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12일 사회문화분야 대정부질문에서 이해찬 총리를 불러 세운 뒤 질문을 하지 않고 들여 보낸 한나라당 한선교 의원이 "정말 질문하려 했으나 총리가 나오는 4~5초 사이에 맘이 바뀌었다"고 구구절절한 해명을 늘어놓으면서, 전날 대정부질문에서 총리를 상대로 질문을 한 같은 당 소속 원희룡 의원에 대해선 "유감스럽다"라고 비판해 빈축을 사고 있다.
***"정말 질문하려 했으나 총리 나오는 사이 만가지 생각 교차"**
한 의원은 17일 의원총회에서 신상 발언을 신청, 총리를 부른 뒤 질문하지 않은 행동에 대해 비난여론이 쏟아진 것과 관련, 나름대로의 소신과 소영웅심으로 질문을 하려고 준비했다"며 "남경필 부대표나 나경원 의원 등에게 당일 아침에도 질문을 하겠다고 말했다"고 주장했다.
그는 "그런데 총리가 나오는 4~5초 동안 만가지 생각이 교차했고, 등 뒤에서 선배 의원들의 놀라는 소리가 내 머리와 가슴을 때렸다"며 "가장 짧은 시간 가장 많은 고민을 한 때가 아니었나 생각한다"고 당내 다선의원들의 '눈치'를 봤음을 솔직히 털어놨다.
그는 이 총리를 이 '선배'라고 호칭한 것에 대해선 "국회의원의 선배로 야당 모독에 대해 질문하려고 그런 호칭을 한 것"이라고 밝힌 뒤, "정말 질문하려고 했다"고 재차 주장했다.
그는 그러면서도"여러 선배들이 격려해준 데 대해 부득 감사의 말을 드린다"며 "여러 선배 의원들이 많은 걱정을 해줬다. 감사드린다"며 거듭 감사한 뒤, "내가 한나라당에 와서 한나라당의 소속의원이라는 것을 처음으로 느끼는 계기가 됐다. 그것으로서 내 스스로를 위로했다"고 말해, 자신의 행위에 대해 전혀 반성하지 않고 있음을 분명히 했다.
특히 한 의원은 "대한민국의 월드컵 4강은 선수개개인의 개인기 때문이 아니고 일치단결 된 팀워크와 정신력 때문이었다"며 "이 순간 대화가 통하지 않는 몰상식한 거대 여당과 국가를 위한 정책싸움을 하기 위해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애국심으로 뭉치는 것이며, 어제 마지막으로 발언한 원희룡 의원의 총리에 대한 질문은 유감스럽다"고 당론을 따르지 않았던 원 의원을 비난해 역시 그의 이날 해명이 말장난 수준이었음을 스스로 드러냈다.
한 의원의 신상발언이 끝나자 의총이 열리는 예결위회의장 곳곳에선 "잘했어"라는 반응이 터져 나왔고, 소장파인 원희룡 의원을 비난해온 보수의원 모임 소속의 이방호 의원은 들어가려는 한 의원에게 적극적으로 악수를 청하기도 했다.
***원희룡, 총리에게 질문**
앞서 16일 정치분야 대정부질문 마지막 질문자로 나선 원희룡 의원은 이해찬 총리에게 "LA에서 대통령이 '2002년 대선때 이회창 후보가 6% 성장을 내놓기에 나도 약 올라서 7%로 올려 내놓았다'고 말했는데 이게 말이 되는 얘기냐"고 질타한 뒤 "대통령이 경제성장률이 떨어져 매를 맞아도 싸다고 했는데 총리는 그 말이 진심이라면 어떻게 매를 맞겠나"라고 질문했다. 질문시간이 다돼 원 의원의 질문 도중 마이크는 꺼졌다.
이에 이 총리는 "대통령이 선거 때 공약한 경제성장률을 달성하지 못한 점에 대해 국민들에게 대단히 송구스럽게 생각하는 마음으로 그런 말을 한 것 같다"며 "성장률 자체도 물론 중요하지만 성장률을 통해 일자리를 많이 만들어 내는 것도 중요하기 때문에 경제의 체질을 강화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생각한다. 내수를 활성화 시키고 경제 체질을 더 잘 만드는 것이 국민들에게 진정한 매를 맞는 것이라고 생각한다"고 답했다.
이 총리가 답변을 마치는 것으로 원 의원도 질문을 끝내자 여당 의석에선 "잘했어"라는 말이 터져 나왔고 김원기 국회의장은 이례적으로 "원희룡 의원의 품격있는 질문에 감사드린다"고 언급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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