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일보의 잇따른 만평 게재 누락에 전국시사만화작가회의(회장 손문상·부산일보 화백)가 단체 행동에 나설 움직임을 보이고 있어 주목된다.
***시사만화작가회의 "만평 게재 거부는 구시대적 발상"**
시사만화작가회의는 문화일보가 지난 18일자에 게재할 예정이었던 이재용 화백의 만평을 또다시 누락시킨 것과 관련해 오는 20일 오전 기자회견을 열어 이에 항의하는 성명서를 발표하기로 했다.
손문상 회장은 19일 프레시안과의 전화통화에서 "세계 유수의 신문사들도 만평의 경우 굳이 자사의 논조에 맞추지 않고 독립된 칼럼 영역으로 분류해 가고 있음에도 문화일보는 유독 이를 강조하며 만평 자체를 게재하지 않는 등의 폭력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있다"며 "이러한 구시대적 발상은 하루빨리 언론계에서 없어져야 하며, 이번 사태에 대해서는 최종 책임자인 편집국장이 공식적으로 사과할 것을 권고한다"고 밝혔다.
손 회장은 또 "이번 사태를 계기로 시사만화작가회의는 한국 언론상황 속에서 만평이 갖는 위상과 의미를 다시 새겨보고자 한다"며 "필요하다면 문화일보노조와 연대해 문화일보의 비뚤어진 보수편향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해 나가겠다"고 덧붙였다.
시사만화작가회의는 20일 기자회견 뒤 조만간 회원사 화백들과 함께 문화일보 편집국을 항의 방문할 계획도 갖고 있다. 시사만화작가회의는 젊은 시사만화작가 30명을 주축으로 지난 2000년 1월 결성됐으며, 현재 전국 35개 일간·주간지에서 시사만평을 게재하고 있는 화백들이 회원으로 가입해 있다.
***"논조와 맞지 않아" vs "보수층 눈치보기"**
한편 문화일보는 이번 사태와 관련해 "올바른 편집권을 행사한 것일 뿐"이라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다. 편집국 한 간부는 "문화일보는 그동안 여당이 추진하고 있는 이른바 4대 개혁입법안에 대해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해 왔다"며 "그런 차원에서 이 화백의 이날 만평은 마치 한나라당이 열린우리당의 정당한 개혁 추진을 흔들고 있는 듯한 인상을 강하게 주고 있어 게재하지 않기로 결정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나 이 화백의 입장은 달랐다. 이 화백은 19일 오후 프레시안의 전화통화에서 "내가 표현하고자 했던 것은 열린우리당이나 한나라당 모두 제대로 개혁과제를 추진하지 못하고 있는 점을 꼬집는 것이었다"며 "하지만 편집국장을 비롯한 몇몇 간부진들은 유독 한나라당 부분만을 크게 보고 만평 게재를 거부해 씁쓸함을 주고 있다"고 말했다.
이에 앞서 김종호 문화일보 편집국장은 지난 5일과 7일자에 실릴 예정이었던 이 화백의 만평 게재를 각각 거부한 바 있다. 이 화백은 5일자에서는 서울광장에서 열린 국가보안법 폐지반대 집회를 소재로 했고, 7일자에서는 국감장에서 제기된 친북교과서 논쟁의 문제점을 짚은 바 있다. 이 화백은 올해 5월에도 노무현 대통령의 탄핵을 소재로 만평을 그렸다가 편집국장에 의해 게재를 거부당하자 이에 반발해 1주일 동안 휴가를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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