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인공제회가 한국내에서 고리대금업을 하고 있는 일본 사채회사에 3백억원 가까운 돈을 대출해준 사실이 밝혀져 파문이 일고 있다. 이 고리대금업자는 군인공제회 돈을 갖고 국내에서 연리 66%의 살인적 고리로 서민들로부터 65억원을 벌어간 것으로 밝혀졌다.
최근 주가조작-특혜분양 등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는 군인공제회가 평소 얼마나 돈독이 올라있었는가를 보여주는 또하나의 적나라한 예이다.
***일본 고리대업자, 군인공제회 돈 빌어 서민돈 65억원 챙겨**
14일 국방위의 군인공제회 국정감사에서 송영선 한나라당 의원은 "군인공제회는 2002년 3차에 걸쳐 A&O인터내셔날이라는 일본계 대금업체(사채업체)에 CP(기업어음)를 매입하는 방식으로 2백89억9천만원을 빌려줬다"고 폭로했다.
송 의원이 밝힌 자료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이 회사에 1차 2002년 8월16일 1백80일 동안 95억8천만원을 8.5%의 이율로, 같은 해 10월18일에는 2백22일 동안 94억7천만원을 8.7%의 이율로, 같은 해 11월6일에는 33일동안 99억4천만원을 7%의 이율로 대출했다.
이렇게 군인공제회 돈을 대출받은 A&O인터내셔널은 국내 서민들의 상대로 66%의 법정 최고이율의 고리로 사채업을 벌여 75억원의 수입을 올렸고, 이 수입 가운데 10억원의 군인공제회 이자를 제외하고 총 65억원의 이익을 벌어들였다.
***군인공제회 "뒷돈 대준 게 아니라 정당한 투자"**
이에 대해 군인공제회 김승광 이사장은 "결과적으로 그렇게 돼 죄송하다"고 일단 사과한 뒤 "지탄을 받는 회사라고 해서 바로 빠져 나왔다"고 해명했다. 그러나 김 이사장은 법적인 문제는 없다고 적극 강변했다.
김 이사장은 "A&O사는 당시 국내 3개 신용평가회사로부터 투자적격 등급인 A3를 획득한 회사로써 안정성이 있다고 판단했다"며 "뒷돈을 대준 것이 아니라 정당한 투자를 한 것"이라고 반박했다.
그는 또 "지난 2002년 7월31일 국회를 통과한 '대부업의 등록 및 금융의 이용자 보호에 관한 법률'은 서민들의 고리대금업 피해를 줄이기 위해 사채업을 양성화하고자 한 법으로써, 당시 이러한 정부의 시책을 고려했다"고 주장하기까지 했다.
김 이사장의 이같은 해명에 송 의원은 "법적으로 전혀 문제가 없다고 하지만 내가 지적하는 것은 군인공제회의 윤리성에 대한 것"이라고 "이는 군인공제회 운영 원칙에 맞지 않는 것"이라고 질타했다.
하지만 군인공제회는 '윤리적 자성'을 하는 분위기가 아니었다.
***군인공제회 등의 돈으로 한국사채시장 60% 장악**
군인공제회가 대출해줘 문제가 된 A&O인터내셔널은 한국 사채시장에 최초로 진출한 일본 대부업체로 유명하다.
일본 굴지의 대금업체인 아에루(AEL)는 IMF사태직후인 지난 1998년 한국의 무역업체인 A&O인터내셔널을 인수해 1999년초 금융서비스업으로 업종을 전환해 고리대업을 시작했다. IMF사태로 금융기관 이용이 어려워진 서민들을 겨냥한 국내진출이었고, 이들의 노림수는 적중해 A&O인터내셔널은 해마다 100%이상의 급신장을 거듭했다.
A&O인터내셔널은 2001년 한해에만 3백50억원을 벌어들였고, A&0인터내셔널을 통해 큰 재미를 본 아에루는 그후 A&O인터내셔널외에 6개의 대금업체를 한국내에 신설해 무서운 속도로 사채시장을 장악해나가 2004년 현재 이들의 사채시장 장악률은 60%에 달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문제는 이처럼 일본 고리대금업계가 한국 사채시장을 싹쓸이하는 데 결정적 도움을 준 이들이 다름아닌 군인공제회 등 '한국의 돈줄'들이었다는 점이다.
