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명박 서울시장이 한 극단이 준비한 가족뮤지컬의 공연 도중 수십명의 수행원들과 함께 자리를 뜨는 바람에 공연이 흐름이 끊기자 이를 관람했던 관객들과 예술인들을 중심으로 비난여론이 거세게 일고 있다.
***이명박 시장-유인촌 대표 등 공연도중 우르르 빠져나가**
23일 공연계에 따르면, 이 시장은 지난 17일 저녁 서울문화재단(이사장 정연희)이 서울 도봉구에 문을 연 '서울 열린극장 창동' 개막식에 참석한 뒤 개막작품인 극단 미추(대표 손진책)의 가족뮤지컬 '정글 이야기'를 관람했다.
관람객들에 따르면, 이 시장은 뮤지컬이 시작되기 이전에 극단측의 양해를 얻어 무대에 오른 뒤 '문화시장'으로서의 포부를 밝히기도 해 관객들로부터 큰 박수를 받기도 했다. 극단측은 이 시장의 인사말이 끝난 뒤 특별히 관객들에게 공연 도중 자리에서 일어나지 말 것을 당부하기도 했다.
그러나 공연장 맨 앞자리에 앉아 있었던 이 시장은 40여분 뒤 관객들이 한창 공연에 몰입하고 있을 무렵 자리에서 일어났고, 뒤를 따라 유인촌 서울문화재단 대표이사와 수행원 등 30여명이 동시에 우르르 자리를 뜨는 바람에 공연장은 일순간 어수선해졌다.
***"문화시장 되겠다더니..."**
그후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에는 이시장과 유인촌씨를 비난하는 글들이 쇄도하고 있다.
관람객 조윤정씨는 20일 서울문화재단 홈페이지 자유게시판에 올린 글을 통해 "인사말에서는 예술의 전당 못지않은 공연장을 만들겠다고 하더니 공연 도중 자리를 뜨는 것은 무슨 경우냐"며 "더 가관이었던 것은 예술인인 유인촌씨와 수행원들이 이 시장의 뒤를 따라 나선 것이었다"고 비판했다.
비난이 확산조짐을 보이자 서울문화재단측은 20일 게시판에 올린 해명 글을 통해 "먼저 공연을 끝까지 관람하지 못하고 나간 사실에 대해 극단측과 관객 여러분께 양해를 구한다"며 "하지만 서울시장의 경우 공식일정으로 시간이 없는 가운데서도 공연을 40여분 동안 관람하다가 피치 못해 자리를 뜬 경우였다"고 해명했다.
재단측은 또 "이번 일은 일부 공무원들의 의례적인 눈도장 찍기 공연관람이 아니라 정말 관심을 가지고 애정으로 관람한 것임을 알아주었으면 한다"며 "다만 함께 동석한 관련자들까지 일어나 자리를 뜬 것에 대해서는 깊이 사과한다"고 덧붙였다.
***"유인촌 대표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어"**
그러나 재단 해명에도 불구하고 비난여론은 좀처럼 수그러들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다.
관람객 한지영씨는 23일 재단 게시판에 올린 글에서 "이 시장은 바쁘셨다고 치더라도 유인촌 대표이사의 행동은 도저히 납득할 수 없었다"며 "돈 내고 시간 쪼개서 좋은 공연을 보러갔다가 기분이 상한 모든 관객들과 모든 배우들에게 더욱 정중하게 사과하기 바란다"는 글을 남겼다.
김민수씨도 "그 공연장은 이 시장이 사재를 털어서 지은 것이 아니라 국민의 세금으로 지어진 것"이라며 "그런 공연장에서 그렇듯 무례한 행동을 했으면 당연히 비판을 받아야 한다"고 가세했다.
문화계에서는 이명박 서울시장 취임후 서울시 예산 수천억원을 출연, 서울문화재단을 만들기로 하고 유인촌씨가 그 대표를 맡은 데 대해 '정치적 해석의 시선'을 던지는 이들이 적지않다. 이런 마당에 이시장과 유대표가 보인 행동은 세간의 의혹을 한층 부풀리는 결과를 초래했다는 게 공연계의 지배적 지적이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