외교부가 25일 AP통신측과 전화접촉을 한 사실을 시인하자 여야 정치권은 26일 철저한 진상조사를 촉구하며 국정조사를 실시키로 합의했다. 열린우리당 이종걸, 한나라당 남경필 원내수석부대표는 26일 오전 전화접촉을 갖고 이 같이 합의하고 29일 본회의에 국정조사계획서를 제출키로 했다. 국정조사 예비조사에 일주일 정도 걸리는 점을 감안하면 국회는 내달 초쯤에 국정조사에 착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번 국조 대상 기관으로는 외교통상부와 국가정보원, 국방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등 김씨 피살과 관련된 '외교안보라인'을 포함시킨다는 데도 대체적인 합의를 이룬 것으로 전해졌다. 여야는 금주말까지 원구성이 끝나지 않을 경우 국회 상임위 대신에 특위를 구성해 국조를 실시하는 방법도 검토 중이다.
한편 외교부의 '거짓말'이 드러난 데 대해서 열린우리당은 "관계자의 문책"에 초점을 맞춘데 비해 야권은 "총체적인 시스템을 점검해야 한다"고 강도 높게 정부를 압박했다.
***신기남, "공직자들의 근무기강 철저히 세우겠다"**
25일 오후까지만 AP통신에 대한 의혹을 제기하는 등 외교부를 적극적으로 감쌌던 열린우리당은 이날 저녁 외교부가 AP통신과의 통화 사실을 시인하자 경악하며 크게 당혹해하는 분위기다.
열린우리당 신기남 의장은 "김선일씨 피살사건에 대한 의혹은 하나도 숨김없이 낱낱이 밝혀야 하며, AP 통신과 통화한 직원과 관계자에 대해서는 응분의 책임을 묻겠다"며 "열린우리당은 국민의 생명과 재산을 보호하기 위한 공직사회의 본분을 다할 수 있도록 향후 공직자들의 근무기강을 철저히 세워 나가겠다"고 말했다.
신 의장은 25일 저녁 외교부의 AP통신 전화 관련 소식을 접한 후 "참담한 심정이다. 유족과 국민 여러분께 머리 숙여 사과드린다"며 이같이 밝혔다고 우리당 대변인실이 전했다.
임종석 대변인도 논평을 통해 "국회차원의 국정조사를 통해 신속한 진상규명에 나설 것"이라며 "특히 이번 사태와 관련, 외교부를 비롯 관계된 모든 부처에 대해 지위고하를 막론하고 그 책임을 엄중히 따져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번 사태의 모든 사실을 철저히 조사해 한 점 의혹 없이 국민에게 보고하는 일이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이라며 "이것이 실추된 대한민국의 국가위신과 국가기관에 대한 국민적 불신을 극복하는 최선의 길"이라고 말했다.
***박근혜, "지금 국정운영 시스템은 골다공증 걸린 환자 같아"**
반면에 한나라당은 이번 사건을 노무현정부의 무능을 성토하는 장으로 적극활용하고 있다.
한나라당 박근혜 대표는 "지금의 국정운영 시스템은 마치 골다공증에 걸린 환자와 같아 조그만 충격만 받아도 와르르 무너지는 급박한 상황으로 진전될 지 모른다"고 비판했다.
박 대표는 "철저한 진상규명과 관련부처의 직무유기도 따져야겠지만 더 급한 것은 정부의 총체적인 시스템 점검"이라며 "국정운영의 총체적 난맥상을 국정조사를 통해 철저히 파헤칠 것"이라고 강조했다고 전여옥 대변인이 전했다.
전 대변인도 논평을 내고 "한나라당은 이것이 외교부 직원의 실수나 근무태만인지 아니면 사실을 은폐한 도덕성의 문제인지 끝까지 진상을 밝혀 낼 것"이라며 "외교부, 국정원 그리고 NSC뿐만 아니라 국정 전반에 걸쳐서 철저한 조사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민노, "국가시스템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어"**
민주노동당 김성희 부대변인은 "이번 사건은 이 정부의 도덕적 해이와 무책임, 무능이 빚어낸 범죄적 행위"라며 "외교부 직원의 단순한 업무상의 문제가 아니라 이 나라의 외교 안보 시스템을 비롯한 국가 시스템의 총체적 부실에 빠져 있음을 증명하는 것"이라고 비판했다.
김 부대변인은 "민주노동당은 이번 사건에 대한 철저한 조사를 통해 관련자, 책임자를 모두 색출 처벌할 것을 요구한다"고 밝히고 이어 "이번 사건의 근본 원인인 이라크 파병을 즉각 철회하고, 서희-제마 부대 철군은 물론 현지 민간인을 즉각 귀국시킬 것"을 촉구했다.
민주당 장전형 대변인도 "참으로 통탄할 일"이라며 "외교.안보.국방 라인의 총체적 난국"이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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