일본 고리대금업자들의 국내 사채시장 싹슬이가 사회문제화되자, 금융감독원은 2002년 A&O인터내셔널 등 당시 국내에 진출해있던 11개 일본계 대금업체들로부터 자진신고를 받아 대출 및 조달액을 파악했다. 그 결과는 2002년 6월말 현재 대출금잔액이 8천8백억원이었으며, 이 가운데 출자금 3백85억원과 일본 현지차입금 7백23억원을 제외한 나머지 7천6백92억원(전체의 87%)이 모두 국내에서 차입해 쓰는 돈으로 밝혀졌다.
요컨대 일본 고리대금업자들은 군인공제회 등의 돈으로 한국사채시장을 싹쓸이하다시피 하며, 서민들의 고혈을 빼간 셈이다.
정부는 이처럼 일본 사채업체의 폐단이 크자, 2002년 10월 27일 연 66%로 이자를 제한하는 대부업법을 시행했으나 이들은 개의치 않고 계속해 막대한 부를 챙겼다.
***주가조작-특혜분양 등 복마전**
군인공제회는 "군인과 군무원의 생활안정, 복지증진, 국군의 전력향상에 기여하고자" 1984년 설립된 비영리 공익법인으로, 2003년 12월말 현재 현역장교와 부사관, 군무원 등 회원수 15만명, 자산규모 3조7천억원, 산하사업체만 15개를 거느리고 있는 거대 조직으로 발전했다. 군인공제회는 현재 서울 강남 도곡동 파워팰리스 바로 옆에 거대한 사옥을 갖고 있다.
이처럼 급속히 덩치를 부풀려온 군인공제회는 그러나 최근 각종 비리 연루 의혹으로 검찰의 수사를 받고 있다.
서울중앙지검 특수1부는 지난 7월7일 군인공제회가 2001년 2월쯤 서초동에 건립한 주상복합아파트 60~70평형대 아파트를 군고위층 30여명에게 사전 특혜분양 했다는 의혹에 대해 조사중이라고 밝혔다. 지난해 10월 중순부터 입주를 시작한 서초동 주상복합아파트는 4개동에 61~1백2평형 6백42가구 규모의 최고급 아파트로 현재 프리미엄만 2억~3억원을 호가하고 있다.
이와 관련 당시 경실련은 논평을 통해 "사전 특혜분양 받은 군고위층 관계자들이 남긴 시세차익은 상당할 것으로 추정된다"면서 "군인공제회의 사전 특혜 분양의혹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하라"고 촉구했다. 경실련에 따르면, 군인공제회는 부동산과 주택건설시장에 참여하여 광화문 앞의 '경북궁의 아침' 등 주상복합 아파트 분양뿐 아니라 공공택지에서는 수의계약으로 택지를 특혜공급받고, 아파트는 선분양하면서 엄청난 이득을 챙겨왔다.
경실련은 "군인공제회는 각종 부동산개발과 주택분양사업과 공공택지 특혜분양 등 이권사업에 참여하면서 이번에 제기된 특정인에 대한 사전 특혜분양 의혹 뿐 아니라 지난 2월에는 건설회사에서 수주청탁과 함께 1천만원 돈을 받은 혐의로 전 군인공제회 간부가 구속되는 등 각종 특혜비리와 뇌물수수사건으로 도덕성과 신뢰성을 상실하고 있다"며 검찰의 엄중수사를 촉구했다.
경실련의 촉구가 있는 다음날인 지난 7월9일 검찰은 군인공제회가 단지 서초동 주상복합아파트 특혜 분양비리뿐 아니라 주식투자 과정에서 주가조작 세력으로부터 돈을 받는 등 비리에 연루된 사실을 확인, 금융투자 사업 전반으로 수사 범위를 확대해 군인공제회를 바짝 긴장케 했다.
검찰은 이날 도곡동의 군인공제회 금융투자본부 등 사무실에 대해 압수수색을 벌여 회계장부 등 관련 서류를 확보, 분석중이며 일부 고위간부 등 4~5명을 출국금지시켰다. 검찰은 또한 법정관리중이던 통일중공업 주식을 작전세력으로부터 비싸게 사들이는 대가로 4억원을 받은 업무상 배임수재 혐의로 군인공제회 금융투자본부 직원 김모씨를 구속했다. 검찰에 따르면 김씨는 지난해 3월 통일중공업 주식 7백만주를 70억원의 고가에 매수해주는 대가로 통일중공업 주식에 대해 시세조종을 벌였던 투자컨설팅업체 RBA대표 이모씨로부터 4억원을 수수한 혐의다. 검찰은 증권거래법 위반혐의로 이모씨도 구속했다.
검찰은 그동안 금융-주택시장에 끊임없이 나돌아온 군인공제회 비리를 뿌리 뽑겠다는 방침으로 알려져 귀추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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