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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욕 먹을 작심하고 '골프중계' 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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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BC, 욕 먹을 작심하고 '골프중계' 했나

[기자의 눈] '타이거 우즈'에 목멘 창사특집을 보며

타이거 우즈가 '골프황제'라는 것은 지구촌 사람들이 모두 아는 사실이다. 일생에 한번 우승하기도 힘든 세계대회에서 통산 50회가 넘는 승수를 챙겼으니 '황제'라는 별명이 아깝지 않다.

하지만 국내 시청자들은 요 근래 MBC-TV만 틀면 앵무새처럼 흘러나오는 '골프황제 초청대회' 소식에 넌덜머리가 날 지경이었다. TV 시청이 반복학습이 아닌 이상에야 MBC의 이러한 태도는 도를 넘어서는 행위였다.

***MBC, 대회 띄우기 위해 특집 편성 남발**

MBC는 지난 14일 오후 2시 5분부터 5시까지 3시간여 동안 자사가 창사특집으로 마련한 'MBC 라온건설 인비테이셔널 프로암' 경기를 생중계 했다. 누구는 항상 같은 시간대에 방영되던 실속 없는 일일극이나 주말극 재방송을 보는 것보다 차라리 세계적인 골프스타들의 경기 장면을 보는 것이 더 유익했다는 평가를 내놓기도 했다. 하지만 그렇게 치부하고 넘어가기에는 '공영방송' MBC의 태도가 '겉과 속'이 너무 달랐다.

MBC가 이번 대회를 위해 타이거 우즈 초청에 쏟아 부은 돈은 어림잡아 수십만 달러라고 한다. 그야 말로 일반인들은 상상도 할 수 없는 돈 잔치가 안방 안으로 자연스럽게 전파됐다. 이는 어찌 보면 MBC가 이날 대회를 통해 올린 광고수입에 비한다면 적은 액수였는지도 모른다.

세계적인 선수들을 초청한 자리에 '돈 얘기'를 하는 것이 자꾸 거슬린다면 이번에는 좀 무형의 얘기를 해보자.

MBC는 타이거 우즈를 초청하기 위해 그야 말로 무한한 공을 쏟았다. 14일 생중계 이외에도 새벽에는 다시 하이라이트 재방송이 있었고, 이에 앞서 11일 새벽에는 무려 2시간 동안 '행운을 만끽하라! 우즈가 온다'라는 특집 다큐가 편성됐다. 15일 새벽에는 '우리는 우즈를 꿈꾼다'는 제목으로 타이거 우즈 다큐의 완결편이 방송될 예정이다. MBC는 지난 1일과 8일 각각 새벽 시간대를 이용해 지난 8월 3일 미국 켈리포니아에서 열린 타이거 우즈 출전 스킨스 게임을 <스포츠특선>을 통해 중계한 바 있기도 하다.

만약 MBC 경영진이 이같은 편성책을 평일 정규 시간대로 결정했더라면 아마도 일찌감치 내부 반발에 부딪혀 시청자들이 더 이상 불쾌해 지는 일은 없었을 것이다. 그러나 MBC는 기어이 13일 오후 구본홍 MBC 보도본부장, 손천수 라온건설 회장, 박삼구 금호그룹 회장, 박재규 경남대 총장(전 통일부 장관) 등 주최·협찬사 대표들이 타이거 우즈와 라운딩을 함께 하는 모습을 무슨 대단한 화제인 것처럼 1시간 동안이나 편성하는 '목불인견'의 상황을 연출하기까지 했다.

***메인뉴스·스포츠 뉴스마저 '타이거 우즈'로 넘쳐**

MBC의 이같은 '집착'이 특집 편성에서만 그친 것은 아니었다. MBC의 메인뉴스와 스포츠뉴스는 연일 타이거 우즈 관련 꼭지로 넘쳐났다.

MBC는 타이거 우즈의 한국행이 확정됐던 지난 6월 10일자 보도에서 관련 소식을 전한데 이어 '빅스타 몰려온다'(9월 16일자 보도) 등의 보도꼭지를 통해 틈이 날 때마다 타이거 우즈의 방한 소식을 되새겼다.

이러한 모습은 대회날이 가까워진 11월 들어서는 더욱 심해졌다. '우즈맞이 한창'(11월 5일자) '전 세계가 본다'(11월 6일자) '화제도 풍성'(11월 7일자) '부활의 준우승'(11월 8일자) '묘기 경연장'(11월 9일자) '우즈 꺾겠다'(11월 10일자) '4인방 출사표'(11월 12일자) '골프황제 왔다'(11월 12일자) 등 MBC의 스포츠 관련 보도는 온통 타이거 우즈로 넘쳐났다.

MBC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는 당일 대회에서 정작 우승을 차지한 것은 콜린 몽고메리 선수였지만 "비록 우승은 놓쳤지만 골프황제의 화려한 기량은 최고의 볼거리였다"며 역시 타이거 우즈 '띄우기'에 몰두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4천만명을 소외시킨 MBC, 과연 공영방송인가**

이번 타이거 우즈 초청 골프대회는 여러 점에서 MBC의 현실을 다시 돌아보게 했다는 것이 방송계의 중평이다. 공영방송의 위치에 있으면서도 상업성을 간과할 수 없는 상황에 있는 MBC가 잠시 긴장의 끈을 놓는 순간 어디까지 상업적인 방송으로 전락할 수 있는지를 여실히 보여줬다는 것이다.

대부분의 MBC 구성원들은 자사의 미래와 관련해 공영·공익성 강화에 큰 이견을 보이지 않고 있다. 이는 경영진들도 이구동성으로 내놓는 대답이다. 하지만 경영진들은 시시때때로 스스로의 위치를 망각하고 이번처럼 최대 5백만명으로 추산되는 골프 인구를 위해 4천만명을 과감히 소외시켰다. 모방송이 골프중계를 할 때마다 눈을 흘겼던 MBC의 태도가 궁색해질 수밖에 없다.

쓴소리가 나온 김에 한마디 더 보태자. MBC를 못내 곱지 않은 시선으로 바라봐 온 '조중동'을 위시한 일부 신문사들은 어찌 된 일인지 이번만은 무척 조용했다. 예의 MBC의 공영성을 문제삼지 않았기 때문이다. 혹시 그들 또한 MBC가 무리수를 둬 가며 골프대회를 생중계 하게 된 이유처럼 사회적 위치와 독자층 등 여러 가지 상황이 겹치기 때문은 아니었는지 반문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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