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산일보의 주식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를 둘러싸고 정치권의 논쟁이 계속되고 있는 가운데 그동안 정수장학회가 공익재단인 관계로 편집방향에 아무런 영향을 받지 않고 있다고 항변해온 부산일보가 최근 지역 시민단체들의 진상규명 촉구 광고게재를 거부한 것으로 밝혀져 논란이 일고 있다.
***광고단가 이유로 시민단체 의견광고 이례적 거절**
모두 33개 지역시민단체들로 구성된 정수장학회 관련 부산 시민사회단체 공동대책위원회(공대위, 공동대표 임동규·박영미)는 지난 17일 부산일보 광고국에 ‘정수장학회 진상규명 촉구 1천인 선언’ 광고게재를 의뢰했다.
공대위는 이 광고에서 “군부 독재 정권이 부당하게 사유재산을 강탈해 설립한 정수장학회라면 지금이라도 사회에 환원돼야 한다”며 “역사 바로세우기 측면에서도 하루빨리 철저한 진상규명 작업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공대위는 또 광고 내용에 선언자들의 이름과 함께 ‘정수장학회 관련 제보를 받습니다’라는 문구도 넣었다.
그러나 부산일보측은 애초 “시기가 민감하므로 유보할 수밖에 없다” “광고단가가 너무 맞지 않는다” 등의 이유를 들며 다시 상의해 보자는 입장을 보였다가 23일까지 답변을 듣지 못한 공대측이 재차 광고게재 여부를 문의하자 최종적으로 게재 거부 의사를 밝혔다.
이에 대해 정순영 공대위 사무국장은 “기존에는 지역 시민사회단체가 광고를 낼 경우 기꺼이 지면을 내주던 부산일보측이 이번만은 광고단가 등의 이유를 전면에 내세워 광고게재를 거부했다”며 “더군다나 광고의 내용이 부산일보를 음해하자는 것이 아니라 숨겨진 역사의 진실을 찾자고 제안하는 것이라는 점에서 부산일보의 이번 행동은 대주주의 눈치를 본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비판했다.
이 광고는 같은 지역에서 발행되는 국제신문의 경우 지난 28일자 1면에 5단으로 게재했다.
***“정수장학회 정상화에 부산일보 스스로 나서라”**
이에 공대위측은 30일 오전 부산일보사 앞으로 항의서한을 보내 재발방지를 당부했다.
공대위는 서한에서 “우리는 정수장학회 정상화를 위해 전체 시민사회는 물론 부산일보 스스로도 주체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믿는다”며 “(회사측은) 더 이상 편집권 독립과 부산일보의 발전을 위해 노력하고 있는 구성원들의 사기를 꺾지 말라”고 촉구했다.
공대위는 또 “우리는 정수장학회에 대한 사회적 논의가 뜨겁게 달아오르고 있는 현실에서 부산일보 지면만은 오히려 제대로 된 보도를 찾아볼 수 없는 점 또한 우려하고 있다”며 “사회적 논의를 가장 합리적으로 진전시킬 수 있는 언론이 그 역할을 방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앞으로도 예의주시 하겠다”고 덧붙였다.
한편 전국언론노조 부산일보지부(위원장 이재희)는 이번 사건과 관련해 회사측에 “광고게재를 거부할 명분이 없다”는 입장을 전달했으며, 최근 노조 산하 공정보도위원회의 인력을 보강, 사설을 비롯한 부산일보 논조 전반에 대한 모니터 활동 강화에 들어갔다.
부산일보지부는 또, 지난 8월 초부터 내부 구성원 전체를 대상으로 벌여왔던 정수장학회 관련 여론조사가 최근 마무리됨에 따라 어떤 방식으로 결과를 발표할 지를 놓고 내부 숙의에 들어간 것으로 알려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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