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일진상규명 조사대상에서 유독 경찰-헌병의 경우만 조사대상을 상향축소해 '형평성 논란'을 자초했던 열린우리당이 "헌병까지 확대해야 한다"는 한나라당의 주장을 수용하겠다는 의사를 밝혔다. 일부 여권 핵심인사들을 봐주기 위한 편법이 아니냐는 비판여론에 따른 입장 선회로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또 오는 23일까지 반드시 처리하겠다던 개정안 처리시기도 11월 이후로 연기했다.
***우리당, "친일법 통과, 23일에 연연치 않는다" **
열린우리당 행정자치위 간사인 박기춘 의원은 14일 친일진상규명법 처리 시기와 관련, "23일 처리를 위해 노력해 왔지만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본다"고 밝혔다.
박 의원은 "개정안이 늦게 발효돼도 결국 현재 법과 맞물려서 결국 개정안대로 가지 않겠나 싶어서 일방적인 방법을 동원하고 싶지는 않다"며 이같이 말했다. 그는 최종 처리 시기에 관해서도 "10월 중 본회의가 열리면 10월 중 상정되겠지만 국정감사 일정때문에 어려움이 있지 않을까 싶다"며 11월 이후로 연기될 수도 있음을 시사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아직 "혼선을 줄이기 위해서라도 본 법안이 시행되는 23일 이전에는 반드시 처리하겠다"며 욕심을 내고 있지만, 열린우리당 행자위 위원들은 되도록이면 충분한 의견 수렴을 통해 여론을 얻고 야당과의 이견차도 줄여 보자는 쪽으로 입장을 선회한 것으로 보인다.
현재 행자위에서는 13일 상정된 한나라당 개정안과 열린우리당 안이 병합심사중이고, 20일에는 공청회를 통해 각계의 의견을 수렴한 후 법안심사소위의 심사에 들어갈 예정이다.
***위원회 구성, 조사 대상 등에도 유연한 입장 **
친일파 조사 대상에 대해서도 열린우리당은 "상식적으로 통한다면 한나라당의 개정안을 받아들일 수 있다"는 자세를 보이고 있다.
군은 소위 이상의 장교, 헌병과 경찰 모두 그리고 경제침탈의 경우 동양척식회사와 식산은행의 중앙과 지방 조직간부로 조사 대상을 넓힌 한나라당의 개정안에 대해 열린우리당은 "대상을 넓힌 것은 나쁠 게 없다"며 수용 의사를 밝혔다.
당초 열린우리당의 개정안에선 조사대상을 군의 경우 '중좌(중령)'이상에서 '소위' 이상으로, 문관은 '군수'이상으로 확대한 반면, 유독 경찰, 헌병 대해서만은 조사대상을 기존의 '헌병분대장'에서 '경시(경찰서장, 현총경급)' 이상으로 상향 축소했다. 그러나 이 안대로 할 경우 박정희 전대통령의 경우 조사대상에 포함되는 반면, 일제 때 헌병을 했던 여권 핵심인사들의 선친이 조사대상에서 제외돼 이들에게 '면죄부'를 주기 위한 게 아니냐는 비판을 받아왔다.
이같은 비판여론을 의식한 듯 박기춘 의원은 "우리당의 책임있는 분들과 관계 있다고 해서 친일파 대상을 확대하자는 것을 굳이 마다할 이유가 없다"고 말했다. 강창일 의원도 이날 SBS 라디오에 출연, "상식적으로 통한다면 받아들일 수 있다"고 말했다.
***조사기구 소속 놓고 갈등**
진상규명위원회 구성을 둘러싼 여야간의 이견 차이도 극복의 여지가 보인다.
열린우리당은 국회 동의를 거쳐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식을, 한나라당은 국회 추천을 받아 학술원장이 임명하는 방식을 주장했으나, 이날 박 의원은 "한나라당이 3부의 추천을 받고 국회의 동의 받아 대통령이 임명하는 방안을 한나라당 쪽에서 검토할 수 있다고 했고 우리당에서도 검토의 여지가 있다"며 절충안을 제시했다.
그러나 위원회를 대통령 직속 기구로 하자는 열린우리당과 학술원 산하기구로 두자는 한나라당 측의 주장이 팽팽히 맞서고 있고, 열린우리당이 추진 중인 출석요구에 불응시 동행명령장 발부와 관련해서도 한나라당이 강하게 반발하고 있어 친일법 개정에는 여전히 진통이 예상된다.
행자위는 전날 전체회의에서 5시간 넘게 친일법 개정을 두고 치열한 공방을 벌였으나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산회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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