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의 초청으로 지난 9일 방한한 그렉 다이크 전 BBC 사장이 한국방송협회가 주최한 강연회에서 조선일보를 향해 강한 불쾌감을 피력했다.
***조선일보 보도에 강한 불쾌감**
다이크 전 사장은 지난 13일 오후 서울 목동 방송회관에서 '방송과 정치, 피할 수 없는 갈등관계인가'를 주제로 연설을 하던 중 자신의 방한 사실을 KBS에 대한 공격용으로 활용했던 조선일보 보도와 관련, "KBS 사장은 이를 무시하라"고 말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강연 서두에서 "한국에서 가장 큰 신문사(조선일보) 중 하나가 KBS 사장한테 사임하라는 기사를 실었다"고 운을 뗀 뒤 "지난 9일 방한 기자회견에서 큰 얘기가 오고가지 않았음에도 그런 기사가 실려 무척 놀랐다"고 조선일보 보도에 강한 불만을 토로했다.
조선일보는 MBC측이 지난 9일 저녁 마련했던 국내 기자들과의 간담회 자리에서 다이크 전 사장과 기자들 사이에 오고간 말들을 인터뷰 형식으로 기사화하면서 "정부·특정정당 대변하는 건 공영방송의 역할이 아니다"라는 제목으로 11일자에 보도했고, 12일자 사설 <전 BBC 사장이 들려준 공영방송의 정도>에서는 정연주 KBS사장의 사임을 촉구했었다.
다이크 전 사장은 주변 사람들로부터 조선일보가 자신의 발언을 빌어 KBS를 공격했다는 소식을 접하고 특별히 강연 서두에서 이같은 발언을 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이어 "나는 사임한 게 아니라 위원들에 의해 해임당했다"며 "제언을 하자면 KBS 사장은 신문사 얘기를 무시하고 스스로가 결정을 해야 한다고 말해주고 싶다"고 덧붙였다.
다이크 전 사장은 올해 1월 BBC기자 앤드류 길리건의 정부문서 조작 오보사건과 관련해 영국 의회가 <허튼 보고서>를 통해 "BBC 편집에 심각한 결함이 있다"고 결론을 내리자 이에 대한 책임을 지고 데이비스 개빈 BBC 이사장과 함께 동반 사임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사임 직후 BBC 직원 3천여명이 이를 반대하며 거리 시위를 벌일 정도로 재임 기간 동안 직원들로부터 많은 신임과 사랑을 받았다.
***"잘못 인정해 사임했던 것 아니다"**
한편 다이크 전 사장은 이날 강연회에서 자신이 걸어온 경력을 토대로 영국 방송의 현실을 비교적 소상이 설명해 눈길을 끌기도 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20여년전 어느 날, 영국의 최초 상업방송국이었던 TVAM에서 프로그램 국장을 맡아달라는 제의를 받았다"며 "그 방송국은 당시 파산 상태였기 때문에 아무도 가려하지 않았지만 나는 이를 수락했고 결국 혁신적인 프로그램으로 6개월만에 영국에서 가장 성공적인 아침방송의 방송국으로 키워냈다"고 밝혔다.
그는 또 "그런 자신감이 어디서 나왔는지 지금 생각해도 잘 모르겠다"며 "위기가 닥치더라도 직원들과 의사소통을 개방해 현실을 공감하고 내가 먼저 앞장선다면 직원들은 그런 사람을 따르게 된다"고 조언하기도 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방송의 미래와 관련해서는 "처음 방송을 시작했을 때는 영국의 경우 불과 3개 채널이 있었지만 지금은 2백개 이상의 채널이 있고, 시청자의 50%도 디지털TV를 시청하고 있다"며 "방송인이 왕이 됐던 시대는 끝나가고 소비자가 왕이 되는 시기가 다가오고 있음을 직시해야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그는 이라크 전쟁에 대해서도 "이라크전 당시 미국 언론들은 공정한 관찰자로서의 역할을 포기했다"며 "이로 인해 많은 미국인들은 더 균형 잡힌 보도를 접하기 위해 BBC에 몰려들었고, 이로 인해 BBC 라디오와 TV 시청률이 크게 오르기도 했다"고 소개했다.
다이크 전 사장은 이어 "영국 정부는 BBC가 전쟁을 포괄적으로 다루고 있는 것을 싫어해 압력을 행사하려 하고 있다"며 "그들 또한 BBC에 압력을 가할 권리는 있지만 문제는 BBC가 이런 압력에 굴복하지 않는 것"이라고 밝혔다.
다이크 전 사장은 올해 1월 토니 블레어 영국총리가 자신에게 보냈던 편지글을 소개하며 "그는 BBC가 편파적이라고 주장했지만 우리는 전쟁과 반전 양쪽 모두를 공정하게 다루고 싶었을 뿐 이었다"며 "이사장과 내가 사임한 것은 잘못을 인정해서가 아니라 <허튼 보고서>에 대한 반발이었고, 더 이상 정부와 BBC의 갈등이 깊어지는 것을 막기 위한 조처였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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