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부패 정책의 하나로 정부가 추진 중인 부패방지위원회(부방위) 산하 고위공직자비리수사처(고비처) 설치가 국회 대정부 질문에서도 주쟁점으로 부상했다.
논란이 되고 있는 기소권 부여에 대해서는 강금실 법무부 장관이 부정적인 입장을 취한 가운데, "대통령이 기형적 거대 권력을 갖게 된다"며 고비처 설치 자체에 반대하는 한나라당과 "확실한 역할 기능을 위해 기소권을 부여해야 한다"는 열린우리당의 입장이 극명하게 맞섰다.
***강법무, "기소는 검찰, 수사는 고비처가 맡는 게 합리적" **
강 장관은 고비처 기소권 부여와 관련, "현재 정부에서는 기소권을 부여하지 않는 것으로 잠정적인 합의된 상태"라며 "앞으로도 특별히 변경될 것 같지는 않다"고 밝혔다. 열린우리당이 기소권 부여를 강력히 주장하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검찰의 기소 독점주의를 침해하지 않는 선에서 고비처 역할과 기능을 정하겠다는 정부안이 변경될 가능성은 희박함을 시사한 것이다.
강 장관은 "고비처 자체 내부 견제나 기관간 견제도 필요하니 일반적인 형법과 체제에 따른 기소는 검찰이 맡고 1차 수사 영역은 고비처가 맡는게 합리적인 안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강 장관은 '검찰이 기소권과 수사권을 독점하는 것이 옳으냐'는 질문에 대해서도 "현재 검찰이 기소권을 독점해서 실패한 부분을 새로 생기는 고비처가 또다시 반복할 필요는 없지 않냐"고 밝혀 고비처 기소권 부여에 반대하는 입장을 명확히 했다.
강 장관은 이어 "수사와 지휘, 감독 기능과 기소권을 가능한 한 분리해 나가는 것이 근본적으로 집중된 권력을 분리시키고 건전하게 국가 기관을 운영하는 길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강 장관은 '검찰의 업무량이 과한 만큼 경찰에 일반 수사권을 넘기는 것이 어떻냐'는 질문에는 "일반 수사의 선택과 집중이라는 문제는 이미 작년에 내가 법무부 장관으로 온 이후부터 내부 토론에서 결론 내린 결과"라며 경찰수사권 독립에 긍정적인 입장을 보이기도 했다. 강 장관은 "수사권 집중에 대해 검찰 내부에서 반성이 이뤄져 왔고 개혁 논의도 거기에 초점 맞춰 추진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한나라 "부패사정 이름 빌려 국정 통제 의도" **
이처럼 강 장관이 고비처에 기소권을 부여치 않겠다는 의견을 명확히 하자, 대통령 직속 기관의 권한 강화를 마뜩찮게 바라보던 한나라당은 우선 환영하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고비처 자체에 대한 경계는 거두지 않은채 공세를 계속했다.
한나라당 김재경 의원은 "고비처 신설 문제는 대통령이 부패사정의 이름을 빌려 국정을 통제하려는 의도가 있기 때문에 반대하는 것"이라며 "참여정부는 국민의 국정참여를 통해 개혁과 민주화를 지향하고 있는데, 대통령의 권한을 견제할 수 있는 야당과 사정기관, 사법부가 모두 고비처의 감시대상이 된다면 이 정부는 대통령이 모든 국정에 개입하는 '대통령 참여정부'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주장했다.
김 의원은 "이에 나아가 고비처에 기소권까지 준다면, 공직자를 감시하면서 뒷조사하고 수사를 하여 재판에 회부하는 권한을 가지게 된다"며 "대검중수부에 사직동팀, 감사원, 국정원, 기무사의 권한을 합친 기형적 거대권력을 대통령의 손아래 둔다는 것"이라고 말해 고비처 기소권 부여에도 강하게 반대했다.
김 의원은 또 "대선자금과 대통령 측근비리 수사가 끝나고 탄핵기각으로 업무에 복귀하자 대통령이 이런 지시를 한 점으로 미루어, 이제 검찰을 사실상 통제하기 어렵다고 판단하여 고위공직자 등에 대하여 입맛에 맞는 수사를 하기 위하여 직속으로 특별사정기구를 두는 것으로 보인다"며 "검찰에 대한 불신이 고비처 신설의 주된 이유"라며 고비처를 설치하려는 대통령의 '의도'에 의혹을 제기하기도 했다.
***우리당 "고비처 제역할 하려면 기소권 줘야" **
이에 반해, 고비처에 기소권 부여를 강력히 주장해 온 열린우리당에서는 "제대로 된 역할을 위해서는 권한이 부여돼야 한다"며 강 장관을 강도높게 압박했다.
열린우리당 문병호 의원은 "고위공직자 비리문제는 단순히 도덕적인 문제뿐만 아니라 국가경쟁력에도 영향을 미친다. 고위공직자 비리는 대부분 기업과의 유착관계에서 빚어지고 잇는데 이 연결고리가 끊기다면 기업들은 대외 신인도가 상승하여 국제경쟁력이 강화될 것"이라며 고비처 설치의 필요성을 역설한 후, "고비처가 그 역할이 적지 않고 그 목적을 달성하려면 고비처를 별도의 외청으로 독립시켜 수사권과 기소권을 동시에 부여해야 한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문 의원은 이어 "최근 고비처를 설치하겠다고 나오니 기소 단계에서 국민 참여하는 방안이나 감찰활동 강화하겠다는 의견이 나오는데, 왜 이제 나오나", "검찰이 일정부분에 대해서는 경찰이나 다른 기관에 권한을 이양하고 선택과 집중해야하는데 이런 개혁안들이 검찰에서 일찍이 제시했으면 고비처 얘기가 나오지 않았을 것" 등의 발언으로 검찰을 매섭게 질타해 여당의원 답지않은 면모를 보여주기도 했다.
문 의원은 "참여정부 들어와 대선수사를 잘 해낸 검찰이 국민들의 신뢰 일정부분 회복했지만 대통령 측근이나 재벌 총수에 대해서는 어물쩍 넘어갔다는 평가도 있다"며 "우리 국민들은 검찰을 수십년동안 믿어오지 못했는데 말로만 '앞으로 잘 하겠다, 현재의 제도로 잘 하겠다'고 해서는 신뢰를 회복하기 어렵다"고 주장해 기소권 부여에 대한 강 장관의 입장 변화를 전방위에서 압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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