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경필, "이해찬, 용꿈 꾸고 있는 것 아니냐"

이해찬 파문으로 국회파행, 유시민 "아직 다수당인 줄 아나"

"한나라당은 국민이 다 아는 차떼기 당"이라는 이해찬 총리의 28일 발언을 계기로 정치권이 극한대립으로 치달으며 오후 대정부 질문이 중단되는 등 파행을 겪고 있다.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 총리를 향해 "용꿈을 꾸고 있다"고 비난했고, 이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대통령한테 했던 말부터 돌아보라"고 반박했다. 민주노동당과 민주당은 이 총리와 한나라당을 싸잡아 비판했다.

***남경필, "이 총리 눈 속에서 뜨거운 욕망이 타올라"**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국회가 중단되자 본회의에서 못한 의사진행발언을 기자실에서 대신 한다며 "총리가 개인적으로 얼토당토않은 꿈을 꾸고 있다는 생각을 했다"며 "본인은 부인하더라도 용꿈을 꾸고 있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남 부대표는 "과거 노무현 대통령이 특정 언론과 야당에 각을 세워 지지세력을 끌어 모아 그 힘으로 대통령 후보에 오르고 대통령에 당선된 모습을 그대로 배워보려는 태도를 갖고 있다"며 "며칠 전에 총리와 대화를 나눴을 때도 짧은 시간이지만 그의 눈 속에서 뜨거운 욕망이 타오르는 것을 봤다"고 말했다.

남 부대표는 "자신의 욕망을 국회라는 자리에 와서 이용하는 것은 전혀 옳지 못하다"며 "개인의 욕심이 국정운영의 걸림돌이 되는 것은 나라를 위해 이롭지 못하다"고 비난했다.

이어 남 부대표는 "이 총리의 발언은 노 대통령과의 공감을 이룬 것"이라고 주장했다. 그는 "한나라당이 사과를 요구한 것에 대해 더욱 자극적인 용어를 사용한 것은 파행을 작심하고 나온 것"이라며 "결코 혼자할 수 있는 발언이 아니다. 총리는 노 대통령과 이런 발언에 대해 상의를 했는지, 노 대통령으로부터 어떤 지침을 받았는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남경필, "권노갑 비자금으로 총선에서 당선된 사람들 여당 지도부에 다수"**

남 부대표는 이 총리가 '차떼기'를 거론하며 한나라당의 불법대선자금을 문제삼은 것에 대해서도 "과거 권노갑 민주당 고문의 자금을 지원 받아 총선을 치러 당선됐던 사람들이 열린우리당 지도부에 다수 포함돼 있는 것은 모두가 다 아는 사실"이라며 "총리는 '열린우리당이 못된 것은 세상이 다 안다'라고 똑같이 말해야 되는 것 아니냐"고 주장했다.

그는 "총리가 '열린우리당은 자기 어미를 태어나자마자 눌러 죽인 뒤 쪼개고 나오는 살모사 정당이다'라고 얘기하거나 그 발언을 문제삼는 의원들에게 '천하가 다 아는 사실'이라고 발언하면 열린우리당 의원들은 가만히 있겠나"라고 독설을 퍼붓기도 했다.

남 부대표는 "개인적으로 총리를 인정하고 싶지 않다"며 "총리로서 계속해서 앉아있기에는 너무나 정략적이고 편협한 모습이다. 다시 여당 의원으로 돌아가라"고 이 총리의 자진사퇴를 요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아직 이 총리의 해임건의안 제출과 향후 국회일정 전면 보이콧 여부에 대해선 최종 방침을 결정하지 못한 상태다. 남 부대표는 "총리가 공무원의 중립성을 위반하고 언론자유를 부정하는 발언은 탄핵사유에 해당한다"고 밝혔지만 "해임건의안과 향후 행동은 내일 오전 회의에서 결정하겠다. 아직 당론이 모아진 것은 없다"라고 밝혔다.

*** 유시민 "총리 세게 나올 것 예상했던 일"**

한나라당의 반발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총리를 탓하기 전에 야당이 대통령과 여권에 했던 말들을 돌이켜 보라"며 역공을 폈다.

