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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기후원

“누가 누구를 테러리스트라 부르는가”

김재명의 '중동 현지 르포' <3> 알-아크사 순교여단

지난 2000년9월 팔레스타인 사람들의 인티파다(봉기)가 벌어진 뒤 4년 가까운 유혈사태 과정에서 하마스는 대(對)이스라엘 투쟁의 중심축으로 자리 잡았다. 하마스는 이스라엘 군에 대한 기습공격들을 벌이는 한편으로, ‘순교작전’이란 이름 아래 잇단 자살폭탄 공격으로 점령자이자 이스라엘 사회를 공포로 떨게 했다. 2000년 9월 이래 지금껏 벌어진 104건 자살폭탄공격 가운데 56건이 하마스 몫이다. 하마스의 공격으로 300명이 넘는 이스라엘 사람들이 죽었고 부상자는 이보다 훨씬 많다.

<사진1> 알-아크사 순교여단 시자이어 지대(支隊)의 군사훈련 모습. @김재명

하마스에 못지 않은 강경 투쟁을 벌여 이스라엘 군을 긴장시켜온 팔레스타인 무장조직이 알-아크사 순교여단이다. 가자 현지 안내인 사프와트가 열심히 뛰어준 덕에, 필자는 KBS의 <일요 스페셜> 팀(장영주 PD)과 함께 10여명의 알-아크사 순교여단 요원들이 벌이는 군사훈련 모습을 지켜보는 기회를 가졌다. 가자 시내 동쪽에 자리한 시자이어 마을에서였다.

마을 이름을 따 ‘알-아크사 순교(殉敎)여단 알-아크사 시자이어 지대(支隊)’ 소속인 이들 무장요원들은 비교적 훈련을 잘 받아왔다는 느낌을 받았다. 반팔 전투복을 입고 팔꿈치에 이렇다 할 보호장치도 대지 않은 채 잔돌 투성이 맨땅을 기어가는 모습은 인상적이었다. 전투 중 한 대원이 부상을 입어 의식을 잃었다 치고, 그를 인공호흡으로 응급 조치하는 훈련도 펴보였다. 이들은 대부분 AK-47을 들고 있었지만, 한 대원은 M-16을, 그리고 지휘자인 듯한 대원은 허리춤에 권총을 차고 있었다.

하마스는 이슬람 종교의 색채를 강하게 띤 조직이고, 따라서 하마스의 군사부분인 이즈 알-딘 알-카삼 여단도 이슬람 종교를 전면에 내세우는 무장조직이다. 팔레스타인 땅에 이슬람 신성국가를 세우는 것이 이들의 목표다. 이에 비해, 알-아크사 순교여단은 그보다는 덜 종교적이고, 세속적인 조직이다. 그렇다고 알-아크사 순교여단 대원들이 회교도가 아니라는 뜻은 아니다. 시자이어 지대 요원들도 훈련이 끝난 뒤 회교경전인 코란에 손을 맞대고 투쟁의지를 다지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다만 알-아크사 순교여단은 하마스에 비해 이슬람 근본주의 색채를 강하게 띠지 않는다.

<사진 2> 알-아크사 순교여단 대원들의 포복훈련.

***지도자 바르구티는 무기수로 갇혀**

보다 결정적인 차이점은 하마스가 팔레스타인 자치정부(PA) 지도자인 야세르 아라파트의 대이스라엘 협상노선에 비판적인데 비해, 알-아크사 순교여단은 아라파트에 충성을 바치는 무장조직이다. 아라파트 휘하의 팔레스타인 보안군 병력은 가자지구에만 2만명에 이른다. 인티파다 기간 동안 아라파트의 보안군이 이렇다 할 투쟁을 벌이지 못하고 어정쩡한 모습을 보이자, 파타(Fatah, 팔레스타인 해방운동)를 중심으로 한 친아라파트 계열의 자생적 무장세력이 생겨났다. 그것이 알-아크사 순교여단이란 이름의 무장조직이다. 이스라엘은 아라파트가 자금을 대고 은밀히 배후지원하는 것으로 믿는다. 서안지구 라말라의 아라파트 집무실을 파괴한 것도 그런 배경이 깔려 있다.

이스라엘 군은 하마스에게 그래왔던 것과 마찬가지로 알-아크사 순교여단 지도자들과 중간 간부들을 표적사살해왔다. 2002년1월 서안지구의 여단 지도자 라에드 카르미를 폭사(폭사)시킨 것이 으뜸 가는 보기다. 이 조직의 정치적 우두머리는 아라파트의 직할 정치조직인 파타(Fatah)의 서안지구 사무총장으로, 아라파트를 이을 차세대 지도자로 꼽히는 마르완 바르구티(45세)다. 2002년4월 이스라엘 군에 붙잡힌 뒤 무기수로서 오랫 동안 감옥살이할 처지에 놓여있다.

