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일씨 석방 협상을 주도한 것으로 알려진 이만 변호사(여)는 3일 국회 고김선일씨 피랍-피살 청문회에 출석해 재차 정부의 파병 결정이 김선일씨 살해의 직접적인 원인이라고 주장하며, "모든 이라크 국민은 김선일씨의 피랍사실이 알려진 직후 정부의 파병방침 재천명을 불합리하게 받아들였다. 정부가 협상의 모든 가능성을 배제시켰다"고 증언했다.
***"한국정부 발표는 김선일씨 죽이라는 것과 마찬가지였다"**
이만 변호사는 "김선일씨는 납치자가 3주간 계속 풀어주지 않았지만 3주간 안전하게 있었다"며 "납치단체는 파병돼 있는 한국군(서희-제마 부대)의 철수를 요청한 것이 아니라 한국의 파병 결의 철회를 요청한 것이다"라고 말했다. 이만 변호사는 "이같은 사실로 납치자가 실제적으로 김선일씨를 죽이려고 한 것은 아니라고 볼 수 있다"고 덧붙였다.
즉 이만 변호사는 납치단체가 김선일씨를 피랍한 초기 목적은 불분명하지만, 3주간 안전하게 있었다는 것을 볼 때 살해 의도는 없다고 볼 수 있는데, 17일 정부와 열린우리당이 당정협의를 통해 파병방침을 결정한 이후 상황이 급반전해 김선일씨가 살해됐다고 주장하는 것이다.
이만 변호사는 김선일시의 피랍사실이 알려진 이후 정부가 즉각적으로 파병방침을 발표한 것에 대해서도 강한 불만을 드러내며 정부를 비판했다. 그는 "김선일씨가 납치된 첫 방송이 나간 이후 한국정부에서 서둘러 파병 방침을 재확인했다"며 "이것은 불합리한 일이었다"고 비판했다.
이만 변호사는 "그 때 한국정부가 발표한 정확한 어구를 말씀드리기는 어렵지만 '파병을 반드시 해야 한다. 무조건 석방해라. 조건없이 석방해라'고 한 것으로 기억이 난다"며 "이것은 김선일씨를 죽이라는 것과 다름이 없다"고 비판했다.
이만 변호사는 "납치단체, 내 자신, 중간 협상자를 비롯해 이라크 국민 전체는 '한국 정부가 김선일 한 명을 위해 정책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을 천명했다는 메시지로 받아들였다"며 "그래도 내가 기한 연장을 위해 노력해보자고 했을 때 중간 협상자는 '그것은 아무 소용이 없다. 한국정부에서 아무런 협상의 여지도 주지 않고 (파병방침을) 재천명했다'고 말했다"고 비판했다.
그는 "가나무역도 협상의 진척을 위해 노력했지만, 한국 정부에서 그럴 수 있는 가능성을 모두 배제시키는 결과를 가져 왔다"며 "한국정부는 경직된 협상 방식을 보여왔다"고 강하게 비판했다.
***"대사관에 알리면 정치화될 가능성이 있어 더 위험했다"**
한편 이만 변호사는 대사관에 알리지 않은 이유에 대해 "납치 목적이 돈 때문이었는지 정치적 목적 때문인지 확실치 않았다"면서도 "그러나 그는 안전했고, 팔루자의 많은 그룹으로부터 그가 무고한 사람인만큼 석방될 것이라는 소식을 들었다"고 주장했다.
그는 "대사관에 알릴 경우 더 복잡해질 수 있다는 생각 때문에 하지 않았다"며 "대사관과 정부에 보고가 되면 정치화될 가능성이 있었고 이렇게 되면 김선일씨가 더 죽을 가능성이 많았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한편 이만 변호사는 신원미상으로 남아있는 무장단체의 중재자에 대해 "그는 실존 인물이며 협상에 최선을 다했고 정직했다"고 진술했다. 감사원은 중재자에 대해 "그가 무장단체를 접촉했는지, 실존인물인지 의문시된다"며 의혹을 제기한 바 있다.
이만 변호사의 질의-응답은 이날 비공개로 하기로 했으나 국민의 알권리 충족을 위해 이만변호사의 모습을 하얀 천으로 가린 채 공개된 상태에서 진행됐다. 이라크 현지인 가나무역 직원 A씨도 출석해 마찬가지 방법으로 질의를 벌였다.
지난 13대 국회 때인 1988년 6월 국회법 개정으로 청문회 제도가 도입된 이후 외국인이 증인 또는 참고인으로 청문회 증언대에 서기는 이번이 처음이다. 외국인의 경우 헌법준수 의무가 없기 때문에 증인선서를 하지는 않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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