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자총액 제한제 유지, 부당내부거래에 대한 계좌추적권 부활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거래법 개정안 처리를 둘러싸고 여야간의 대치가 물리력 싸움으로까지 번졌다. 16일 개정안 처리를 위해 열린 국회 정무위원회 전체회의는 위원장석을 점거한 한나라당의 반발로 개회조차 못하는 파행을 겪었다.
*** 3시간째 개회조차 못해 **
회의가 예정된 4시, 정무위 위원장석에는 김희선 위원장이 아닌 한나라당 유승민 의원이 앉아 있었다. 유 의원의 양 편에는 김정훈, 나경원 의원이 나란히 자리를 지켰고 최구식, 주성영 의원 등 정무위원이 아닌 한나라당 의원 다수도 정무위원석을 점거하고 있었다. 남경필 수석 부대표도 회의장을 서성였다.
한나라당의 회의장 점거는 3시간을 훌쩍 넘겨서까지 계속됐다. 김 위원장이 "자리를 내놓으라"고 요구하기도 하고 열린우리당 의원 20여명이 회의장으로 몰려오기도 했지만 유 의원은 위원장 자리를 내놓지 않았다. "이날 회의가 위원장의 일방적 통보로 소집되는 등 절차적 문제가 있으니 우선 해산을 선언하라"는 것이 한나라당의 주장이었다.
이날 정무위 통과가 급박한 열린우리당으로서도 쉽게 물러날 수 없었다. 이날 정무위를 통과해야 법사위를 거쳐 23일 본회의 처리가 가능하다.
이종걸 부대표는 "23일 본회의 처리를 약속할 경우 다음 일정은 유동적으로 생각해 볼 수 있다"며 수석부대표끼리의 접촉을 다시 한번 시도해 볼 요량을 보였다. 그러나 한나라당 측은 "23일로 최종시한을 못박지 말라"고 요구하고 있어 여야가 원만하게 접점을 찾기란 힘들어 보인다.
*** 한나라 "날치기" 우리 "지연전술"**
우선 한나라당은 "한번도 간사협의를 거치지 않은 채 일방적 통보로 소집한 회의 자체가 날치기"라며 회의 자체를 인정할 수 없다는 입장을 보였다. 김정훈 의원은 열린우리당 의원들에게 소회의 속기록과 국회법전을 들이대며 "날치기 회의는 원천무효"라고 주장했다. 한나라당 박종근 의원은 "정무위는 속기록이 두개냐"고 김 의원을 거들었다.
이에 김 위원장은 "절차상 하자를 주장하지만 위원장으로서 중립적 입장으로 처신해 왔다고 확신한다"며 "한나라당이 애초 회의 진행에 동의할 의사가 없다"고 반박했다.
열린우리당 김현미 의원도 "의사일정을 확정해 방망이 칠때는 아무말 없다가 이제와 내 맘이 그게 아니라면 그 마음을 누가 아냐"며 쏘아붙였다.
한나라당이 절차를 문제삼자 열린우리당은 "한나라당이 의도적으로 공정거래법의 통과를 지연시키고 있다"고 반격에 나서기도 했다.
김현미 의원은 "한나라당은 토론이 벌어지면 토론을 거부하고 계속 회의를 지연시키기만 하고 있다"며 "지난 대선에 차떼기로 자금을 준 재벌에 영합하기 위해 시장을 파괴하려는 정치적 연막술로 볼 수밖에 없다"고 주장했다.
이에 한나라당 권영세 의원은 "재벌당이라 비난 받아도 경제를 위해서 충분한 토론을 포기할 수 없다"고 맞받아 쳤다. 주성영 의원은 "오늘 나온 열린우리당의 모든 주장은 경제를 망쳐도 된다는데 일관성이 있다"며 비꼬기도 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