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지상파 방송매체를 통해 소개돼 시청자들에게 감동을 주었던 강원도 화천 외딴 마을 ‘선이골 일곱 식구’의 이야기가 이번에는 단행본으로 출간돼 독자들을 자연 속 풍요로움의 세계로 안내한다.
***15살 선목이 엄마의 ‘하늘과 땅, 그리고 아이들’ 이야기**
올해 15살인 선목이는 또래 도시 청소년들과 달리 뭔가 특별한 삶을 살고 있다. 다니는 학교는 아빠, 엄마가 세워준 ‘하늘맞이 배움터’라는 곳이고, 친구들은 친동생들인 주목이(12살) 일목이(11살) 화목이(10살) 막내 일목이(8살)이 뿐이다. 선목에게 ‘경쟁’은 아주 먼 나라의 얘기다.
선목이의 일상생활도 특이하기는 마찬가지다. 전기가 들어오지 않는 외딴 마을이다 보니 여름 더위를 식혀줄 선풍기나 냉장고는 있다고 해도 ‘무용지물’이다. 당연히 또래들이 늘 끼고 살아가는 컴퓨터나 텔레비전, 게임기 같은 것도 없다. 선목이의 벗은 하늘과 땅, 그리고 자연이다.
선목이에게 이런 삶을 선사한 이는 아빠 김명식 씨와 엄마 김용희 씨다. 엄마는 그런 자식들과 부부의 얘기를 ‘봄 여름 가을 겨울’ 사계로 나눠 한 권의 책으로 묶었다.
<선이골 외딴집 일곱 식구 이야기>(도서출판 샨티)는 버릴 것 버리고, 떠날 것 떠나보내고 온통 새로운 것들로 가득 채운 가족의 얘기다. 아침이면 분주할 것 없이 온 가족이 모여 자연이 차려준 건강한 밥상 앞에서 “밥은 하늘이고 땅이며, 밥은 밥이어야 한다”를 되뇌일 수 있는 용기 있는(?) 가족의 얘기다.
이들이 서울을 떠나 이처럼 ‘자발적 가난’을 선택한 것은 지난 98년 4월이었다. 당시 서울 봉천동에서 10년 동안 약국을 경영했던 지은이 김용희 씨는 온갖 소음과 독(毒)으로 가득 찬 도시에서 자신의 아이들을 키우고 싶지 않아 홀연히 그곳을 떠났다. 대학 강사였던 김명식 씨도 그런 아내의 제안을 선뜻 받아들였다.
엄마는 그 뒤 3년여 동안 매일의 일상을 일기장에 적어 내려갔고, 출판사를 하던 저자의 친구는 전화도 없는 그곳에 직접 방문하거나 또는 우편으로 글을 받아 2년여의 집념으로 책을 만들어 냈다. 책 속에 담긴 이들 가족의 행복한 모습은 임종진 <한겨레신문> 사진기자가 마찬가지로 사계절을 왕래하며 기록했다.
***‘느림’의 일상, 그러나 행복은 가까이에**
<선이골…>의 내용은 단순하다. 출근하지 않는 부모와 학교에 가지 않는 아이들이 농사를 짓고, 밥을 해먹고, 옷을 기어 입으며, 마치 놀 듯 살아가는 이야기밖에 없다. 하지만 독자들은 책의 첫 장인 ‘봄’을 다 읽어 내려가기도 전에 나른할 것 같은 ‘느림’의 일상 속에서 ‘진정한 행복’이 무엇인지를 다시 생각하게 된다.
지은이 김용희씨는 친구에게 보낸 편지에서 이렇게 적고 있다.
“필요에 넘치는 모든 것을 버리고 단 몇 권의 책과 공책, 연필 한 자루, 두 벌 옷과 한 짝의 신발, 이불 한 채로 살 수 있다면 얼마나 좋을까? 넘치는 물건 속에서 아이들이 어지 검소와 나눔을 배우겠는가? 이곳에서조차 ‘가난의 풍요로움을 배우지 못한다면 우리는 실패라 하겠지? 자연과 유리된 대도시에선 가난이 재앙이고 큰 불편이겠지만 이곳에선 가난은 자유이며 축복이지.”
오늘도 자신의 아내, 또는 남편, 아이들에게 ‘빠름’을 재촉하고 ‘풍요로움’을 닦달하는 이들이 있다면 이 책을 통해 잠시나마 ‘삶의 여유’를 찾아보길 권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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