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송위원회(위원장 노성대)가 지난 16일 이라크에 파병되는 한국군의 이라크 현지 홍보방송을 위해 국제방송교류재단 <아리랑TV>에 모두 37억원의 예산을 지원키로 결정한 것과 관련해 일부 언론단체를 중심으로 1조원에 달하는 정부의 일반 예비비가 이라크 추가 파병비용으로 전용될 가능성이 높다는 의혹이 제기돼 주목된다.
***언론노조, “국고 예비비 어디가고 방송기금 사용 했나”**
전국언론노동조합(위원장 신학림)은 22일 성명을 내어 “침략전쟁에 쓰이는 홍보비는 방송발전기금의 용도와 전혀 어울리지 않는다는 사실 그 자체만으로도 심각한 사안이지만, 우리는 이 사안을 지켜보면서 훨씬 더 중대한 문제점을 발견하게 됐다”며 “이는 국고 예비비에서 지원돼야 할 파병 홍보비가 어째서 방송발전기금에서 지원되는 것으로 귀결되고 말았느냐는 점”이라고 의문을 제기했다.
조준상 언론노조 교육국장은 “방송발전기금을 침략전쟁 홍보비로 사용하게 된 과정을 취재한 언론보도를 종합해 보면, 기획예산처는 ‘가용 예비비가 없어서 방송발전기금에서 지원하는 방안을 제안했다’고 한다”며 “이는 올해 일반 예비비로 책정돼 있는 9천9백80억원의 일반 예비비가 모두 다른 용도로 쓰이게 돼 부득이 방송발전기금을 사용하게 됐다는 고백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문광부 "예비비로 이라크 파병비용 지원"**
실제로 최종학 문화관광부 방송광고과장은 21일 <미디어오늘>과의 인터뷰에서 “당초 국고 예비비로 지원하려고 했지만 올 2월 폭설과 국방부의 이라크 파병 비용 등이 예비비에서 지원돼 사정이 안 좋다면서 기획예산처가 방송발전기금을 사용토록 권고했다”고 밝힌 바 있다.
올해 정부의 예비비는 일반 회계상 목적 예비비 1조6천억원(재해대책 1조 4천억원, 공무원 처우 개선 2천억원)과 일반 예비비 9천9백80억원 등으로 책정돼 있다. 정부는 이 가운데 2~3월 폭설 피해와 관련해 목적 예비비의 일부를 사용했으며, 만약 이라크 파병군 홍보비를 국고로 지원하려 한다면 일반 예비비를 사용해야 한다.
***“일반 예비비 1조원이 추가 파병 비용 예비비냐”**
그러나 기획예산처는 37억원조차 국고로 지원할 여력이 없다며 방송발전기금을 사용토록 권고했다. 지난 98년부터 2002년까지 정부의 일반 예비비 평균 집행률이 84.1%에 불과하다는 점을 감안한다면 기획예산처의 이러한 조치는 납득이 가지 않는 대목이다.
조준상 언론노조 국장은 이와 관련,“올해 일반회계에 공식적으로 책정된 이라크 파병비용은 2천3백억원 수준으로, 이는 일반 예비비에서 충당될 이라크 추가 파병비용과는 별개의 돈”이라며 “결국 기획예산처는 1조원에 달하는 예비비를 모두 이라크 추가 파병 비용으로 사용하기 위해 묶어두고 있는 셈”이라고 주장했다.
조 국장은 “따라서 <아리랑TV>에 대한 방송발전기금 지원 논란은 이라크 추가 파병 비용의 공개로 이어져야 한다”며 “기획예산처는 일반 예비비 가운데 얼마를 이라크 추가 파병 비용으로 책정해 놓았는지 국민들에게 명확히 밝혀야 하며, 국회 또한 추후 심의 이전에 이 부분에 대한 정부의 방침을 철저히 따져 물어야 한다”고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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