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가 최근 1년여 동안 준비해온 내부 직제·조직개편안을 확정, 다음달 9일부터 본격적인 시행에 들어가기로 결정한 가운데 일부 중간 간부급들을 중심으로 정연주 사장에 대한 조직적인 불신임 움직임이 일고 있어 주목된다.
***대팀제 도입, 술렁이는 KBS**
지난 30일 오전 11시 20분. KBS 내부는 회사측이 '대팀제' 도입에 따른 팀장급 인사발령을 발표한 이후 KBS 일각에는 싸늘한 기운이 감돌았다. 일부 중간 간부급들은 일손을 잡지 못하고 삼삼오오 인근 술집으로 향하는 장면이 목격됐으며, 일부는 복도 등에서 노골적으로 정연주 사장에 대한 험담을 쏟아내기도 했다. 이들은 “이번에 도입된 대팀제는 정 사장이 개혁을 핑계로 간부들을 정리해고한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KBS는 지난 21일 열린 임시 이사회에서 대팀제를 중심으로 한 직제개편안을 통과시켰다. 대팀제는 본사의 경우 각 부문별 본부-팀, 지역국은 총국장-팀의 2단계 구성을 기본 원칙으로 하며 인력운영, 예산편성, 부서의 신설·페지 등도 모두 팀 단위에서 결정하도록 하고 있다.
대팀제에서 가장 주목을 받는 부분은 기존 연공서열 방식의 직급 상승을 능력 위주로 완전 탈바꿈했다는 점이다. 이에 따라 기존에는 차장·부장 등을 필수적으로 거쳐야 했던 평직원들도 자신의 능력에 따라 몇 단계를 건너뛰어 팀장(국장급)이 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됐다.
실제로 KBS는 30일 인사에서 모두 7개 팀에 대해 이같은 고속 승진을 단행했고, 반대로 직급이 하향된 중간 간부급들 사이에선 자연스럽게 불만이 터져 나오고 있다.
***지역국 통폐합 따른 반발 세력도 가세**
중간 간부급의 불만은 조직개편과도 맞물려 있다는 것이 KBS 내부의 대체적 평가다.
KBS는 이번에 직제를 개편함과 동시에 창사 이래 최대의 조직개편도 단행했다. 이에 따라 서울 본사의 경우 6본부 5센터 98개팀으로, 지역은 9총국 16지역국 39개팀으로 재편됐다. 이번 조직개편으로 본사는 1백66개의 국·부가 감축됐고, 지역은 1백35개의 국·부가 축소됐다.
그러나 감사원 지적 사항이었던 지역국 통폐합 문제는 이미 지난 22일 KBS 기능 조정에 관한 노사 합의가 이루어짐에 따라 합의안대로 최종 시행될 경우 9총국 9지역국 39개팀으로 더욱 줄어들게 된다.
따라서 이들 지역국의 중간 간부급들은 서울 본사의 중간 간부급들과 정서적인 궤를 같이 하면서 ‘정연주 체제’에 대한 최대 불만 세력으로 떠오르고 있다.
***PD협회장 선거 시작으로 직장협의회 구성까지 발전**
이같은 중간 간부급들의 반발은 지난 21일부터 23일까지 실시됐던 KBS PD협회장 선거 때부터 차츰 조직화되는 모습을 보였다는 것이 내부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실제로 이강현 드라마제작국 PD가 56.3%의 지지를 얻어 신임 PD협회장으로 선출된 이번 선거에는 윤명식 심의평가실 심의위원도 출마, ‘정연주 체제’에 비판적인 중간 간부급 PD들의 지지 속에 모두 42%를 득표하며 예상외의 선전전을 펼치기도 했다.
그러나 이들은 이에 그치지 않고 윤 심의위원을 대표로 하는 KBS 직장협의회 주비위원회를 구성, 지난 30일 저녁 KBS 내부 게시판에 ‘직장협의회를 조직하며’라는 글을 올리고 공개적인 활동에 들어갔다.
주비위는 이 글에서 “공양방송의 중립성은 궤변과 도그마로 왜곡됐고, 방송 경영은 적자의 위기에서 신음하고 있으며, 인사의 공정성은 개혁이란 미명하에 매몰된 지 오래”라며 “지금 우리 KBS는 매우 어렵고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고 밝혔다.
이들은 또 “(주비위는 이 시점에서) 보도·기술·경영·제작 등 KBS 전 직종을 망라하는 가칭 KBS 직장협의회 구성을 제안 한다”며 “흉금을 털어놓고 우리가 당면한 과제와 우리를 옥죄는 매듭을 풀어나가자”라고 제안했다.
윤 대표는 30일 조선일보와 가진 전화 인터뷰에서 “정 사장은 현업에서 노하우를 쌓아온 사람들이 아니라 노조·PD협회 등을 통해 정치성향 활동을 주로 해왔던 사람들과 함께 소위 개혁을 추진하고 있다”며 정연주 사장-노조-PD협회 등을 싸잡아 비판했다.
이와 관련해 전국언론노조 KBS본부의 한 관계자는 “일부 중간 간부들의 이러한 움직임은 진정 KBS의 발전을 염원하는 소신에서 비롯됐다기보다는 기득권 방어 차원에서 표출되고 있는 하나의 ‘개혁 발목잡기’에 불과하다”며 “직제·조직개편이라는 민감한 시기에 독자적인 직장협의회 구성을 들고 나온 것 또한 세력을 규합해 보려는 순수하지 못한 얄팍한 ‘꼼수’가 그대로 반영된 결과”라고 일축했다.
전체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