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아프리카공화국의 역사학자들이 40여년 전 넬슨 만델라 전 대통령이 민주화 투쟁 당시 사용하던 파묻은 권총을 찾아나서 화제다.
백인 정권의 흑인 차별 정책에 맞서 민주화 투쟁을 벌이던 만델라 전 대통령은 44년 전인 1962년 체포되기 전 권총 등 호신용 무기와 실탄, 군복을 은신처인 요하네스버그 북부 리보니아의 릴리스리프 농장에 파묻었다고 남아공 언론들이 23일 보도했다.
현지 언론에 따르면 릴리스리프 농장은 약 3만4000평 규모로 당시 투쟁을 이끌던 '아프리카민족회의(ANC.현 집권 여당)'의 비밀본부로 활용되던 곳으로 ANC 연대세력인 남아공공산당(SACP)이 소유하고 있었다.
남아공의 인종차별정책(아파르트헤이트) 종식을 위해 싸웠던 만델라는 1962년 탄압을 피해 은신해 있던 동남부 콰줄루나탈에서 검거되기 전 이곳에 반자동 마카로프 권총과 군복, 실탄 200발 등을 1.5m 깊이의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
만델라는 ANC의 무장투쟁 조직인 MK('국가의 창'이란 의미의 Mkhonto we-Sizwe의 약어)의 수장으로 활동하고 있었으며 앞서 에티오피아에서 군사훈련을 받던 중 현지의 한 대령으로부터 권총을 선물로 받았다.
그러던 중 릴리스리프 농장 복원 재단인 '릴리스리프 트러스트' 설립자인 니콜라스 울프는 지난 2003년 4월에서야 문제의 권총에 대해 만델라로부터 전해들었다.
농장을 찾은 만델라가 전 ANC 지도자인 헤롤드 울페의 아들인 울프에게 자신의 권총을 찾았느냐고 물은 것. 금시초문이었던 울프는 그 뒤 전문가들의 도움을 받아 농장에 대해 조사를 벌였으나 아직 찾지 못한 상태다.
울프는 그러나 BBC 뉴스와의 인터뷰에서 "그동안 총이 발견되지 않았을 것으로 90% 확신한다"면서 총을 찾아낼 수 있을 것으로 기대했다.
권총을 찾을 경우 민주화 투쟁의 단면을 보여주는 동시에 남아공 현대사의 귀중한 자료로서 가치가 있기 때문에 울프는 최근 중장비를 동원해 권총이 묻혀 있을 가능성이 있는 곳에 대한 굴착작업을 벌이고 있다.
하지만 만델라가 권총을 매우 깊이 파묻었기 때문에 금속탐지기로 포착되지 않는 데다가 농원이 재단에 의해 구입되기 전 한 때 사유지로 넘겨져 주택들이 들어서는 바람에 농장 원형이 파괴돼 탐사 작업이 여의치 않은 상태다.
만델라는 부엌에서 50걸음 떨어진 곳에 파묻었다고 말했으나 당시 부엌은 이미 파괴돼 원형을 찾을 수 없는 상황이다.
백인정권은 지난 1963년 릴리스리프를 기습, 당시 잠자고 있던 ANC 지도자 9명을 검거했으며 그 뒤 농장은 분할돼 사유지로 넘겨져 주택들이 들어섰다.
최근 '릴리스리프 트러스트'가 농원을 사들여 복원 작업을 벌여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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