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7대 국회가 5일 첫 본회의에서 12시간여 만에 국회의장을 선출한 데 이어 7일 부의장 선거를 위한 본회의도 예정된 시각을 세 시간여 넘겨 간신히 부의장을 선출했다.
***우리-한나라, 또다시 국회법 위반**
이날 열린우리당 김덕규 의원은 재석 2백59명 중 2백43표를, 한나라당 박희태 의원은 2백59명 중 2백39표를 얻어 국회부의장에 선출됐다. 그러나 이날 여야는 상임위 배정 협상을 시작조차 못해 '최초 집회일로부터 5일 이내상임위 배분, 상임위원장 선출을 끝마쳐야 한다'는 국회법을 위반했다.
부의장 선출이 지연된 이유는 여전히 여야가 예결특위의 일반 상임위 전환 문제에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우리당과 한나라당은 이날 오전에 치러진 개원식 직후부터 수석부대표 회담과 원내대표회담을 잇따라 열고 절충을 시도했다. 열린우리당은 "예결위 상임위화를 위한 국회개혁특위 구성은 일반 상임위 배정과 동시에 진행돼야 한다"고 주장했고, 한나라당은 "예결위의 일반 상임위화 문제는 상임위 정수 조정과 연동돼 있기 때문에 상임위 배정과 동시에 진행시키자는 열린우리당의 주장은 납득하기 어렵다"고 반박했다.
이에 우리당은 본회의 시각을 4시로 정한 뒤 본회의장에 먼저 입장했고, 한나라당은 "합의가 되지 않는다면 본회의에 참석할 수 없다"며 바로 옆 예결위회의장에서 의원총회를 열고 버텼으나, 김덕룡 원내대표가 "부의장 선거를 미루지 말자"고 제안해 30여분이 지난 뒤 본회의장에 입장했다.
앞서 김원기 의장과 우리당 천정배 원내대표, 한나라당 김덕룡 원내대표는 의장실에서 회동을 가졌으나 합의점 도출에 실패했다. 이날 회동 직후 양당 대표들은 상대를 향해 강한 불쾌감을 표시하기도 해, 17대 각종 원내 협상의 난항을 예고했다.
천 대표는 회담 직후 김 대표를 향해 "양당의 책임 있는 원내대표가 하루 종일 만나 합의한 내용을 또 뒤집으면 앞으로도 어떻게 신뢰하고 협상하나"라며 "개인적으로도 실망했다"고 강한 불만을 드러냈다. 김 대표도 회동 직후 기자들의 질문에 "모르겠다. 모르겠다"며 "저쪽에서 본회의를 안 열 작정인가 보다"라고 강한 불쾌감을 표시했다.
***민노, "초등학교 어린이 회의도 이렇게는 안한다"**
개원 이후 '비교섭단체'의 설움을 실감하고 있는 민주노동당 의원 10명 전원은 토요일에 이어 회의가 또다시 공전을 거듭하자 항의차 김원기 국회의장을 방문했다. 민노당 의원들은 오후 2시로 예정된 본회의 시간에 맞춰 회의장에 도착했으나 열린우리당과 한나라당이 의총과 대표협상을 통해 회의 연기에 합의하는 40여분동안 텅빈 회의장에서 기다려야만 했다.
의장실에 들어서며 천영세 의원대표는 김 의장을 손을 잡으며 "오전 개원식때 의장님을 뵜는데 본회의장에 40분동안 뵐 수가 없어서 신변변고가 있나 싶어 직접 찾아뵈러 왔다"는 뼈있는 농담을 건넸다. 그는 또 "교섭단체끼리 협의를 하면 비교섭단체에는 그간 진행 상황이라도 통보를 해 줘야 할 것 아니냐"며 "국회는 정치 교과서인데 초등학교 어린이회의도 이렇게는 안한다"는 성토도 이어갔다.
이어 단병호 의원은 "의안을 놓고 교섭단체끼리 협의하는게 관행이라지만 일반적 운영에는 의장 권한으로 비교섭 단체도 참여시킬 수 있는 것 아니냐"며 민노당의 원내 협의 참여를 위한 의장의 배려를 요구했고, 권영길 의원은 "국회법을 명분으로 계속 진보정당을 배제하면 민노당은 행동거지를 심사숙고할 것"을 경고하기도 했다.
이같은 요구에 김 의장은 "앞으로는 신속한 연락을 지시토록 하겠다"면서도 "그러나 국회법에서 정한 교섭단체끼리의 협상 원칙 등은 따라야 한다"는 기존 입장을 고수했다. 오히려 김 의장은 "인사 문제가 안건인 토요일 회의에서 민노당 의원들에게 발언권을 준 것이나 오늘 대통령과 환담 자리에 비교섭단체를 참여시킨 것은 전례에 없었던 일"이라며 생색을 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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