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와 당내 비주류 대여강경파인 홍준표 의원이 11일 의원총회에서 얼굴을 붉혀가며 맞고함을 지르는 등 설전을 벌여 험악한 분위기를 연출했다.
***홍준표 "사과같지 않은 사과 받으려 파행했나"**
2주일간의 국회 파행사태를 끝내고 11일 통일ㆍ외교ㆍ안보 분야 대정부질문 직전에 열린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 홍준표 의원이 김덕룡 대표를 향해 "이해찬 총리에 대한 한나라당의 스탠스를 확실히 정하라"고 소리친 것이 발단이 됐다.
홍 의원은 "해임건의안이나 파면권고결의안을 제출할 것인가. 이 총리의 사과같지도 않은 사과를 받으려고 이렇게 파행했나. 십여일 동안 우리가 이 총리의 손바닥 안에 놀아난 것 아니냐"라고 김 대표를 비롯한 원내지도부를 맹성토했다.
이에 김 대표가 "사과로 인정하기는 어렵지만 이 총리 스스로 잘못을 인정한 것을 중시한다"며 "이해찬 총리의 파면 요구에 대한 우리 당의 입장은 지금 이 시간에도 유효하다. 우리는 사과와 관계없이 우리는 4대입법 저지를 위해 대승적으로 등원한 것"이라고 답했다.
그러나 홍 의원은 "그럴려면 사과하기 전에 등원 했어야지, 결의안을 제출하지 않겠다는 것도 지도부 일부의견일 뿐 아니냐"고 계속해서 소리쳤고, 김 대표는 이에 "우리 당 의원들의 다수가 나와 같은 의견"이라고 맞섰다. 남경필 수석부대표도 "어제(10일) 의총에서 홍 의원님이 나가신 뒤에 결정을 했다"고 소리쳤다.
***김덕룡 "보자보자 하니까..."**
험악한 분위기 속에 의원총회가 끝났으나 '상황 종료'가 아니었다.
의총이 열린 예결위회의장 출구에서 홍 의원과 마주친 김 대표는 "홍 의원은 자기 주장만 한다. 보자보자 하니 너무하는 것 아니냐"고 소리쳤고, 홍 의원도 전혀 물러섬 없이 "이 총리에 대한 당의 스탠스를 정해야 할 것 아니요"라고 가까운 거리에서 얼굴을 붉혀가며 설전을 벌였다. 출구가 복잡하지 않았다면 서로 멱살이라도 잡을 분위기였다.
전날 의총에서도 김용갑 의원이 이 총리의 파면요구를 성사시키지 못한 데 대해 "원내대표가 사과하라"고 소리친 바 있었지만, 의원들 대다수가 '조건없는 등원'을 요구하는 상황이어서 크게 문제가 불거지지는 않았다.
때문에 이날 설전을 지켜본 다수 의원들은 홍준표 의원의 김 대표 공격에 대해 눈쌀을 찌푸리는 분위기였다. 국회 장기공전에 대한 국민들의 따가운 눈총을 고려할 때 홍 의원식의 저돌적 접근법은 한나라당에게도 결코 도움이 되지 못한다는 이유에서였다.
한편 이 총리의 정치적 파면 선고를 한 한나라당은 이날 열리는 대정부질문에서 이 총리에게 질문할지 여부를 의원 개개인의 판단에 맡기기로 했다. 그러나 한나라당 의원들은 이 총리의 언행을 질타는 하되, 직접 질문은 하지 않는 '무시 전략'을 구사한다는 방침이어서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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