<사진 3> 알-아크사 순교여단 시자이어 지대(支隊) 소속 한 대원.

2000년 11월과 2001년5월 두차례 서안지구 라말라에서 필자와 가졌던 인터뷰에서 바르구티는 “우리는 하마스와 정기적으로 만나 서로의 투쟁을 조율한다”고 밝혔었다. 인티파다(봉기) 과정에서 하마스, 알-아크사 순교여단, 이슬람 지하드 같은 팔레스타인의 여러 저항조직들은 ‘최고 위원회’를 구성, 공동의 적인 이스라엘 군에 함께 맞서왔다(아라파트와 파타 조직은 알-아크사 순교여단을 자체 무장조직이라고 공식적으로 시인한 바 없다).

이런 배경에서 알-아크사 순교여단의 가지지구 조직들은 하마스의 군사부분인 이즈 알-딘 알-카삼 여단 조직원들과 매우 가까운 사이다. 이들 가운데 일부는 아라파트 팔레스타인 자치정부 수반이 보여온 어정쩡한 태도에 실망이 거듭되면서 하마스 쪽으로 충성도를 옮겨가고 있다. 하마스의 강력한 지지기반인 가자시 북쪽 자발리야 난민수용소, 가자지구 중부의 디르 알-발라와 아바산, 가자 남부의 다하니예 지역의 알-아크사 순교여단 요원(아부 레이쉬 그룹, 살라딘 알라유비 그룹)들은 아라파트 직할 조직인 파타의 명령계통에서 벗어나, 하마스 간부들에게 충성을 바치는 것으로 알려진다. 이들은 아라파트가 머물고 있는 라말라에서 걸려오는 전화에 시큰둥한 반응을 보인다.

<사진 4> 군사훈련을 마친 뒤 코란에 대고 투쟁의지를 다지는 모습

***"누가 누구를 테러리스트라 부르는가"**

다른 지역과는 달리 가자 동쪽 시자이어 지역의 알-아크사 순교여단 요원들은 아라파트에게 변함 없는 충성을 나타내 보였다. 30분 가량 이어진 군사훈련을 바라본 뒤 한 간부 대원에게 “인티파다 기간 중 아라파트가 보다 강력한 투쟁의지를 보이지 않은 점에 실망하지 않았느냐”는 질문을 던지자, “우리 지도자는 아라파트”라고 힘주어 말했다. 그와 주고 받은 아래 두 대화 속에서 알-아크사 순교여단 요원들이 지닌 현실인식이 어떠한가를 짐작할 수 있다.

-이스라엘과 미국은 당신들을 '테러리스트'라 부르는데…

“누가 누구를 테러리스트라 부르는가. 국제법상 불법적인 전쟁범죄를 저지르는 이스라엘과 피억압자인 팔레스타인, 이 둘 가운데 누가 테러리스트인가. 이스라엘 군은 아파치 헬기와 탱크로 팔레스타인 민중들을 마구 죽이고 있다. 파타(Fatah, 팔레스타인 해방운동)의 깃발 아래 모인 알-아크사 순교여단 요원들은 팔레스타인 해방을 목표로 투쟁하는 자유전사들일 뿐이다”

<사진 5> 필자와 함께 한 알-아크사 순교여단 시자이어 지대(支隊) 대원들.

-대이스라엘 투쟁도 중요하지만, 기본적으로 먹고 사는 문제는 어떻게 해결하나? 딸린 가족들의 생계도 중요할 터인데…

“이스라엘의 억압이라는 우리 팔레스타인이 부딪치고 있는 어려움에 비춰 개인적인 생계문제는 그리 중요하지 않다고 본다. 우리 팔레스타인 사람들은 가난하게 사는 데는 익숙해 있다. 문제는 억압으로부터의 해방과 자유다. 최근 라파 난민수용소 등지에서 이스라엘 군이 벌인 만행에서 보듯, 갈수록 도를 더해가는 억압에는 견딜 수 없는 분노를 느낀다. 그 분노를 밑거름으로 우리는 팔레스타인 해방을 위해 싸울 수밖에 없다. 우리는 언젠가는 이 싸움에서 이겨, 민족자존을 되찾을 것이라 굳게 믿는다”

필자 이메일: kimsphoto@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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