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패배의 법', '독재에 대한 향수', '정적학살용'...
7일 열린우리당 중진그룹 회의인 기획자문단은 국보법을 위와 같이 규정하고 '폐지론'에 힘을 실었다. 개정 주장과 폐지 주장이 팽팽히 맞서는 당내 분위기를 의식한 탓에 "개정과 폐지가 별 차이 없다"며 균형잡기에 부심했던 지도부 역시 "국보법은 뿌리를 뽑아야할 법"이라며 개인 소신을 강하게 피력했다. 이에 개정파도 "당론이 폐지로 모아지면 당론을 따라야 하지 않겠냐"며 사실상 투항 선언을 했다.
지난 5일 "(국보법을) 칼집에 넣어 박물관으로 보내야 한다"는 노무현 대통령의 언급후, 갈팡질팡하던 여권내 국보법 논의는 당론 폐지 쪽으로 가닥을 잡는 모양새다.
*** "다음번에 폐지하려면 더 많은 노력 필요"**
이부영 의장은 이날 회의에서 "당내에는 폐지론이 3분의2에 가까운 다수 의견이고 개정론자들도 이름만 유지하자는 쪽으로 내용에 있어선 폐지론과 다를 바가 없다"며 폐지론이 대세로 부상한 당내 분위기를 설명하고 "9월안으로 당론을 모을 것"이라고 밝혔다.
이 의장은 또 "정권안보용, 인권탄압용이라고 해서 유엔 인권기구와 미국 국무부까지도 폐기하라고 요구한 법을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것은 냉전수구의 논리"라며 국보법 존치론을 정면 반박하고, "냉전시대로 묶어두는 것이 애국인양 국민을 호도하는 시각을 빨리 넘어서야 한다"고 덧붙였다.
임채정 기획자문단 위원장은 "개폐를 두고 한나라당과 일부 세력들이 지나치게 진실이 아닌 편파적이고 왜곡된 인식을 내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고 있다"며 "미래를 위해 장래를 위해 주어진 과제이기 때문에 큰 논란없이 합의하려 했으나 작금의 상황은 서로간의 상생을 추진하는 것만으로는 되지 않을 것 같다"고 밝혀 한나라당의 거센 반대에도 폐지를 강행해야 한다는 소신을 명확히 했다.
임 위원장은 이어 "국보법은 전형적인 청산해야 할 구시대의 유물로 이번에 정리 안하면 다음번엔 더 많은 노력이 필요하고, 더 많은 논란이 빚어질 것"이라며 "역사에 대한 책임이 있는 우리당이 힘을 합쳐 이 문제를 기어이 해결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장영달 의원은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은데 적어도 유신독재와 함께 해 왔던 사람들은 그런 주장 해서는 안된다"며 여권내 폐지 주장에 극력 반발하고 있는 한나라당을 비난하고 "그 체제에서 국보법은 가장 대표적으로 정적 학살에 악용됐다. 다시 유신시대때처럼 그걸 꺼내서 사용하려는 유혹을 갖는 것은 안된다"고 주장했다.
***안영근 "개정론도 상당한 설득력 가졌는데..." **
이날 회의 중 공개된 자리에서는 모두 8명이 국보법 문제를 언급했다. 이 중 조성래 의원만이 유일하게 개정론을 주장해 '폐지론 대세'를 입증했다.
조 의원은 "국보법이 폐지돼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국민의 상당수가 국보법의 존재와 효과를 인정하는 입장"이라며 "국민에 대한 설득없이 우리당이 독주하는 모습으로 강행하다가는 국민의 지지를 잃을 수 있다"고 우려했다.
개정모임을 이끌었던 안영근 의원도 이날 MBC 라디오 프로그램에 출연해 "그 전에는 개정론도 상당한 설득력을 갖고 전파되고 있었는데 하루사이에 갑자기 폐지론이 대세를 타버리니 현재로서는 띵하다"며 폐지쪽으로 기운 당내 분위기를 인정했다.
안 의원은 "불가항력적으로 일단 당론이 폐지 쪽으로 결정될 경우 당론을 따를 것"이라고 밝히고 다만 "(형법보완시) 개정론의 요지가 분명히 반영될 수 있도록 노력키로 입장을 정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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