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의원 1백9명이 28일 전남 구례-곡성으로 2박 3일 일정의 의원연찬회를 떠났다. 이번 연찬회의 의제는 ▲국보법 개폐-과거사 등 국가정체성 ▲행정수도이전 ▲당 개혁 방안 ▲정기국회 전략 등 크게 네 가지다.
비록 당 지도부에선 연극공연, 섬진강 순례 등의 '호남 민심속으로'라는 큰 주제를 설정해 놓고 있지만, 연찬회 의제를 두고 벌어질 토론에선 박근혜 대표-김덕룡 원내대표를 중심으로 한 당 주류와 이재오-김문수-홍준표 의원이 중심이 된 대표적 당내 비주류인 국가발전전략연구회, 또 다른 비주류의 한 축인 영남권 중진 의원들의 시각차가 커 격론이 예상된다.
***발전연, 과거사 논쟁 박근혜 정조준**
과거사 논쟁과 관련해선 박근혜 대표의 측근그룹이라 할 수 있는 여의도연구소에서 27일 "▲역사뒤집기 불가 ▲정략적 접근 불가 ▲보복응징 중심 불가"라는 3불가론을 제시하며 로드맵을 발표했다. 함께 기자회견에 나섰던 박형준 여의도연구소 부소장은 "이 안을 중심으로 연찬회에서 토론이 될 것"이라며 "사실상의 당론으로 봐도 좋다"고 못박았다.
그러나 3선의원이 주도하고 있는 국가발전전략연구회는 연찬회에 임하는 발전연의 입장을 발표하며 박 대표의 정수장학회 이사장직 사퇴와 당내 5-6공 인사의 과거사 관련 사과를 요구했다. 조사 대상에 대한 논의도 "민주주의와 인권 탄압에 대한 공감대가 있는 부분에 대한 진상 규명"을 제시하며 친북-용공 세력 등에 대해선 "논의가 이뤄지지 않았다"고 밝혀 지도부와 각을 세웠다.
발전연은 또 수도이전 문제와 관련해 "수도이전 반대"라는 입장을 밝혔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선 "수도이전 계획이 상당히 진행된 만큼에 무작정 반대가 아닌 대안이나 절충안을 찾아야 한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 발전연은 이번 연찬회에서 과거사와 수도이전에 대해 적극적으로 문제를 제기해 당 지도부를 압박한다는 방침이다.
***영남권 중진, 국보법 개정ㆍ대호남 사과 등에 반발**
비주류의 또 다른 한 축인 보수성향의 영남권 중진 의원들도 연찬회를 계기로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그간 소장파 등에 밀려 숨죽이고 있던 영남 의원들은 지난 23일 의원총회에서 연찬회 마지막 일정에 '의원 전원의 광주 망월동 참배 계획'이 들어있는 것에 강하게 반발하며 지도부에 맹공을 퍼부었다.
이들은 국가보안법에 대해서도 '개정 불가'나 '일부 조항 소폭 개정'의 입장을 갖고 있어 전면 개정 등을 주장하는 소장파에 대해 강한 반감을 갖고 있는 상태다. 이들은 박 대표 취임이후 대부분 당직에서 배제돼 왔고 그간 소장파에 대한 불만이 쌓여 있던 상태라 이번 연찬회에서의 대대적 공세를 벼르고 있다. 김용갑 의원 등을 제외하고 연찬회에 집단 불참하려 했던 방침도 대대수 참여로 바뀌었다.
하지만 당 지도부에선 이들의 주장을 수용할 경우 당이 수구보수로 몰릴 우려가 큰 상황이다. 의총에서 망월동 참배가 논란이 됐을 때도 의총직후 원내대표단의 '집단 참배'입장에 조금의 흔들림도 없었다는 점도 이 같은 사실을 반증해준다.
오히려 원희룡 최고위원 등이 "의원 전체의 대호남 사과" 등의 제안을 할 것으로 알려졌고 당 지도부에선 연찬회를 계기로 당의 체질을 '건전 보수', '선진 보수'로 바꾸겠다는 방침이라 영남의원들과의 골이 더 깊어질 가능성도 있다.
***망월동 묘역 참배에 영남 중진의원 불참 예상돼**
28일 연찬회 첫날 한나라당 의원들은 천안 독립기념관에 들러 통일동산 가꾸기에 참여하고 2007년 대선 승리를 기원한다는 의미로 통일의 종을 7번 타종하기도 했다.
이어 오후에는 영호남간의 지역화합을 상징하는 섬진강 순례를 한 뒤, 봉조리 농촌체험마을에 도착해 박찬숙, 이재오 의원 등이 중심이 된 여의도 극단의 연극 공연도 벌인다.
연찬회 첫 날을 '이벤트성' 행사로 진행한 이후 29일부터는 본격적인 토론에 들어간다. 이어 마지막 날인 30일에는 김용갑 등 영남 중진의원들의 불참이 예상되는 속에 광주 망월동 국립묘지를 단체 참배할 계획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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