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 9월, 패퇴를 거듭하던 한국군과 미군은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기회로 파죽지세로 밀고 내려왔던 북한군을 서서히 북쪽으로 밀어붙이기 시작했다. 그리고 10월, 마침내 두만강에 이른 연합군은 곧 전쟁이 끝날 것이라는 기대감에 부풀었다.
그러나 10월 24일, 한국군 제6사단은 청천강 상류인 운산에서 중국군으로 보이는 대규모 병력에 의해 포위됐고, '엎친 데 덮친 격'으로 한국군 구출작전에 나섰던 미군 제1기병사단마저도 포위돼 고전을 면치 못하게 된다. 중국군 4개군단이 50여만명의 병력으로 고원지대를 타고 연합군을 급습했던 것이다. 이를 시작으로 중국군은 한국전쟁에 본격적으로 뛰어들기 시작했다. 중국은 이를 '항미원조 전쟁'이라 부르고 있다.
***MBC <이제는…> 하반기 주제 '한국전쟁'**
한반도에서 또다시 54년 전과 마찬가지로 한국전쟁이 발발한다면 중국은 과연 북한을 도와 전쟁에 뛰어들 것인가. 해답은 오는 20일 방영되는 MBC 특별기획 <이제는 말할 수 있다>에 담겨 있다.
MBC가 올해 하반기 <이제는…>의 화두로 삼은 것은 '한국전쟁'이다. 남북 장성급 회담의 성사로 서해교전과 같은 불상사를 미연에 방지할 수 있는 해상교신이 가능해졌고, 또 오는 23일에는 6자 회담이 열리게 돼 있지만 국민들은 한국전쟁과 같은 '참화'를 여전히 걱정하고 있다.
그런 의미에서 오는 20일 방영되는 <이제는…>의 첫 편 '중국의 6.25 참전'(연출 정길화 책임PD)은 54년 전의 교훈을 현 시점에서 다시 살피는 계기를 마련해 주고 있다. 정길화 PD는 "인터뷰를 했던 러시아 미국 중국의 저명 학자들은 각각 자국의 이익에 따라 한반도 위기를 달리 해석하려 드는 모습을 보였다"며 "이 시점에서 한국민들은 '동맹' 또는 '혈맹'이라는 추상적인 단어에 집착하기보다는 현실을 직시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중국, '억지정책' 주력…유사시 결국 전쟁 참여**
구체적으로 중국학자들은 "한반도에 위기 상황이 초래되지 않도록 '억지 정책'을 펼 것이지만 만약 한국전쟁과 같은 유사상황이 발생한다면 중국의 참전은 막을 수 없을 것"이라고 입을 모았다.
한국전쟁 참전군인 출신으로 현재 중국법학회 회원이기도 한 왕보(王波) 씨는 "6자 회담이 진행 중이고, 또 2004년은 1950년과 다르기 때문에 형세를 지켜봐야 한다"고 신중론을 폈다. 양꿰이쏭(楊奎松) 사회과학원 근대사 연구소 연구원도 "지금 같은 형세에서 아무도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며 "따라서 중국은 어느 한쪽을 지지하거나 반대하지 않고 조정역할을 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그러나 <이제는…> 제작진은 결론적으로 중국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 50년 한국전쟁 때와 마찬가지로 한반도에 유사상황이 발생하면 '이익 극대화'를 위해 전쟁을 마다하지 않을 것으로 결론을 내리고 있다.
실제로 뉘우진(牛軍) 북경대 국제학과 교수는 제작진과의 인터뷰에서 "중국의 근본적 이익은 동북의 변방문제에 있다"며 "중국은 모든 수단을 동원해서 이 지역의 안정을 수호하려 들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또, 천펑쥔(陳峰君) 북경대 국제정치학 교수는 "중국은 정치, 외교적인 경로로 미국의 선제공격을 반대할 것"이라며 "그러나 그 전쟁의 목적이 북한이 아니고 중국이라면 중국은 상응한 군사적 조치를 취할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한반도 위기를 바라보는 중국측의 좀더 근원적인 시각은 리둔치우(李敦球) 중국사회과학원 세계역사연구소 주임의 말에서 극명하게 드러난다. 그는 "중국은 한반도 긴장 정세가 없기를 바라고 있다"며 "그 이유는 동북아 평화 안정이 곧 중국의 국익에 부합하기 때문"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천지안(陳智安) 버지니아 대학 교환 교수는 중국이 6자 회담에 적극성을 보이는 이유에 대해서도 "중국은 북한이 동맹국이긴 하지만 위험하고 까다로운 문제에 중국을 끌어들이고 있는 것을 달가워하지 않고 있다"며 "만약 미국이 북핵 시설에 선제공격하기로 결정한다면 중국 지도부는 매우 큰 어려움을 겪게 될 것이기 때문에 중국은 어떤 방식으로라도 북핵문제에 중재자로 나서 해결점을 모색하려 노력할 것"이라고 짚었다.
***미국 매파 "중국, 자국 이익 위해 이미 전쟁 준비"**
<이제는…> 제작진은 이에 반해 미국측, 특히 백악관에 커다란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는 매파인사들은 북한보다 오히려 중국을 더 의심하고 있다는 점도 소개하고 있다.
J. 싱글러브 전 미8군 참모장은 "중국은 김정일을 그리 믿을 만한 파트너로 생각하지 않고 있으며, 또한 좋은 파트너가 될 수 없다는 점도 깨닫고 있다"며 "그래서 자국(중국)의 이익을 중시해 6자 회담이 이루어지도록 하고 있다"고 평가했다.
리차드 피셔 안보정책센터 연구원은 "중국은 이미 전쟁가능성에 대비하고 있다"며 "미국의 개입이 보다 큰 규모의 전투로 발전된다면 중국은 자신들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 한국문제에 개입할 것이고, 여기에는 평양 정권의 수호도 들어있다"고 확신했다.
보니 글래져 국제전략문제연구소(CSIS) 연구원은 "전쟁이 다시 일어나고 한·미가 연합해 북한정권을 붕괴시키려 한다면 중국은 다시 한번 개입할 것"이라며 "중국 정부는 타이완 해협과 한반도를 유기적으로 바라보고 있으며, 한쪽에 위기가 생기면 다른 한쪽을 차지할 기회로 볼 것"이라고 말했다.
셀리그 해리슨 윌슨센터 연구원은 "결국 중국의 국익은 6.25때나 지금이나 미국이 중국에 대항해 한반도를 기지화하지 못하게 하는 데 있다"며 "중국은 친미성향의 통일 한반도 출현을 우려해 북한을 완충지대로 이용하고 싶어하며, 그것은 곧 한반도의 현상유지"라고 진단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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