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은 28~30일 의원연찬회를 당 사상 최초로 전남 곡성과 구례에서 실시한다. 지난 12일 박근혜 대표가 김대중 전대통령을 만나 유신 피해를 사과하는 등 적극적인 호남 끌어안기 전략의 일환으로, 이번 연찬회 마지막 날엔 의원들이 전체가 광주 망월동 묘지를 참배하는 계획도 세웠다.
그러나 당 지도부에서 세운 이 같은 연찬회 계획은 23일 의총에서 영남권 보수의원들에 의해 제동이 걸렸다. 한나라당 전체 의원들이 광주 망월동 묘지 참배를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는 반발이다.
당 지도부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묘역참배를 강행할 방침이다. 의총 직후 임태희 대변인은 "이견이 있더라도 설득할 것은 하고 이해할 것은 이해하도록 해야 된다는 것이 오전 상임운영위의 논의 결과였다"며 "반대하는 사람들은 끝까지 설득한다는 방침"이라고 밝혔다.
아직도 구여권이 저지른 5.18 광주항쟁의 범죄조차 자성하지 못하는 의원들이 상당수 존재하는 게 한나라당의 적나라한 현주소다.
***김용갑, "나는 절대로 못간다"**
당내 영남권 보수의원 모임인 '자유포럼'간사를 맡고 있는 이방호 의원(경남 사천)은 본회의 시간이 임박해 김덕룡 원내대표가 의총을 끝내려 하자, 발언을 신청해 "연찬회 일정 중에 마지막 날 5.18광주묘역에 참배하는 것이 눈에 띈다"며 말문을 열었다.
이 의원은 "지금까지 한나라당이 견지해온 당의 정체성과 당의 노선을 종합해보면 대표가 행사장에 대표로 참석하는 것은 양해가 되고 수용이 돼 왔지만 전체 의원 총의로 5.18묘역에 참배하는 것은 의총에서 걸러야 한다"며 제동을 걸었다.
그는 "개인적으로는 점진적으로 나가야 한다는 것이 시대적 사명이라고 인식하고 있다"면서도 "묘역참배를 문제 삼는 여러 의원들의 말을 들었다. 의총에서 토론이 필요하다"고 주장해 결국 본회의 직후 다시 의총이 소집돼 논란을 벌였다.
따가운 여론을 의식한 듯 바로 비공개로 진행된 오후 의총에서 안택수 의원(대구 북을)은 "5.18 묘지 방문은 정치적으로 민감한 것으로 한나라당 의원 전원이 참석하는 것은 정치적으로 어려운 문제가 생길 수 있다"며 "나는 적극적으로 반대하고, 대안으로 국회 의원동산에서 (호남인들과) 친교의 시간을 갖는 것도 좋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안 의원은 "지금 호남을 의식하는 것은 대선에 대비, 너무 빨리 조급증을 보이는 것이며 지나치게 작의적인 것"이라고 비판했다.
수구의원의 대부격인 김용갑 의원(경남 밀양-창녕)은 "당 전체가 참배하는 것은 6.25참전용사 등에서 가만히 있지 않을 것"이라며 "아직 한나라당 지지자들이 동의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나는 못간다. 절대로 못간다"고 덧붙였다.
***"미리부터 가서 거부감을 없애야 한다"**
영남 보수 의원들의 이같은 주장에 대해 당내 개혁성향 의원들은 "선거 때 가면 더 정략적이라고 비난받을 수 있다"고 주장하며 강력히 망월동 참배를 주장했다.
심재철 기획위원장은 "5.18 묘지 방문이 왜 정체성에 어긋나고 정치적으로 민감한 지 이해가 안간다"며 "한나라당이 비록 보수라고 하지만 자유ㆍ민주의 깃발을 내걸고 있고, 이는 5.18정신"이라고 반박했다. 심 위원장은 "5.18묘지에 가지 않는 것은 우리를 더 왜소하게 하는 것"이라며 "선거 때 가면 정략이라고 비난 받는 만큼 지금부터 거부감을 없애자"고 주장했다.
원희룡 최고위원도 "선진화를 이룬다는 정당이 내부상처에 대해 먼저 끌어안는 움직임이 없다면 지역정당을 선언하고 주저앉아야 한다"면서 "역사에 대해 철저히 반성해야 하며 득표전략으로서가 아니라 현대사의 아픔을 극복하고 미래로 가는 통합의 정신으로서 필요하다"고 가세했다.
정병국 의원도 "5.18 묘지 참배가 한나라당 지지자들에게는 정서적으로 맞지 않을 수 있지만 이 묘지는 우리가 집권당, 다수당일 때 만든 것"이라며 "이런 때일수록 민심 속으로, 가장 취약한 지역으로 들어가 부딪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김덕룡 원내대표도 "광주민주화 운동은 우리가 이미 민주 혁명으로 사실상 성격규정을 했고 묘지도 국립묘지로 인정을 받았다"며 망월동 참배의 정당성을 주장한 뒤, "이 계획은 일부 소수 몇 사람의 의견은 아니다"라고 보수성향 의원들의 주장을 반박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