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지원금 문제를 계기로 조중동이 지면을 통해 진보적 시민단체들의 도덕성을 문제삼고 있는 가운데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민언련, 이사장 이명순)이 주최한 한 토론회에서 언론계와 학계, 정치권 인사들이 여느 때보다도 강도 높은 목소리로 조선일보 등을 맹비난해 눈길을 끌었다.
***"친일 언론사 청산기구도 구성하자"**
민언련이 지난 2일 오후 민주화운동기념사업회에서 개최한 '과거사청산 보도 관련 긴급토론회'에서 토론자들은 "이번 기회에 친일 언론사 청산기구도 반드시 구성해야 한다"고 한 목소리를 냈다.
김동민 한일장신대 교수는 발제에서 "조선일보는 이미 단행본 <조선일보 역사 단숨에 읽기>와 팜플렛 <조선총독부도 안티조선이었다?> 등을 통해 과거 역사의 진실 규명에 적극적으로 저항하고 있는 중"이라며 "정도의 차이만 있을 뿐 동아일보나 한나라당 등 수구기득권세력은 그들 자신이 대상자이기 때문에 과거사 진실 규명에 완강하게 저항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교수는 "그렇기 때문에 조선일보 등은 과거사 진상규명 얘기가 나올 때마다 그동안 의문사진상규명위원회를 흠집내고, 여당 관계자들의 족보를 뒤지며 정치권의 정쟁을 부추기다가 이제는 시민단체들을 매도하기에 이르렀다"며 "이 시점에서 역사적 진실 규명의 의지를 갖고 있는 정부와 정당, 시민단체, 개혁적 매체들이 소명의식을 갖고 국민들을 설득해 나가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운현 오마이뉴스 편집국장은 "조선일보의 논리대로라면 과거 조선일보 또한 한국언론재단의 지원을 받아 기자를 교육시켰고, 또 지금도 이러저러한 명목으로 외유를 나가고 있지 않느냐"며 "진보적 시민단체를 비판하고자 했다면 그들이 정부지원금을 받아 목적에 맞게 썼는지, 감사는 제대로 이뤄졌는지에 초점을 맞춰야 하지만 애초 보도의 목적이 흠집내기였기 때문에 마치 이들 단체들이 부정한 곳에 돈을 쓴 것처럼 보도를 몰아갔다"고 비판했다.
그는 또 "조선일보가 이렇듯 몰염치한 보도를 할 수 있었던 데에는 다른 언론사들이 동종의식을 앞세워 제대로 비평을 해주지 않았기 때문"이라며 "이제는 이같은 반역사적 매체를 일소할 청산기구를 만드는 것도 필요하지 않느냐"고 제안했다.
이에 대해 이영순 민주노동당 의원은 "친일과 독재, 그리고 이를 통해 기득권을 누리고 있는 '조중동'은 과거사 청산 문제에 토를 달 자격이 없는 만큼 친일 언론사 청산기구를 만들자는 제안에 적극 동감한다"며 "앞으로 이들 언론사들이 다시는 과거사 청산을 가로막지 못하도록 법제도적인 장치를 만드는 데 힘을 보태겠다"고 말했다.
정청래 열린우리당 의원도 "정치인들의 행동에 정치적 이유가 있듯 보수신문사들 또한 자신들이 과거사 청산의 대상자이기 때문에 지금과 같이 얼토당토 않은 논지를 펴고 있는 것"이라며 관련 기구의 구성에 동조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과거사 청산, 언론개혁과 맥 닿아 있다"**
토론 참석자들은 과거사 청산과 관련한 보수신문의 보도태도에 대해서도 신랄한 비판을 쏟아냈다.
김서중 성공회대 교수는 "과거사 얘기만 나오면 왜 꼭 경제문제가 나오는지 곰곰이 따져볼 필요가 있다"며 "상식적으로 과거사를 청산한다고 행정부의 모든 관료들이 나서고, 또 노동자들이 일손을 멈추는 것은 아니잖느냐"고 꼬집었다.
같은 대학의 김동춘 교수는 "과거사 청산은 이미 수 년 전부터 관련자들이 운동을 해왔고, 또 학자들은 이에 앞서 수십년 전부터 주장해 왔음에도 반대입장에 서 있는 신문사들은 노무현 대통령의 발언 이후 관련 사실을 과도하게 정치화하고 있다"며 "언론은 지금이라도 공론의 장 역할을 충실히 하는 차원에서 과거사 청산이 우리 사회에 던지는 긍정과 부정을 꼼꼼히 살펴 정치권이 소모적인 정쟁에 빠지지 않도록 도움을 줘야 한다"고 말했다.
김삼렬 독립유공자유족회 회장은 "조선일보는 며칠 전에도 독립기념관 관장에 김삼웅 전 서울신문 주필이 추천된 것과 관련해 마치 독립유공자 전체가 반발하는 것처럼 보도를 내보내는 등 여전히 악의적인 보도를 내보내고 있다"며 "이는 김 전 주필이 과거사 청산 차원에서 독립기념관의 조선일보 윤전기 철거에 앞장섰고, 또 그동안 방응모 김성수 등 보수신문 사주들의 친일 행적을 비판해 왔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MBC <이제는 말할 수 있다>를 기획해온 정길화 PD는 "과거사 청산과 관련한 언론사들의 보도태도를 가만히 들여다보면 신문과 방송이 대립하고 있고, 세밀하게는 신문의 경우 족벌신문-독립신문, 방송은 공영방송-민영방송이 각각 대립점을 이루고 있다"며 "이는 결국 족벌구조 아래의 언론사들이 기득권 유지 차원에서 과거사 청산에 반대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정 PD는 "따라서 과거사 청산 문제는 언론개혁의 과제와 함께 다뤄져야 한다"며 "이 과정에서 족벌언론은 여러 이유를 들어 '물타기'를 시도할 것이 분명한 만큼 뜻 있는 언론단체와 시민단체, 그리고 정치권은 국민 여론형성에 보다 많은 신경을 써야 한다"고 제안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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