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시국회가 소집된지 나흘째인 13일, 2005년 예산안과 이라크파병기간연장동의안 등 처리 현안이 산적한데도 국회는 이철우 의원 공방만을 벌이며 답답한 대치를 이어가는 와중에 열린우리당은 전 상임위 소집요구서를 제출하며 임시국회 정상화를 압박했다. 그동안 임시국회 소집에 반대했던 민주노동당도 "선별적 수용" 입장을 밝히면서 임시국회가 부분적으로 열렸다. 그러나 한나라당은 "국보법 폐지당론 철회"를 임시국회 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내세우며 반발하고 있다.
***우리 "지금은 비상시국"**
열린우리당 박영선 원내대변인은 13일 브리핑을 통해 "한나라당은 무조건 임시국회에 임해야 한다"라며 "오늘 국방위원회를 제외한 모든 상임위의 일정이 잡혀 있는데 한나라당이 안들어오더라도 정상적으로 가동한다"라고 밝혔다.
이에 2005년 예산안 심사를 위한 예결특위의 계수조정소위가 이날 소집됐고, 통일외교통상, 문화관광, 건설교통, 보건복지위 등 6개 상임위의 전체회의 또는 법안소위가 열린우리당 및 민주노동당 의원들이 참여한 가운데 열렸다.
한나라당이 위원장으로 있는 재정경제, 교육, 과학기술정보통신위는 위원장이 불참함에 따라 간담회로 대체됐다. 법사위는 한나라당 의원들의 점거가 이어지고 있지만 열린우리당에선 계속해서 소집요구를 한다는 방침이라 물리적 충돌도 배제할 수 없는 상황이다.
박 대변인은 "위원장이 한나라당 소속인 상임위원회일 경우 법사위처럼 소집요구서를 내 밀고나갈 방침"이라고 밝혀 위원장이 회의에 계속 불응할 경우 여당 간사로 하여금 위원장직을 대리해 회의를 열 계획임을 밝혔다.
천정배 원내대표도 이날 상임중앙위 회의에서 "학생이 학교를 가는데 이유가 없는 것처럼 국회의원도 국회에 들어오는데 이유가 있을 수 없다"라며 "지금 한가하지 않다. 싸우더라도 일하면서 싸워야 한다"라고 한나라당에 등원을 촉구했다.
***한나라, "4대법이 국회정상화의 걸림돌"**
그러나 한나라당은 "4대법이 국회정상화를 가로 막는 장애물"이라며 거듭 국보법 폐지 당론 철회를 국회정상화의 전제조건으로 제시하며 기존의 입장에서 한발도 물러서지 않고 있다.
김덕룡 원내대표는 "지금 국회 파행의 근본적 이유는 집권 여당이 국보법 폐지와 4대법 밀어붙이기에 올인(All-In)하고 있기 때문"이라며 "이 4대악법은 불요불급한데다 정략성과 위헌성이 있어 국민여론을 수렴하며 차근차근 여야 합의로 처리해야 된다"라고 밝혔다.
김 대표는 "한나라당은 국보법을 제외한 3개법안은 대안을 냈다. 토론하면서 법리논쟁할 각오도 돼 있다"면서 "그러나 국보법은 다르다. 한나라당은 가까운 시일 안에 대안을 만들 것이지만, 정부여당이 폐지법안을 철회하고 개정의 장으로 나와야 우리의 대안과 함께 처리할 의사가 있다"라고 선(先)폐지당론철회 후(後)대안제시 방침을 고수했다.
김 대표는 "이제라도 여당이 민생우선, 안보우선의 정치를 할 의사가 있다면 언제라도 협조할 의사가 돼 있다"라고 말했다.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도 "주말 동안 여당과 어떠한 접촉도 없었다"라며 "열린우리당이 단독 상임위 소집을 강행한다는 것은 수의 힘으로 4대법안과 예산안 등 여러 법안을 단독으로 강행처리 하겠다는 힘의 정치를 선언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민노, "우리당, 개혁법안 연내처리 의지 분명히 하라"**
거대 양당의 이 같은 공방에 민주노동당은 상임위의 선별적 협조방침을 밝혔다.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13일 "민주노동당은 상임위에서 법안별로 선별적으로 대응할 계획"이라며 "특히 개혁법안을 다루고 있는 교육, 법사, 행자, 문광위 등 상임위에는 적극적으로 참여해 주요 개혁법안이 심의처리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심 부대표는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의 정치공방 차원에서 교섭력을 높이기 위해 문만 열어두는 상임위나 민생악법이 졸속 처리될 가능성이 높은 상임위에는 참여하지 않을 것"이라고 기금관리기본법이 심사될 운영위와 비정규직법안이 심사 중인 환노위 등의 불참 선언을 했다.
심 부대표는 "임시국회 정상화를 위해서 열린우리당은 개혁과 반민생악법을 바꾸는 뒷거래 정치에 대한 미련을 버리고 국보법 등의 개혁입법의 연내처리 의지를 대내외적으로 분명히 천명해야 한다"라고 열리우리당을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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