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비부부'의 로또복권 1등을 둘러싼 갈등은 결국 남자측의 오해가 빚어낸 '해프닝'이었던 것으로 결론났다. 그러나 남자측의 주장만을 받아 이를 보도했던 신문·방송사들은 사건종결 이후에도 오보에 대한 사과를 하지 않고 있어 비난을 사고 있다.
***민·형사소송 무혐의 종결, 언론보도 '오버'로 판명**
경남 창원지방법원 제4민사부(재판장 홍성주 부장판사)는 지난 17일 동거관계에 있는 조모(남, 28세) 씨가 최모(여, 28세) 씨를 상대로 낸 부당이득금 반환 준비 소송과 관련해 "로또 발행을 책임지고 있는 국민은행에 확인한 결과 당시 1등 당첨자는 한 전직 공무원이었던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이에 따라 조씨는 이날 열린 조정회의에서 최씨를 상대로 냈던 소송을 취하했다. 이에 앞서 경남 양산경찰서와 울산지검도 같은 사건에 대한 형사고소 사건에 대해 모두 무혐의 처분을 내렸다.
이번 '해프닝'은 올해 7월 노래방 종업원인 조씨가 최씨에게 5만원을 건넨 뒤 자신이 조합한 번호에 따라 로또복권을 구입토록 한 것에서 비롯됐다. 조씨는 나중에 확인 결과 평소 자신이 복권을 구입해온 곳에서 자신이 조합한 번호로 1등이 나오자 이를 부인하는 최씨를 의심하기 시작했다. 결국 조씨는 최씨가 예비 처가의 꼬임에 빠져 자신을 속이고 있다고 판단, 민·형사소송을 제기하기에 이르렀다.
당시 신문·방송들은 이 사건과 관련해 <로또 앞에 무너진 '사랑맹세'>(경향) <로또 34억원에 무너진 '사랑탑'>(동아·한겨레·한국) <로또가 깨버린 '신혼의 꿈'>(서울) <로또 1등 갖고 사라진 동거 약혼녀>(조선) <로또당첨 34억 예비부부 법정 소송>(KBS) <당첨금 때문에…>(MBC) <사랑 깬 로또>(SBS) 등의 제목으로 관련 보도를 내보낸 바 있다.
특히 동아일보와 조선일보는 "조씨의 끈질긴 추궁에 최씨는 '솔직히 복권을 샀는데 소문날까 봐 이야기를 안했다. 복권영수증은 어머니가 보관하고 있다'며 복권 구입을 실토했다"(동아), "A씨는 'B씨는 착한 성품이었는데 주변 식구들의 유혹에 넘어간 것 같다'면서 '잘못을 뉘우치고 돌아와도 다시 합칠지는 그때 생각해 보겠다'고 말했다"(조선)며 조씨의 일방주장만으로 최씨는 물론 가족까지 공범으로 몰기도 했다.
***대부분 언론, 피해자 사과 없이 '해프닝' 물타기**
여기다가 결론적으로 오보를 낸 언론은 후속보도에서조차 피해자인 최씨의 명예회복을 소홀히 다뤄 또 한번 비판을 받고 있다.
실제로 이번 사건에 대해 대부분의 언론사들은 이를 '해프닝'으로 처리하면서 짧은 단신으로 관련 사실만을 전달하는 데 그쳤다. 중앙일보는 심지어 후속보도에서 법원의 의견을 인용하면서 "조씨가 최씨를 상대로 부당이득금 반환청구 소송을 냈지만 소송취하 의사를 밝혀 사건이 마무리됐다. 취하 이유는 알 수 없다고 밝혔다"고 보도해 이번 사건에 또다른 내막이 있는 것처럼 묘사하기도 했다.
국민일보는 논설위원 기명칼럼에서 "두 사람이 자신들이 겪은 로또 해프닝을 어떻게 받아들일지는 전적으로 개인적 문제"라며 "그러나 분명한 것은 예비부부로서 완전한 믿음을 가졌더라면 그처럼 서로를 의심하고 또 법의 힘을 빌려 문제를 해결하려 하지는 않았을 것"이라는 엉뚱한 결말을 내리기도 했다.
이에 반해 경남도민일보는 지난 18일자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지난 7월 26일자 5면에 보도된 '로또가 사랑보다 강했다' 제하의 기사는 조씨와 변호사의 이야기를 근거로 한 쪽 주장만 담았다"며 "로또복권을 사지 않은 최 씨측의 입장을 적극 반영하지 못한 채 기사가 나가는 바람에 최씨 가족에 상처를 안긴 점을 깊이 사과한다"고 밝혔다.
강창덕 경남민언련 공동대표는 "이번 오보 사건은 언론사들이 최소한의 취재윤리만 지켰어도 피할 수 있었던 일이었다"며 "무엇보다도 대부분의 언론사들이 자신들의 실수가 드러난 이후에도 이를 해프닝으로 처리하며 '물타기' 태도를 보인 것은 독자와 시청자들의 신뢰를 스스로 갉아먹는 행위에 다름 아니었다"고 평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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