로 공론장의 본질"이라며 "공론장의 역할을 해야 할 토론프로가 장르적 관습에 묶여 지나치게 형식화 되고 있다"고 우려했다.

김 교수는 "토론프로가 '열린 토론의 장'이라는 사회적 역할에 충실하기 위해서는 보다 유연한 포맷을 통해 새로운 가능성 모색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KBS '생방송 심야토론' 진행자였던 신율 명지대 교수도 "한 권력의 지배보다는 권력과 권력사이, 집단과 집단 사이에 조정이 필요한 시점에서 시청자들은 토론프로에 결론을 요구하는 경우가 많고 제작자들에게도 일정부분 결론 도출에 대한 강박이 존재한다"며 토론프로의 '성과주의'를 경계했다.

신 교수는 또 "심야토론을 진행하고 나서 나를 알아보는 사람들은 대충 연세가 60이 넘은 어른들 뿐이더라"며 "토론이 사회 조정 역할을 감당하려면 모든 세대에게 흡입력이 있어야 하는데 토론프로를 계도의 장으로 인식하고 결론을 내야 한다는 강박이 존재하는 한 '칼라바'(정규방송 외 색조조절을 위한 화면)보다 조금 높다는 시청률에서 벗어나기 어려울 것"이라고 주장했다.

이에 정치 입문전 MBC '백분토론'의 사회를 맡았던 열린우리당 유시민 의원도 "프로를 하면서 콤비에 폴라 티셔츠 한 번 입으려고 했는데 한 번도 허용을 안 해 주더라"며 지나치게 형식을 중시하는 토론프로그램을 우회적으로 비판했다.

유 의원은 "앉아서 점잔만 떨게 아니라 일어서서 흥분하면 서로 삿대질도 하면서 즐겁게 토론하고, 어물쩍 결론을 내려고 하기 보다는 당당하게 이견을 보여 주고 나서 시청자가 그날 자기 전에 '그놈 말 10개 중에 한 개는 그럴 듯 하다'고 느끼면 성공한 것"이라며 '토론의 형식 타파'를 제안하기도 했다.

*** "정치인의 토론 프로 출연, 정당이 '배급'"**

토론의 주제가 정치에 집중돼 있는 만큼 패널을 선정에도 전문성에 대한 고려보다는 '정파적 이해'가 우선된다는 지적도 제기됐다.

한나라당 원희룡 의원은 "정치인 출연자가 그 사람이 그 사람인 이유는 북한에서도 폐지한 '배급제'의 때문"이라며 "각 정당에 토론 출연자 섭외를 담당하는 미디어팀이 있어 토론프로그램의 출연 기회를 배급화, 권력화 하는 측면이 있다"고 지적했다.

이에 MBC '백분토론' 이영배 PD는 "2001년 외교안보 문제에 관한 '백분토론'에 출연한 한나라당 한 의원이 당론과 다른 의견을 냈다고 해서 그 뒤부터는 당의 정책위의장실에서 토론프로 섭외를 담당하는 미디어 지원팀을 만들었다"며 "그러나 각 당의 미디어 지원팀은 미디어를 지원하기 보다는 미디어에 간섭하는 '미디어 방해팀'이라 크게 신뢰하지 않는다"고 불만을 토로했다.

이 PD는 "열린우리당이 변호사 출신 의원이 나오면 한나라당에서도 변호사 출신을 붙인다는 식으로 나오니 매번 비슷한 토론자가 나올 수밖에 없다"며 "그런 구도가 고착화되면 토론을 통한 해법 마련이라는 프로그램의 목표 수행이 불가능하다"고 말했다.

이 PD는 "한 번은 각 당의 중진을 섭외하려 했더니 '누구 나오면 난 안한다'는 게 엇갈려서 몇 번씩 섭외가 실패하고 결국은 초선 의원들이 나오게 됐다"며 "정치계 뿐 아니라 지식인 층 전반에 깔려 있는 '급수'따지는 문화가 고쳐지지 않는 한 바람직한 토론 문화를 형성하는데 애로가 많을 것"이라고 경고했다.

이에 김창룡 인제대 교수도 "토론프로가 정치인들의 성장환경을 만들어 주는 연습장이 아닌데 정당에서 '배급제'로 섭외를 관리한다는 것은 유감스러운 일"이라며 "모든 국회의원들이 같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아야 한다는 정당의 관리 논리는 토론프로그램의 질적 향상을 저해하기 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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