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의 '간첩 공세'를 계기로, 그동안 분열양상을 보여온 열린우리당 당론이 국가보안법 폐지 연내처리로 급속히 통일돼 가는 분위기다.
***천정배 "국보법 폐지안 임시국회 내 처리" **
열린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는 13일 의총에서 "임시국회 내 처리해야할 네 가지 핵심 과제 중 하나"로 "국보법 폐지 및 형법보완안을 비롯한 개혁입법"을 꼽았다.
지난 10일 열린우리당 당원 대표기관인 중앙위원회에서 결의문을 통해 "국가보안법 연내 처리 유보 결정은 이철우 의원 사건으로 원인무효임을 선언한다"라고 밝힌 바 있지만 지도부의 입을 통해 이를 확인한 것은 처음이다.
천 대표는 "개혁법안을 올해 내에 처리하지 못한다면 2005년도를 정쟁 시작해 정쟁으로 끌고 가게 될 것"이라며 "연말까지 정리할 것은 정리하고 성과 낼 것은 내서 국민들로부터 경제 살리고 개혁도 성공시켰다는 평가를 받는 상태로 새해 맞이토록 하자"라고 말해 국보법 폐지 등 개혁법안 처리에 대한 의지를 확인했다.
***"정족수 준비돼 있지 않으면 개혁전선 무너진다" **
천 대표는 또 한나라당의 임시국회 보이콧과 법사위 회의장 점거 등으로 국회가 작동하지 않고 있는 상황을 "비상시국"으로 규정하고 동료 의원들의 "비상한 각오"를 요구했다.
천 대표는 이상락 의원의 의원직 상실로 열린우리당 의석이 원내 과반수에 딱 떨어지는 1백50석이 된 것을 강조하며 "의원들 중 한 분이라도 불참하면 국회 자체가 다른 당들에 의해 지배될 수밖에 없는 상황"이라고 위기감을 조성했다.
이어 천 대표는 "모든 해외 일정은 중단돼야 하고 지역구 활동 등 개인 활동도 국회 지장 없는 한에서 해 달라"고 당부했다. 열린우리당은 지난 3일 공정거래법 국회 처리를 두고 입각한 이해찬 국무총리와 김근태 보건복지부 장관을 총출동시켰음에도 의결 정족수를 채우지 못한 '아픔'을 겪은 바 있다.
이에 천 대표는 "의결 정족수를 언제든지 채울 수 있는 준비를 하고 있지 않으면 대야 협상력도 결정적으로 약화되고 민생-개혁전선이 무너지고 만다"며, "여러분들과 함께 합숙이라도 하고 싶은 심정"이란 말로 '머릿수 관리'에 애가 타는 심정을 대신했다.
*** 국보법 폐지파 "연내 국회의장 직권상정할 수도"**
천 대표가 공식적으로 국보법 연내 처리 입장을 밝힌 가운데, 이날 오전에는 '국가보안법 폐지파' 의원들이 모임을 갖고 "국보법 폐지안의 연내 처리를 위한 당내 공감대 확산에 주력하자"는 결론을 내린 것으로 전해졌다.
폐지모임 간사인 우원식 의원은 "국민만 납득한다면 연내에 폐지안의 국회의장 직권 상정을 추진할 수 있다"며 "국보법에 대한 토론은 본회의를 열고 야당을 불러들이면 된다"고 말했다. 그러나 그 시기에 대해서는 "법사위에서 도저히 논의가 진행되질 안겠구나 하는 국민적 공감대가 형성된 후 시도해볼 일"이라고 말해 법사위 차원에서 한나라당과의 토론을 좀 더 추진해 보겠다는 입장을 밝혔다.
우 의원은 "지도부의 연내유보 방침 철회를 위해 서명을 하자는 주장도 나왔지만 지금은 당내 의견을 하나로 모아야할 때라는 판단에서 다른 의견을 가진 의원들에게도 입장을 물어보기로 논의를 모았다"고 말했다.
***안개모 "당론 따르겠다" **
이에 우 의원은 '안정적개혁을 위한 모임' 간사인 안영근 의원을 만나 국보법 처리시기에 대한 안개모 차원의 입장정리를 요구했고, 안개모는 이에 운영위원 회의를 열어 "당 지도부에서 추진하는 방향을 지켜보고 따라주자"는 의견을 모아 사실상 지도부 입장을 용인하겠다는 태도를 보였다.
안 의원은 회의후 브리핑을 통해 "회의 분위기는 주로 당론과 배치되는 것은 하지 않는 것이 좋지 않겠냐는 쪽으로 흘렀다"며 "기본적으로 국보법에 대한 안개모의 입장은 두 달 전 폐지와 형법보완 당론이 정해졌을 때 이를 따르겠다는 것이었고 변함이 없다"고 말했다.
그러나 안 의원은 "현재 분위기가 반전됐다고 해서 우리가 강경하게 돌아서서 실수를 범하지는 않겠느냐 하는 지적도 있었다"고 말해, 지도부의 연내 처리 방침을 적극 지지할 수는 없는 모임의 입장을 밝혔다.
한편, 지난 의총에서 국보법의 법사위 기습상정을 "날치기"라 폄하하며 천정배 원내대표 '책임론'을 거론하기도 한 안 의원은, 이날 의총에서 "내가 지나쳤던 것 같다"며 "천 대표 힘내시라"고 천 대표를 응원하기도 했다.
안 의원이 "우리당의 행동이 '과유불급'이라는 것을 지적하고 싶었는데 내 행동이 '과유불급'했던 것 같다"며 사과를 하자, 당시 안 의원에게 "한나라당으로 가라"고 비난했던 우원식 의원이 나와 "우리 함께 힘차게 똘똘 뭉치자"라고 답한 것으로 전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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