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병영 교육부총리가 교육부 이메일 서비스 가입자들을 대상으로 최근 일고 있는 국사교육 축소 논란에 대한 반박 논지의 편지글을 발송한 것과 관련, 전국교직원노동조합이 이를 조목조목 반박하며 현행 교육과정의 개편을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안 장관 “우리 역사교육 문제없다” 강변**
안 장관은 지난 8월 31일 교육부 이메일 서비스에 가입돼 있는 교사들을 대상으로 ‘우리나라의 역사와 국사교육에 대하여 국민 여러분께 드리는 말씀’이라는 제목의 편지글을 발송했다(본보 9월 1일자 기고글 참조).
이 글에서 안 장관은 “국사과목의 다른 교과 통합운영과 선택과목 지적은 세계적으로도 유사 과목의 통합 연계학습이 효과적”이라며 “고교국사를 선택화한 것이 잘못이라는 지적도 고교 교육과정을 오해한 데서 비롯된 것”이라고 일축했다.
안 장관은 보다 구체적으로 △초등 3학년~6학년까지 주당 3시간씩 역사수업이 이뤄지고 있고 △7차 교육과정에서 고교 2~3학년은 모두 선택과목이며 △전국의 85% 이상의 학교가 <한국 근현대사>를 개설하고 있어 국사교육을 소홀히 하고 있지 않다고 반박했다.
안 장관은 글 끝에서 “우리들이 간과해서는 안될 것은 앞으로의 국사교육 방향이 ‘역사지식 교육’의 양적 확대에만 머물러서는 안되며, ‘역사의식 교육’의 질적 확대로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장교사들 “자질이 의심스러운 주장” 반박**
그러나 이에 대해 현장교사들의 반응은 냉담했다.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원영만)과 전국역사교사모임(회장 김육훈)은 지난 2일 성명을 내어 “안 장관이 역사교육의 실정을 모르고 그같은 주장을 했다면 이는 우리나라 공교육을 책임진 교육부장관으로서 자질이 의심스러운 발언이며, 반대로 역사교육의 실정을 알고도 비난여론을 모면하기 위해 거짓말을 했다면 이는 공직자로서의 책임감과 도덕성을 스스로 포기한 것”이라고 맹비난했다.
이들은 성명에서 “초등학교 역사교육의 경우 교과서를 한번만 흝어봐도 지난 6차 교육과정 때보다 크게 줄었다는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며 “세계적으로 역사교육을 사회과에 통합하고 있다는 주장 또한 자국 역사가 2백년에 불과한 미국을 제외하고는 통합 운영하는 나라가 거의 없다”고 비판했다.
이들은 이어 “실업계와 자연계열 학생의 경우 <한국 근현대사>를 아예 선택하지 않을 뿐 아니라, 인문계에 개설된 <한국 근현대사> 역시 모든 학생들이 선택하는 것은 아니다”라며 “결국 현재 우리나라 고교생이 배울 수 있는 ‘공통국사’는 개항 이전의 전근대사로만 국한돼 있는 실정”이라고 덧붙였다.
***전교조 “국사교육, 세계사교육과 유기적 관련성 강화해야”**
한편 전교조는 “절대적으로 부족한 현행 국사교육을 양적으로 확대하는 한편 세계사교육과의 유기적 관련성 또한 강화해야 한다”는 원칙 아래 장·단기적인 역사교육 강화 방안을 제안했다.
전교조는 단기 방안으로 △중·고교에 대한 행정지도를 통해 현행 교육과정의 재량시간을 적절히 활용, 축소된 역사교육 수업시수 보완 △대입전형에 역사교과의 필수과목 지정 적극 유도 △인문·사회계열 지원자의 경우 역사를 필수과목으로 지정 △비전공자의 역사교과 담당 최소화와 중장기적 역사교사 수급계획 수립 등을 제시했다.
또, 장기 방안으로는 △세계사적 보편성에 입각한 국사교육의 지속적 강화 △국사와 세계사의 독립교과화 △최소한 6차 교육과정 수준의 수업시수 확대 △초등은 사회과 안에서 역사를 소화하되 중·고교 6년은 독립교과화 △역사의식 교육을 위해 획일적 국정교과서 체제 개편 △‘국영수’ 중심의 수능체제 개편 등을 내놨다.
전교조는 “현행 교육과정과 수능체제 인정을 전제로 한 단기 처방은 한계가 명확하다”며 “따라서 조속한 시일 안에 현행 교육과정의 문제점에 대한 광범위한 검토와 여론수렴을 바탕으로 새로운 교육과정을 짜고, 이에 알맞은 교육이 이뤄질 수 있도록 해야할 것”이라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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