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 김선일씨 피살사건을 계기로 열린우리당 일각에서 "파병 군대의 전투력을 강화해야 한다"며 사실상 전투병 비중을 높여야 한다는 주장이 제기돼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당직자인 제1정책조정위원장인 안영근의원이 총대를 맨 데 이어 이해찬 총리후보가 인사청문회에서 이같은 의견을 피력해, 정부여권이 김선일씨 피살을 빌미로 전투병 증강 작업에 착수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불러일으키고 있다.
그러나 열린우리당의 파병 반대론자는 물론이고 찬성론자 가운데에서도 "저항군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우려가 있다"고 반대하고 있어 앞으로 적잖은 논란을 예고하고 있다.
***안영근, "파병부대 전투력 보강해야"주장 **
안영근 의원은 24일에 이어 25일에도 언론과의 잇따른 인터뷰에서 "이왕 파병하기로 했으면 자이툰부대가 충분한 위력을 가질 수 있도록 전투력 보강이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그는 "국군 자이툰 부대가 이라크에 파병되면 바로 테러단체의 공격 대상이 될 수 있다"는 근거를 바탕으로 이같이 주장하고 "곧 국방부 등 당국과 협의를 거쳐 이 문제를 공론화시킬 것"이라고 밝혔다.
안 의원이 말한 '전투력 보강'이란 단순한 전투장비 강화뿐 아니라 전투병 비중을 높이는 내용까지 포함된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해찬 총리후보자도 25일 국회 인사청문회에서 안의원과 같은 맥락의 주장을 폈다. 이 지명자는 24일 김선일씨 피살에 따른 파병 입장을 묻는 질문에 "파병은 예정대로 추진해야 된다"고 답한 뒤 "추가파병의 장비라든가 경계력을 대폭 강화해서 파병을 추진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여기서 이 후보가 말한 '경계력'이란 전투병을 의미하는 것으로 해석된다.
이 후보자는 이어 "국회가 동의한 범위 내에서 파병부대의 기능을 재조정할 수 있다"고 말해, 정부가 국회 차원의 추가논의 없이 전투병 비중을 높일 수 있음을 시사하기도 했다.
***"철회와 재검토 논의해야 될 마당에 본말전도된 주장" **
그러나 이같은 '자이툰 부대 전투력을 강화' 주장에 대한 반대도 만만치 않다.
최재천 의원은 일각의 논의에 대해 "철회나 재검토 등 근본적인 문제를 논해야 하는 마당에 일시적인 전투력 강화를 주장하고 나오는 것은 본말이 전도된 것"이라고 비난했다. 최 의원은 "보내자는 입장에서는 나올 수 있는 얘기지만 안 보내자는 입장에서는 전혀 쓸데 없는 얘기"라고 잘라 말했다.
그는 그러면서도 "국회에서 사실상 편성체제 문제를 국방장관에게 거의 백지위임해둔 상태라 수정안을 받을 필요도 없이 국방부 장관 자의로 편성 조정이 가능하다"고 말해, 정부가 일방적으로 이미 국회 동의를 얻은 3천6백명 내에서 전투병 숫자를 늘리더라도 국회가 이를 저지할 수 없다는 한계를 지적하기도 했다.
김선일씨 사건 관련 진상조사단 단장을 맡은 유선호 의원도 "지금 전투병력으로도 문제가 있을 것 같지 않다. 충분하다"며 전투병 증강에 대한 반대입장을 분명히 했다.
파병 찬성론자인 유 의원은 "평화, 재건이라는 파병 목적이 현지에서는 분명히 홍보되지 못했고 이 점이 김선일씨 사건을 일으키는 데에도 일부 작용한 것 아닌가"라고 반문한 뒤, "전투력 강화 얘기는 국민적 분노가 극에 달하면서 강경적인 복수심때문에 시중에서는 나올 수 있는 얘기지만 여기서 전투병 성격을 더 강화한다는 것은 현지의 오해를 사 저항군과의 불필요한 마찰을 일으킬 우려도 있다"고 반대했다.
하지만 이같은 반대에도 불구하고 안영근 의원 등 우리당 정책실 관계자들은 내주중 국방부와 당정협의를 갖고 전투병 증강 방안을 협의한다는 방침인 것으로 알려져, 전투병 증강 논란이 불가피할 전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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