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정거래위원회(위원장 강철규)가 최근 열린우리당측에 신문시장과 관련한 동향을 보고하면서 공정위 고유 업무를 넘어 각 신문사의 논조를 비교 분석한 뒤 향후 생존전망 등을 예측하는 내용까지 담았던 것으로 알려져 파문이 일고 있다.
***국민일보 "공정위 신문대책 문건 단독 입수" 보도**
국민일보는 2일자에서 "정부가 지금까지 추진해온 신문개혁 상황과 향후 일정·전망 등을 종합적으로 정리한 신문대책문건을 단독 입수했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이 기사에서 "공정위 경쟁국 가맹사업거래과가 지난 7월 24일 문학진 열린우리당 문화관광위원회 간사에게 보고하기 위해 작성한 문건에 따르면, 신문경품이 근절될 경우 조선·중앙·동아일보 3사의 구독자 수는 20% 이상 하락하지만 경품비용은 5백억이 절약되는 것으로 분석됐다"며 "그러나 문건은 이로 인해 종교계와 현대의 지원을 받는 국민·세계·문화일보 등을 제외한 마이너 신문사들은 경영적자 누적으로 회생이 어려울 수 있다는 식의 분석을 덧붙였다"고 보도했다.
국민일보는 또 "문건은 신문사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 시기와 관련해서도 9월과 11월 중 9월은 본사와 지국의 동시 경계 태세 강화로 조사 추진에 어려움이 예상되는 만큼 11월 추진을 권유하고 있었다"며 "이는 언론개혁 입법이 9월 정기국회에서 통과된 이후 사회적 분위기가 무르익은 뒤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를 병행하는 좋을 것이라는 정치적 고려가 엿보이는 대목"이라고 지적했다.
이와 관련해 국민일보는 "공정위는 문건의 내용이 알려진 직후 '공식문건이 아니다'라고 해명했지만 이는 공정위 본연의 업무영역을 넘어선 부분까지 다루었다는 점에서 논란은 쉽게 가라앉지 않을 전망"이라며 "만일 이번 문건의 기획-작성-완성 과정에서 공정위 최고위 간부들이 사전이든 사후이든 보고를 받았다면 정치적 중립성을 놓고 적지 않은 파장이 예상된다"고 덧붙였다.
***부도후보 신문사들 고유명사 언급해 물의**
보고서에서 문제가 되는 부분은 구체적으로 신문사들을 거명해 '생존가능성'을 언급한 대목과, 몇몇 신문의 논조를 대비적으로 분석한 대목이다. 이는 공정위의 업무범위를 넘어서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보고서는 각 신문사별 생존가능성과 관련, "종교계의 지원을 받는 국민일보와 세계일보, 현대의 지원을 받는 문화일보는 생존하지만 경영적자가 누적되고 있는 한국-경향-한겨레-서울신문은 회생이 어려울 수 있다"고 전망했다. 이같은 개별회사 이름 거명은 객관적 사실 여부를 떠나 최근 한국일보가 창사이래 최대 위기에 직면하면서 마이너신문들의 위기감이 심화되고 있는 가운데 정부부처를 통해 나왔다는 점에서 적절치 못한 대응이라는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또한 지난 2002년 서해교전 보도를 놓고 조선-동아일보가 햇볕정책 폐기론을 주장한 반면, 한겨레신문은 햇볕정책 지속론을 편 대목을 비교하는 등 논조비교를 한 대목도 적절치 못한 접근이라는 비판을 사고 있다.
***공정위 "정보 공유 차원…정식 문건 아니다" 해명**
이에 대해 문건을 작성한 것으로 알려진 박모 사무관은 2일 오전 프레시안과의 전화 통화에서 "보도된 내용은 평소 언론개혁에 많은 관심을 보여온 문 의원측 안모 보좌관의 요청에 따라 첩보 수준의 내용을 이메일로 보내준 것"이라며 "일부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은 왜곡 보도에 가깝다"고 반박했다.
박 사무관은 "문건 내용은 올해 2월 가맹사업거래과로 발령을 받은 뒤 업무를 인수인계 받으면서 파악된 내용과 일부 현장 조사를 실시하면서 취득한 정보를 바탕으로 정리한 것"이라며 "언론은 이를 마치 공식 문건인 것처럼 보도했지만 지금까지 어떤 조직계통도 밟지 않은 순전히 개인 의견이 담긴 내용일 뿐"이라고 해명했다.
박 사무관은 또 "시장조정 기능을 하고 있는 공정위 소속 공무원으로써 신문논조를 비교분석하거나 생존 가능성 등을 언급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관련 내용은 안 보좌관이 나와 정보를 주고받는 과정에서 살을 덧붙인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프레시안은 이를 확인하기 위해 2일 문 의원 사무실에 전화를 걸었으나 안 보좌관은 2일부터 여름휴가를 떠나 해당 사실여부를 확인할 수 없었다.
***"'조중동' 지국, 경품매입에 연간 5백60억~1천 2백억원 써"**
한편 공정위의 이번 신문대책문건에는 "지난해 11월부터 신문사 지국에 경품을 납품한 엘림무역을 대상으로 이 회사와 거래해 온 '조중동' 3개사의 4백32개 지국을 조사한 결과 연간 34억5천여만원이 경품 매입 비용에 사용된 것으로 확인됐으며, 이들 3개사의 지국이 7천여 곳에 이르는 수준임을 감안하면 연간 5백60억~1천 2백억원이 경품 매입에 사용되고 있는 것으로 추산된다"는 내용이 들어 있었다.
신문대책문건은 또 "지난 5월부터 2개월여 동안 조선·중앙·동아·한국·경향·세계일보 등 6개사 지국 2백 11곳을 상대로 실시한 조사에서 각 신문사 본사가 지국의 경품제공에 직·간접적으로 관여한 진술을 확보해 오는 11월 해당 신문사 본사에 대한 직권조사에 들어간다"는 내용도 포함돼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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