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앙일보가 중앙일간지 가운데 처음으로 본 지면에 경제·스포츠섹션을 모두 통합하는 형식을 빌어 16면이나 대폭 감면했다. 극심한 광고불황이 신문계를 강타하고 있는 결과다.
***경제섹션도 본지에 통합, “9월 다시 원상복귀”**
중앙일보는 9일자 ‘알림’을 통해 “내수 부진이 워낙 심각해 9일자부터 통합 1섹션 32면 발행 체제로 들어가게 됐다”며 “이에 당분간 경제섹션을 종합섹션에 통합해 ‘섹션 안의 섹션’으로 편집하겠다”고 밝혔다.
중앙일보는 “외환위기 때보다 더 어렵다고들 하는데 이렇듯 내수가 가라앉는 상황에서 신문사도 예외는 아니다”라며 “더욱이 요즘은 1년 중 (광고실적이) 가장 어렵다는 하한기”라고 감면의 이유를 설명했다.
중앙일보는 지난 6월 말에도 여름철 광고 비수기를 이유로 스포츠섹션을 본 지면에 통합하는 등 평소 56면~62면 체제였던 지면을 48면으로 대폭 감면했다.
중앙일보는 또 올림픽 기간에는 증면을 하던 통상적 관례를 깨고 "스포츠면도 올림픽 기간중(8월13일~29일) '섹션 안의 섹션'으로 내용을 더 충실히 전해 드리겠다"고 말해, 그리스 올림픽 기간중 증면할 생각이 없음을 분명히 하기도 했다.
중앙일보는 “그러나 하한기가 지나고 나면 몇 단계 더 수준을 올린 새 경제섹션을 독자들에게 선보이겠다”고 덧붙였다.
***신문업계, “‘싹쓸이’ 전략 따른 부메랑 효과” 분석**
중앙일보는 최근 두 차례의 감면으로, 최대 72면을 발생하며 최고 전성기를 구가했던 지난 2002년 한·일 월드컵 이후와 비교해 무려 40면이나 줄어들게 됐다.
당시 ‘조중동’ 3개 메이저 신문사들은 월드컵 이후 부산 아시안게임을 거치면서 크게 늘어난 광고물량을 소화하기 위해 경쟁적으로 경제섹션을 대폭 강화하는 등의 방법으로 최대 72면을 발행하기도 했다.
그러나 이같은 ‘조중동’의 움직임은 마이너신문사들의 ‘터전’이었던 저가광고까지 모두 흡수하는 것이어서 언론계로부터 ‘싹쓸이’라는 비판을 받아야 했다.
이와 관련해 한 신문사 광고국 관계자는 “이러한 ‘싹쓸이’ 광고영업은 결과적으로 신문광고시장 전반의 위축을 불러올 수도 있다는 우려를 낳았고, 실제로 ‘조중동’ 또한 상대적으로 저가광고를 장기적으로 계속 게재하면서 이미지를 중시하는 대형 광고주들의 광고게재 회피와 단가를 낮추려는 움직임에 직면하게 됐다”고 분석했다.
또다른 신문사의 한 고위 경영관계자는 “최근 한 대형 광고대형사의 신문 광고시장 분석에서도 나타났듯 마이너신문사들은 올해 상반기 어려운 경기 여건 속에서도 전년과 비교해 비숫한 수준이거나 5% 포인트 이내의 하락세를 기록한 반면 ‘조중동’은 각각 10%, 11%, 15% 포인트 가량의 하락세를 기록했다”며 “이는 결국 출혈을 감수하면서 무리하게 증면 경쟁을 벌였던 것이 ‘부메랑’으로 돌아온 셈”이라고 평가했다.
***하반기 광고시장 ‘극도 부진’, 신문사들 잇따라 감면할 듯**
한편 신문업계는 올해 하반기에도 신문 광고시장이 더 이상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고 있는 점을 감안, 다른 신문사들 또한 중앙일보의 움직임에 편승해 잇따라 감면에 들어갈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로 한국광고주협회는 지난 7월 21일부터 25일까지 4대 매체 기준 3백대 광고주를 대상으로 광고경기실사지수(ASI)를 조사한 결과 하반기 광고비 ASI는 66.9로 ‘극히 부진’할 것으로 내다봤다.
ASI가 100 이하이면 광고경기가 상반기에 비해 부진할 것으로 전망하는 광고주가 그렇지 않다고 전망하는 고아고주보다 많음을 의미한다.
김이환 한국광고주협회 상근부회장은 “이처럼 광고경기가 부진한 것은 원자재 가격 상승과 내수침체 등 대내외적인 악재의 여파로 위축된 소비심리가 회복의 기미를 보이지 않아 경기회복에 대한 불안감이 증폭되고 있기 때문”이라며 “내수회복 등 실물경기의 뚜렷한 반전이 없는 한 하반기 기업들의 광고비 상승은 기대하기 어렵다”고 밝혔다.
김 부회장은 또 “8월도 ASI 전망치는 91.3에 머무는 등 지난 5월 이래 4개월째 연속 부진할 것이라는 전망이 나오고 있다”며 “9월에는 계절적인 요인으로 약간의 반등이 있을 것으로 예상이 되지만 제반 경제상황이 좋지 않아 상승폭은 제한적일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매체별 ASI는 TV(101.4), 라디오(113.8)의 경우 호전될 것으로 조사된 반면, 케이블·위성(93.0), 신문(78.1), 온라인(77.4), 잡지(71.8) 등은 부진할 것으로 나타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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