오후 2시로 예정된 회의가 한나라당의 거부로 속회되지 못하자 회의장 밖으로 나온 유시민 의원은 "국회의원이 대통령 욕하는 건 예사면서 총리가 자기들한테 좀 거슬리는 말 했다고 귀밑까지 빨개져서 의사일정 거부하기냐"고 비판했다. 그는 이 총리 발언 수위에 관해선 "저 정도 세게 나올 것으로 예상했다"며 '문제없다'는 반응을 보였다.

유 의원은 "한나라당은 아직 정권을 잡은 다수파 행세하던 관성이 남아 있다"며 "총리 말이 심하다면 개구리부터 노가리, 연극할 때 막말까지 지금까지 대통령한테 했던 말 돌아보라고 하고 싶다"고 쏘아 붙였다.

서갑원 의원도 "오늘 질의서를 봐라. 대통령과 여당 의원들을 시정잡배만도 못하게 만들어 놓고선 총리한테서 일방적인 항복을 원하는 거냐"고 반박했다. 그는 이어 본회장으로 발길을 돌리며 "국회 의사일정은 변동이 하도 심해 재선 의원은 반나절 정도를 예상할 수 있고 삼선 의원 정도 되면 하루 앞을 내다본다는데, 초선은 한치 앞도 몰라 매일 회의장 보초를 서야 한다"며 쓴 웃음을 짓기도 했다.

***민노, "우리-한나라, 원밖에서나 원껏 정쟁하라"**

민주노동당은 우리-한나라 극한대립과 관련, "차라리 원 밖에서 전국노래자랑 하듯 함께 모여 원껏 정쟁하라"며 싸잡아 양당을 비판했고, 민주당은 "총리의 발언이 균형과 품격을 잃었다"며 여당에 대한 비판에 무게를 뒀다.

민주노동당 심상정 수석부대표는 대정부질의 파행이 확실시되자,국회에서 브리핑을 갖고 "교섭단체라는 명목으로 대정부 질의권을 독식한 두 당은 이념논쟁을 주제로 웅변대회하듯 목소리를 높이더니 결국 대정부 질의를 파행으로 몰아넣었다"며 "당리당략으로 인한 국회 공전은 어떤 이유로도 용납될 수 없다"고 양당을 성토했다.

심 부대표는 "우리당은 마치 좌파 소리만 안들으면 지지율 올라갈 것처럼 좌파 딱지 떼는 데 몰두 말고, 한나라당은 '우파는 선이고 좌파는 악'이라는 수준 낮은 이분법에 사로잡힌 색깔논쟁을 그만두고 보이콧을 즉각 철회하라"고 비판했다.

그는 이어 "양당이 정쟁 재료를 찾아 하이에나처럼 눈길을 돌리는 상황을 뻔히 알면서 기름을 끼얹는 발언을 한 총리도 파행에 대한 일단의 책임이 있다"며 "국민에게 사과하라"고 요구했다.

김성희 부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대정부 질의는 술자리 한담의 진위나 캐자는 것이 아니다"라며 "차라리 원 밖에서 전국노래자랑 하듯 함께 모여 원껏 정쟁하고, 대신 대정부질의는 기회가 없어 발을 동동 구르는 민주노동당에게 넘겨라"고 요구했다.

민주당 이낙연 원내대표는 "이해찬 총리가 지나쳤다고 본다"며 이해찬 총리 책임을 강조했다. 이 대표는 "총리가 자신의 발언으로 야기된 문제를 수습하려 하지 않고, 균형과 품격을 잃고 오히려 확대시켰다"며 "총리의 오늘 발언은 조정자 역할보다는 한쪽 당사자로서 싸움을 사양하지 않겠다는 기존의 인상을 강화시켜 주었을 뿐"이라고 비판했다.

그는 또 "국회가 파행을 겪는 시간에 여당의 원내대표가 국회에 있지 않고 지자체 보궐 선거 현장에 가서 지원연설을 한 것도 잘못"이라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