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이 조만간 언론법 관련 당론을 결정해 발표할 예정인 가운데 정연주 KBS 사장이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와의 오찬 회동을 자청하고 나서 언론계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2시간 동안 국회 운영방식 등 주제로 담소**
박 대표와 정 사장은 11일 정오 서울 여의도 CCMM 빌딩에 있는 한 음식점에서 만나 식사를 함께 하며 1시간 40여분 동안 대화를 나눴다. 이 자리에 한나라당 쪽에서는 KBS 기자 출신인 전여옥 대변인이, KBS 쪽에서는 유현순 대외정책팀장이 각각 배석했다.
박 대표와 정 사장의 만남은 한나라당이 궁극적으로 KBS를 공·민영으로 분리하는 방송법 개정 당론을 결정할 것으로 알려진 가운데 이뤄진 만남이라는 점에서 언론계의 지대한 관심을 받았다.
한나라당 언론발전특별위원회(위원장 정병국 의원)는 지난 9일 열린 언론법 관련 회의에서 △KBS 광고수입을 20%로 제한하고 △예·결산 모두 국회의 승인을 받아야 하며 △사장의 임명 또한 국회 동의를 얻도록 하는 ‘국가기간방송법’ 제정을 추진한다는 방침을 세운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한나라당은 KBS 수신료 문제와 관련해서도 시시때때로 ‘분리징수’의 목소리를 높인 바 있기도 하다.
때문에 언론계 일부에서는 만남 이전부터 ‘정 사장이 직접 나서 박 대표를 설득하고 한나라당의 이같은 움직임에 제동을 걸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추측이 나돌기도 했다. 실제로 이번 만남은 KBS 비서실이 아니라 대외정책팀 쪽에서 적극 추진했던 것으로 알려져 KBS가 정치권을 상대로 공세적인 입장을 취하는 첫 움직임이라는 추측도 덧붙여졌다.
그러나 이번 만남에서는 이같은 KBS의 현안 문제보다는 주로 서로간에 덕담을 주고받으며 국회 운영방식의 변화 등을 놓고 조언과 평가 등이 오고간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정 사장, 이달 중 각 정당 대표와도 연쇄 만남**
이번 만남과 관련해 KBS 한 관계자는 11일 오후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현안과 관련해서는 정 사장이 ‘수신료 인상에 도움을 달라’는 말에 대해 박 대표가 ‘항의전화를 많이 받았다’는 말을 주고받은 정도 이외에는 더 깊은 논의가 있지는 않았다”며 “방송법 개정 문제는 한나라당 내부적으로도 이견이 있는 것으로 알려져 이 자리에서 논의할 사안도 아니었다”고 설명했다.
이 관계자는 또 “두 분은 식사를 나누는 중간에 국회 운영방식과 관련, 특히 국정감사의 경우 특정사안 위주로만 흐르다보니 국회나 피감기관 모두 충분한 논의를 벌이지 못하는 것에 대해 아쉬움을 나타냈고, 이에 대한 대안으로 미국 의회의 운영방식을 참조할 필요가 있다는데 공감하기도 했다”며 “언론계 일부에서는 이번 만남을 놓고 큰 의미를 부여하는 눈치이지만 사실 KBS의 특정 입장을 전달하기보다는 국감 이후 정치권 인사들과 의례적으로 자리를 갖는 측면이 강했다”며 극구 이번 만남의 의미에 대한 확대해석을 경계했다.
한편 정 사장은 이달 중으로 이부영 열린우리당 의장을 비롯해 민주노동당, 민주당 대표와도 연쇄 만남을 가질 것으로 알려져 KBS의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 사장의 행보에 앞으로도 정치권과 언론계의 관심이 집중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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