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당 박근혜 대표가 여권을 향해 연일 강경 발언을 쏟아내고 있다. "전면전을 할 수도 있다"고까지 말했다. 초점은 박 대표와 한나라당이 주장하는 보수적 정체성과 가치관에 관한 것이지만, 대표회담 거부를 시작으로 친일법 개정 등 일련의 여권의 공세에 대한 본격적인 반격이 시작된 것으로 보여 여야관계가 급속히 냉각될 전망이다.
박 대표의 대여 공세는 한편으론 당내에서 박 대표를 향한 비주류들의 공세가 거세지는 것도 염두에 둔 것으로 보인다. 비주류들 대부분이 대여 강경파라는 것을 볼 때 박 대표가 이들의 주장을 어느 정도 만족시키면서 당내 확실한 주도권을 잡으려 하는 게 아니냐는 해석이다.
***"전면전을 선포할 날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
박 대표는 21일 밤 삼성동 자택을 기자들에게 개방하고 만찬을 함께 하는 자리에서 정부가 국가 정체성을 흔드는 상황이 계속되면 야당이 전면전을 선포할 날도 있겠구나 하는 생각이 든다"며 "상생의 정치는 무조건 싸우지 않거나, 정부·여당을 위한 것이 아니라 국민을 위한 것"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박 대표는 "정부가 안보에 있어 이해되지 않는 행태를 할 때는 혹시나 하는 생각을 했는데 지금은 우리가 서있는 바닥이 흔들거려 야당이라도 버티고 역할을 해야 한다"고 정부의 안보관을 맹공했다.
또 "이 정부가 경제를 살려낼 능력이 있느냐는 의문이 든다"며 "간첩이 군사령관을 취조하는 나라라면 볼 장 다 본 것 아니냐"고 정부의 정체성을 직격했다. 이어 "북방한계선(NLL) 사건도 문제의 핵심이 위장 월경이지, 군대는 나라를 제대로 지켰다"며 "나라가 너무 이상하게 가고 있다"고 말했다.
***"개혁의 의미가 변질된 것 같다"**
박 대표는 22일 오전에 열린 운영위원회 회의에서도 "오늘은 야당의 역할에 대해 말씀드리겠다"며 작심한 듯 노 대통령과 현 정부를 맹공했다.
박 대표는 NLL사태, 의문사위 사건 등을 지적하며 "대한민국의 정통성을 훼손하는 일, 애국세력을 부정하는 일이 연달아 일어나고 있다"며 "이 나라의 집권층에 있는 분들이 나라의 근본까지 다 허무는 쪽으로 가는 것 아니냐"고 말했다.
박 대표는 "우리 국민은 경제문제로 고통을 받고 있는데, 정부는 다른 곳에 정신이 팔려 있다"며 보안법 개폐문제, 선거법 개정, 과거사 문제 등을 하나하나 지적한 뒤, "무엇보다 경제 살리기가 우선이 돼야 하고 경제를 살리기 위한 특단의 조치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 대표는 이어 노 대통령의 개혁관에 대해서도 공세를 이어나갔다. 그는 "노 대통령이 개혁을 시작했을 때부터 지금까지 개혁의 방향이 틀리지 않았나라고 쭉 생각해왔다"며 "개혁은 국민의 삶을 더 편안히 하고 국가경쟁력을 높이는 방향으로 가야 하는데, 그 방향을 못 잡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지금 보면 개혁의 의미가 변질된 것 같다"고도 했다.
***"나는 대통령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안다"**
박 대표는 "나는 대통령 자리가 어떤 자리인지 잘 안다"며 "어느 대통령도 좋은 평가를 받고 나라 잘 이끌었다는 역사의 평가를 받고 싶어 한다. 노 대통령의 진심도 나라를 바로 이끌어 좋은 평가를 받는 대통령이고 싶어한다고 믿고 싶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박 대표는 "이제는 대통령이 입장을 밝혀야 할 때"라며 "의문사위의 결정에 대해서도 계속 침묵하고 있는데 그렇다면 인정한다는 것인지, 한나라당의 감세 정책에 대한 입장이 무엇인지 밝혀야 한다. 그래야 야당도 협조할 것이다"라고 대통령을 압박했다.
***남경필,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가야 할지 논쟁할 때"**
박 대표의 대여공세에는 한나라당의 당직자들도 가세했다.
전날 당내 통외통위ㆍ국방위ㆍ행자위 연석회의에서 '사상논쟁'의 필요성을 주장했던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이제는 대한민국이 어떤 길로 가는 것이 옳은지 논쟁할 때"라며 "남북화해는 그 자체가 목적이 될 수 없고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를 기반으로 한 통일이라는 궁극적 목표로 가는 과정"이라고 안보관에 있어서 박 대표를 거들었다.
그가 주장한 '사상논쟁'이 '색깔론이 아니냐'는 일각의 지적에 대해선 "사상논쟁은 색깔론과 다른 것"이라며 "색깔론은 다수가 소수를 공격할 때 사용하는 말인데, 이제 진보와 보수 세력은 반반 정도가 된 것 같다"고 말했다. 그는 "사상논쟁을 벌이기 위해서는 우리 입장을 분명히 정리해야 된다"며 8월 임시국회 종료 후 2박3일간의 의원 연찬회 계획을 발표했다.
이강두 최고위원도 "대한민국의 정체성은 자유민주주의와 시장경제"라며 "보안법 문제, 대북 문제 등을 이제 본질적으로 다뤄야 할 때"라고 가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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