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 대통령과 각 언론사 경제부장단 사이에 열렸던 간담회와 관련해 청와대 출입기자실에서 때 아닌 '오프 더 레코드'(비보도) 공방이 벌어졌다.
***MBC·동아, 비보도 파기 "신행정수도 국민투표 안한다" 보도**
청와대는 지난 11일 노무현 대통령과 각 언론사 경제부장단 사이에 있었던 간담회의 내용에 대해 사전에 포괄적으로 비보도를 요청했다. 안연길 청와대 홍보수석실 보도지원비서관은 "이날 만남은 대통령이 경제부장들과 허심탄회하게 의견을 교환할 목적으로 마련했던 자리였던 만큼 다양한 얘기가 나올 것에 대비, 사전에 포괄적으로 비보도를 요청해 놓은 상태였다"며 "이와 관련해 청와대는 각 경제부장들에게 이메일 초청장을 보냈을 때, 그리고 참석여부를 전화로 확인했을 때, 당일 간담회장 입장 전 등 최소한 세 차례 이상 이를 주지시켰다"고 밝혔다.
홍보수석실은 또 윤태영 대변인을 통해 이같은 사실을 출입기자단에게 주지시키기도 했다고 덧붙였다.
그러나 MBC와 동아일보는 이를 어기고 노 대통령이 신행정수도 문제와 관련해 국민투표를 실시하지 않겠다고 말한 부분을 각각 보도했다. MBC는 당일 메인뉴스인 <뉴스데스크>에서 청와대 출입기자를 생방송으로 연결해 관련 사실을 보도했고, 동아일보는 다음날인 12일자 1면과 5면에 관련 기사를 실었다.
한국일보, 중앙일보 등은 관련 기사를 작성했다가 나중에 비보도 요청사안임을 확인하고 신문에 게재하지는 않았다.
이와 관련해 홍은주 MBC 경제부장은 "간담회 내용에 포괄적으로 비보도 요청이 돼 있었던 것은 이미 알고 있었던 사안이었다"며 "간담회 뒤 주요 내용을 청와대 출입기자에게 전달해 주는 과정에서 단순 착각으로 인해 이같은 사실이 보도된 것 같다"고 해명했다.
***청와대 "비보도 파기, 보도책임자 유감표시" 요구**
이에 대해 청와대는 사전 합의됐던 비보도 요청이 파기된 데 대해 어떤 형태로든 적정 책임을 해당 언론사들에게 묻겠다는 입장이다. 애초 청와대는 출입기자단에 해당사 출입기자에 대한 출입정지를 요청하기도 했으나, 15일 오후 열린 청와대-출입기자단 간담회에서 보도책임자 차원의 유감표시로 요구조건을 선회했다.
안 비서관은 "비보도 요청은 서로간의 합의이기 때문에 이를 지켜준 언론사들과의 형평성 차원에서라도 어떤 식으로든 제재가 있어야 한다"며 "애초에는 향후 편집·보도국장단 또는 정치부장단 간담회 때 한 차례 정도 해당 언론사를 배제하는 안이 고려됐으나 오히려 일부 출입기자들이 강하게 제재를 요청해 와 1개월 출입 정지 여부를 출입기자단에 문의했던 것"이라고 설명했다.
양정철 홍보수석실 국내언론비서관은 "어찌됐든 비보도 요청은 서로간의 '신사협정'이고, 이러한 원칙이 무너진 만큼 사후 재발방지 차원에서라도 전례를 남기는 것이 중요하다"며 "해당 언론사의 출입기자들에 대한 출입정지 대신 보도국장, 편집국장 등 보도책임자가 청와대에 유감을 표시해 달라"고 요청했다.
***출입기자단 "차제에 비보도 원칙 정하자"**
한편 비보도 요청을 파기한 언론사들에게 제재가 가해질 것이라는 소식이 전해지자 청와대 출입기자실은 한 때 술렁이는 분위기를 보였다. 일부 기자들은 "청와대가 원칙을 강조하면서도 스스로는 원칙 없이 너무 일방적으로 언론사들을 대하고 있다"고 불만을 토로하는 등 앞서 청와대가 출입기자들의 취재영역을 축소시킨 데 따른 '앙금'을 털어버리지 못한 모습을 보이기도 했다.
앞서 15일 오전에 열린 출입기자들 사이의 회의에서 한 출입기자는 "이번 비보도 요청 파기는 사실 청와대측이 너무 포괄적으로 보도 범위를 정한 것에서 어느 정도 기인한 측면이 있다"며 "차제에 비보도와 관련한 원칙을 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다른 출입기자는 "'쓰레기 만두' 사건처럼 기자단이 경찰측의 비보도 요청을 들어줄 경우 '국민 건강권 보호'라는 측면에서 또다시 비판을 받기도 한다"며 "이번 사안도 마찬가지로 행정수도 이전과 같이 국민들에게 큰 영향을 미치는 정책에 대해서는 비보도 요청에 구애 받지 않고 보도를 하는 게 당연하다"고 목청을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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