열린우리당이 17일 정책의총을 통해 “이라크 추가 파병에 관한 16대 국회의 의결을 존중한다”는 결론을 내려 16대때의 파병 찬성 당론을 유지키로 결정했다.
시민단체가 주도한 이라크 파병 재검토 서명운동에 67명이 동참하며 한때 당내에 비등했던 ‘파병 재검토’ 주장은 이후 노무현대통령의 단호한 파병의지와 ‘여당 책임론’에 묻혀가는 모양새다.
*** “16대 국회 결의 효력 존중”**
열린우리당 안영근 제1정조위원장은 “열린우리당은 이라크 추가파병에 관한 16대 국회 결의의 효력을 존중하며 파병에 관한 당론 재검토 여부는 올 연말 제출될 파병 연장 동의안 제출시 재논의하기로 했다”며 이날 의원총회의 결론을 밝혔다. ‘파병 연장시 당론 재논의하겠다’는 단서를 붙이긴 했지만 파병을 강행하겠다는 정부 방침에 협조키로 당론을 모은 것이다.
안 위원장은 “오늘 의총 결과는 정부의 파병안에 대한 동의로 봐도 된다”면서 “파병 재검토를 주장하는 일부 의견은 의견으로 존재하되 받아들여지지는 않았다”고 밝혔다. 그는 또 “재검토를 주장한 의원들이 개별적으로 올 연말에 있을 파병 연장 동의안을 대비해 논의할 수는 있겠지만 당에서 추가 파병을 재론할 예정은 없다”고 말해 이날 의총으로 당내 추가 파병 논란은 완결됐음을 분명히 했다.
열린우리당은 오늘 의총 결과와 함께 ▲정부는 우리 군의 안전보장을 무엇보다 최우선으로 고려할 것 ▲파병 부대의 성격이 평화와 재건지원을 위해서라는 것을 명확히 할 것 ▲현지 필요에 따라 파병의 시기와 파병 부대의 신축성을 보장할 것 ▲향후 우리 군이 다국적군에서 유엔 평화유지군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최대한 노력할 것 등 추가 파병 관련한 당의 네 가지 요구사항을 NSC 이종석 차장에게 전달키로 했다.
***청와대 만찬효과, ‘파병 불가피’ 기류 형성**
3시간동안 계속된 이날 의총에서는 오랜 논란을 매듭짓는 자리인 만큼 파병을 둘러싼 난상토론이 이어졌다.
토론에는 주로 임종인, 김원웅, 최재천, 이광철, 유승희, 강창일 의원 등 파병 반대를 주장해온 의원들이 발언했다. 그러나 이미 당 안팎에는 전날 당 지도부와 국민통합실천위원회 소속 위원들이 청와대 만찬에서 협조요청을 받았으니 결론은 ‘파병 불가피’ 쪽으로 잡히지 않겠느냐는 기류가 형성된 상태였다.
토론에 앞선 모두 발언부터 당 지도부는 이같은 ‘파병 불가피론’ 기류 굳히기에 나서는 모습이었다.
천정배 원내대표는 “최근 UN 안보리의 신결의안으로 파병의 명분이 생겼고 12월에는 다시 파병 연장여부를 국회에서 검토, 논의할 수 있으니 책임 있는 여당으로서 현명한 결정을 부탁드린다”고 말했다.
홍재형 정책위의장 역시 “그간 이라크 전황에 변화는 있었으나 이라크의 신속한 평화정착과 재건 지원이라는 파병안 제안 이유에는 심한 변화가 없다고 본다”며 “12월에는 재연장을 논의할 수 있으니 국제사회에서 한 번 약속한 것은 지키는 모습을 보일 수 있게 결정해 달라”고 당부했다.
*** 임종인, “추가 파병은 엄밀한 헌법위반”**
이날 의총에서는 순서 없이 발언하는 난상토론에 앞서, 주제네바 대사를 지낸 정의용 의원과 인권변호사 출신 임종인 의원의 찬반 대표토론이 있었다. 두 의원은 10분으로 제한된 토론 시간을 훌쩍 넘기면서 치열한 ‘논리 전쟁’을 벌여 눈길을 모았다.
먼저 반대토론자로 나선 임 의원은 ‘대한민국은 국제평화의 유지에 노력하고 침략적 전쟁을 부인한다’고 선언하고 있는 헌법 제 5조와, ‘다른 국가의 영토의 완전성과 정치적 독립에 대한 군사력 사용과 위협을 하지 말아야 한다’고 규정한 유엔 헌장의 내용을 언급하며 “추가파병은 엄밀한 헌법위반”이라고 규정했다.
임 의원은 “정부는 추가파병의 이유로 ‘미국이 주도하는 국제적 연대에 동참함으로써 세계평화와 안정에 기여한다’고 했으나 침략을 부인하고 평화를 지향하는 헌법과 국제법을 위반한 파병을 하면서 평화를 거론하는 것은 앞뒤가 맞지 않다”며 “어느 나라도 하지 않는 추가파병 결정을 우리 국회에서 함으로써 세계의 웃음거리가 돼서는 안 된다”고 주장했다.
임 의원은 또 “의원 개인의 국가관, 역사관, 세계관이 모두 반영해 결정할 사안을 당론이란이름으로 국회의원 개인의 의사에 강요해서는 안 된다”며 일괄 당론으로 논란을 매듭지으려는 지도부를 정조준하기도 했다. 임 의원은 “국가와 민족의 장래가 걸린 중요한 사안을 어떻게 10층 이상에선 담배를 펴야하냐, 말아야 하냐같은 문제와 같은 급으로 결정할 수 있나”고 반문하기도 했다.
이에 반해 찬성 토론자로 나온 정의용 의원은 “내가 파병 찬성론자라 그런지 나는 어제 청와대 만찬에서의 대통령 말씀에 완전히 설득됐고 모든 의원들도 그러리라 생각한다”며 여론몰이에 나섰다.
정 의원은 “유엔 안보리가 이전 결의를 통해 미영 연합군이 침략군이 아니라 다국적군이라는 것을 인정했고 또 지난 6월에는 이라크 요청에 의해 주둔하고 있는 다국적군이라는 것을 인정했으니 침략적 전쟁을 부인하는 헌법 위반이라는 논거는 수용할 수 없다”며 임 의원의 주장을 반박하고, 다른 의원들에게는 “국회에서 적법한 절차를 거쳐 결정한 약속을 파기한다면 국가 이미지를 다시 한 번 하락시킬 수 있으니 국제사회의 약속을 지키고 우리 몫을 확보하는 방향으로 결정해 달라”고 요청했다.
정 의원은 특히 “누가 두려워서 파병하는 것이 아니라 적정시기에 지원하고 협조할 때 목표한 효과가 발생한다”, “일각에서는 서둔다고 하지만 나는 오히려 너무 지체됐다는 생각이 든다” 등 전날 청와대 만찬에서 나온 노 대통령의 발언을 하나하나 언급하며 의원 설득에 부심하는 모습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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