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국언론노동조합 부산일보지부(위원장 이재희)가 부산일보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박근혜(한나라당 대표) 정수장학회 이사장을 향해 용퇴를 촉구하고 나서 주목된다.
***부산노조 "정치권력과 언론 함께 쥐는 건 욕심"**
부산일보지부는 지난 15일자 기관지 <부일노보>를 통해 박근혜 이사장의 퇴진을 공식 거론하고 나섰다.
부산일보지부는 "부산일보의 소유구조 문제가 최근 지속적으로 여론화되고 있고, 이는 부산일보 주식의 100%를 소유하고 있는 정수장학회의 이사장이 정치인이기 때문"이라며 "부산일보의 보도가 총선과정에서 공정성 시비에 휘말린 것도 근본적으로는 재단의 이사장이 대표적인 야당 정치인인데 기인한다"고 밝혔다.
부산일보지부는 이어 "제1야당의 대표가 언론사의 지분을 전적으로 소유한 재단의 이사장이라면 그 신문은 결코 편집, 보도 내용의 공정성 시비에서 자유로울 수 없다"며 "가장 공정하고 치우침이 없어야할 언론사가 특정 정치인의 영향력 아래 놓여 그 공정성이 훼손된다면 어론의 상품적 가치 또한 평가절하될 것"이라고 지적했다.
부산일보지부는 또 "국민과 그 대리인인 언론으로부터 끊임없이 심판받고 감시받아야 할 입장에 놓여 있는 정치인이 한손에 정치권력을 쥐고서 다른 손으로 언론까지 함께 쥐고 가려 욕심을 낸다면 이는 옳지 않다"며 "정수재단은 이번 기회에 임원진에 대한 인사권도 적절한 형태의 공익적 방법을 빌어 부산일보 구성원에게 돌려주기 바란다"고 촉구했다.
***"소유·경영 분리됐다며 사장 선임권은 왜 갖고 있나"**
부산일보지부는 이에 앞서 4.15 총선이 끝난 직후 김상훈 부산일보 사장 앞으로 보낸 비공개 공문을 통해 "부산일보의 논조는 박근혜 한나라당 대표가 재단의 이사장을 맡게 되면서 정파와 상관없이 계속 구설에 휘말리고 있다"며 "회사측은 이 시점에서 이사장의 용퇴를 건의할 의향이 없는가"라고 물었다.
그러나 회사측은 답변 공문에서 △정치인이 이사장을 맡지 말아야 한다는 의견에는 동의할 수 없으며 △특히 소유와 경영이 분리돼 있고, 또한 편집권에 아무런 영향이 없는 상황에서 이사장의 용퇴를 제의하는 것은 부적절하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와 관련해 이재희 지부위원장은 "올해 편집권 독립을 강화하기 위한 목적에서 추진되고 있는 편집규약 제정에 있어 정치인 박 이사장의 존재는 가장 부담스러운 부분"이라며 "회사측은 소유·경영이 완전 분리돼 있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외부에서는 언론사 경영에 있어 가장 중대한 사장 선임권을 특정 정당의 대표가 행사하고 있다는 것만으로도 충분히 부산일보를 의심스런 눈길도 바라보고 있다"고 말했다.
이 지부위원장은 또 "현재 부산일보 내부 구성원들은 노조측의 이러한 문제제기에 대체적으로 공감을 표시하며 대안을 마련하고자 노력하고 있다"며 "최선책은 박 이사장이 이러한 점을 인식하고 스스로 용퇴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정수장학회와 관련한 논란은 이에 앞서 지난 88년 부산일보 노조 결성 초기 편집권 독립투쟁과 관련해 '정수장학회 해체' 요구로 불거진 바 있으며, 지난 96년에는 노조측 주최로 소유구조 개편 토론회가 열리기도 했다.
***정수장학회, '5.16 장학회'로 시작**
정수장학회는 지난 62년 7월 '5.16 장학회'로 출발했다. 현재의 이름으로 바뀐 것은 82년 1월이다.
박정희 5.16 군사정부는 62년 5월 25일 당시 부산일보 서울MBC 부산MBC 등을 소유하고 있던 사업가 김지태 씨를 해외 재산도피 혐의로 구속하면서 주식의 전량을 몰수했고, 2개월 뒤 설립된 5.16 장학회에 이를 모두 기탁했다.
정수장학회는 현재 부산일보 주식 100%, 서울MBC 주식 30%를 소유하고 있다. 서울MBC의 주식은 80년 정권을 장악한 신군부가 5.16 군부와 마찬가지로 주식 70%를 국가 헌납 형식으로 몰수해 방송문화진흥회를 만들었다.
정수재단측은 88년 부산일보노조 파업 당시 부산일보의 소유과정과 박근혜 씨의 재단 실세설이 불거지기 시작하자 "재단은 어느 개인이나 정부와 전혀 무관하게 장학 사업만을 하고 있고, 만약 재단이 해체되면 재산은 국고에 귀속된다"고 밝힌 바 있다. 그러나 박근혜 현 한나라당 대표는 지난 95년 이사장에 취임해 지금까지 정수재단을 이끌어 오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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