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의 지난 10일 기자간담회에서의 '개혁 속도 조절' 발언이 시민사회단체들의 거센 반발을 사고 있다. 국회 앞에서 4대 개혁 입법의 조속한 처리를 요구하며 철야농성을 벌여왔던 단체들은 이 의장의 발언에 분노해 11일 하루 종일 열린우리당 당사와 국회를 오가며 항의 집회를 갖는 등 이번 발언 내용을 묵과하고 넘어갈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이고 있는 전국민중연대, 민주노동당 시국농성단, 한국청년협의회, 한국대학총학생연합 등은 11일 열린우리당 당사 앞에서 항의 집회를 갖고 이 의장의 발언내용에 대해 강력한 항의의 뜻을 전달했다. 이날 집회에는 매주 목요일마다 서울 종로 탑골공원에서 ‘목요집회’를 가져왔던 민가협 소속 회원들도 대거 참여해 눈길을 끌었다.
이승헌 민주노동당 상황실장은 “초겨울 찬바람을 맞아가며 매일 집회를 갖고 있는 민주세력의 기대에 부응하지 못하는 이 의장의 발언내용은 그의 민주화운동 전력까지도 의심케 하는 대목이었다”며 “이 의장이 만약 12일 중으로 명확한 해명을 내놓지 않을 경우 열린우리당은 전 민중적 저항에 부딪치게 될 것임을 경고한다”고 밝혔다.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측은 12일 이들 단체의 대표단이 당 의장과 원내대표를 면담할 수 있도록 주선하겠다고 약속했다.
지난 10월 초부터 국회 앞에서 철야농성을 벌이며 사립학교법 개정을 촉구해온 전국교직원노동조합도 규탄 성명서를 발표하고 천정배 원내대표실을 항의 방문하는 등 분노감을 감추지 못했다.
전교조는 11일 성명에서 “4대 개혁법안은 이미 열린우리당이 수구세력의 눈치를 보느라 절충에 절충을 거듭한 끝에 차마 개혁법안으로 부르기 민망할 정도로 만신창이가 됐지만 이 의장은 그마저도 수구세력의 결재를 받으려 하고 있다”며 “열린우리당이 아직도 최소한의 개혁의지를 가지고 있다면, 이런저런 말로 국민들의 심기를 어지럽히지 말고 4대 법안을 흔들림 없이 예정대로 연내에 처리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지난 8일부터 언론개혁을 내걸고 국회 앞 철야농성에 동참하고 있는 신학림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이 추진하고 있는 4대 법안은 이미 ‘조중동’과 한나라당의 공세로 알맹이가 빠진 것임에도 또다시 이를 미루겠다고 한 것은 당 지도부의 빈곤한 철학과 전략 부재를 그대로 보여주고 있는 셈”이라며 “이 시점에서 열린우리당은 더 이상 후퇴할 것이 아니라 정권의 명운을 걸고 개혁 법안을 원점에서부터 다시 검토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 의장은 이에 앞서 지난 10일 창당 1주년 기념 기자간담회 자리에서 “산이 높으면 좀 돌아가고 물이 깊으면 얕은 곳을 골라 건너가야 한다”며 4대 법안 처리의 ‘속도 조절’과 한나라당과의 타협을 강조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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