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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와 크립톤으로의 여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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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퍼맨 크리스토퍼 리브와 크립톤으로의 여행

김민웅의 세상읽기 <9>

배우 크리스토퍼 리브가 사망했다는 소식은 많은 사람들의 마음을 아프게 하고 있는 듯 합니다. 그는 전 세계의 어린이들은 물론이고, 어른들에게까지도 깊은 사랑을 받았던 인물이었기에 더욱 그리했을 것입니다.

영화 수퍼 맨의 주인공으로 활약했던 그가 말을 타다가 떨어져 척추를 다친 후 졸지에 전신마비의 장애인이 된 모습은 이전의 그가 아니었습니다. 휠체어에 몸을 의지한 채 꼼작하지 못하고 더군다나 머리카락 하나 없는 그의 얼굴에서 힘들게 나오는 목소리는 마치 그가 외계인이 되어버린 것 같은 착각을 불러일으키게 할 정도였습니다.

하지만, 그는 불굴의 의지로 자신의 삶을 추스르면서 적지 않은 장애인들에게 용기의 모델이 되어왔습니다. 변해버린 자신을 대중 앞에 내어놓기를 주저하지 않았고, 도리어 그로써 그 자신도 스스로에게 재기의 마음을 다지고 또한 다질 수 있었을 것입니다.

만화 수퍼 맨은 1938년, 작가 제리 시갈과 만화가 조우 슈스터가 손을 잡고 만든 13페이지짜리 신문 만화에서 그 첫 선을 보이게 됩니다. 애초에는 대공황기였던 1933년에 수퍼맨 만화를 출간하려 했지만 그때는 구상으로 그치고 말았다고 합니다. 수퍼맨을 갈망하는 시기였지만 그 대중적 매력이 아직 받아들여지기 어려운 시기였다고 할 수 있습니다.

1938년은 미국이 대공황을 겪고 난 이후 가까스로 정신을 차리고 다시 도약의 기반을 마련하려는 시점, 그리고 제2차 대전 직전 미국의 국제적 위상이 나름대로 높아지고 있던 상황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위기에 직면한 세계에 전지전능에 가까운 미국의 힘을 상징하는 존재로 내세워진 것이 바로 수퍼 맨이었던 셈입니다.

어쨌든 만화 수퍼맨은 등장 초기, 공황기 이후 들끓었던 미국 도시의 각종 범죄와 대결하는 것으로 그 주요 줄거리를 만들어 나갔습니다. 이후에는 점차 그 무대를 확대하여 외계인의 침략이나 국제적인 음모를 분쇄하는 내용을 담아나갔습니다. 그러한 수퍼맨 스토리의 발전과정은 미국 사회의 현실적 고민과 함께, 국가적 위상의 변화가 반영되어 있는 것이라고 할 수 있습니다.

한편, 수퍼맨은 크립톤 행성의 몰락을 예견한 크립톤의 과학자 조 엘이 자신의 아들 칼 엘을 지구에 보내 장래를 준비하는 것으로 시작됩니다. 크립톤은 크립토스(kryptos)라는 라틴어에서 나온 단어로 “비밀”, 또는 “숨겨진” 이라는 뜻이고, 조 엘과 칼 엘의 이름에 있는 “엘(El)”은 히브리어로 “신” 또는 “하나님”을 의미합니다. 따라서 수퍼맨은 인간에게 알려지지 않은 그 어떤 미지의 곳에서 온 신과 다를 바 없는 존재라는 이미지를 갖고 있는 것입니다.

미국의 패권적 영광을 극대화하려는 의도를 수퍼맨에서 발견하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습니다. 그러나 특히 크리스토퍼 리브가 연기했던 수퍼맨을 그렇게 단순도식으로만 파악하기에는 어쩐지 부족함이 있습니다. 그는 진정한 수퍼맨은 힘을 과시하려 들지 않는다고 하더군요.

수퍼맨 칼 엘은 지상에서 클락이라는 이름으로 살게 됩니다. 평소에는 매우 평범한 아니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성품을 가진 착한 사람으로 묘사되고 있습니다. 그러다가 위기에 직면한 상황을 보면 어느 새 세상이 알지 못하는 본래의 모습을 드러내어 그 위기를 타파하는 통쾌함을 보여줍니다.

특히 주목되는 것은 그가 인간에 대한 깊은 사랑을 가지고 있다는 점입니다. 악당들은 그 사랑마저 악용하려 들기도 하는데, 클락은 때로 사랑 앞에서 크립톤의 능력조차 포기하는 모습까지 보입니다.

그러고 보면, 수퍼맨은 힘이 있어서 수퍼맨이 아니라, 사랑과 평화에 대한 강렬한 마음이 있기에 수퍼맨이 아닌가 싶습니다. 실로 진정한 힘은 거기에서 나오는 것이 아닐까요? 우리의 곁에서 아마도 본래 자신이 왔던 크립톤 행성으로 떠났을지 모를 크리토퍼 리브의 눈빛은 그런 소망을 간직하고 있는 듯 하였습니다.

*이 글은 김민웅 박사가 교육방송 EBS 라디오에서 진행하는 "김민웅의 월드 센타"(오후 4시-6시)에서 하는 3분 칼럼의 프레시안과의 동시 연재입니다. www.e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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