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일로 예정된 한나라당 의원대표(구 원내총무) 선출을 앞두고 당내 소장파 원희룡 의원이 "과거 총무 경선 때 돈이 오갔다"고 양심선언을 해 당내 파장이 일고 있다.
***원희룡, "경선 후보들이 소속 의원에게 돈 봉투 제공"**
원 의원은 10일 상임운영위 회의에서 "경선이 있을 때마다 금전까지 동원했던 분들이 자기반성이 없이 이런 것(총무직 선출)을 기회로 생각하는 부분에 대해 심각한 우려를 표한다"고 언급했다.
이어 원 의원은 11일 연합뉴스와의 통화에서 "국회에 들어온 뒤 원내총무 경선이 여러 번 있었는데 그중 2차례 정도 경선후보들이 소속 의원들에게 돈 봉투를 제공하는 것을 봤고 듣기도 했다"면서 "이는 공공연한 얘기"라고 공식적으로 문제제기를 했다.
원 의원은 "앞으로는 그런 구태를 저지르는 '음지식물'이 자라나지 않도록 해야 한다"면서 "본인의 개혁성이나 자질에 관계없이 골프장 데려가고, 해외여행 시켜주고, 현금을 주고서 당직이나 단체장 등 공직에 접근하겠다는 시도는 막아야 한다"고 강조했다.
한나라당의 한 관계자도 "과거에 공공연히 알려진 얘기"라고 이같은 사실을 확인했다.
***당내 곤혹스러운 분위기 역력**
의원대표 선출을 일주일여 앞두고 원 의원의 이 같은 양심선언에 대해 당내에서는 곤혹스러워 하는 분위기가 역력하다. 그러나 일각에선 "용기 있는 행동"이라며 "구태정치를 타파해야 한다"고 원 의원의 발언을 반기기도 했다.
김형오 사무총장은 11일 기자와의 오찬간담회에서 "나는 전혀 본 적도 들은 적도 없는 일"이라며 원 의원의 발언을 부인하고 "원 의원의 눈에는 보이나 보다"라고 다소 불편한 심기를 드러냈다.
여러 차례 원내총무 경선에 나섰던 영남권의 한 의원은 "원내총무에 나서는 사람이 소속 의원들에게 밥도 못 사냐"면서 "불법대선자금 사건처럼 잘못된 과거의 정치관행 때문에 그런 일이 있었다면 앞으로 안하면 되는 것이고 실제 할 수도 없는 분위기가 됐지 않느냐"고 말했다.
의원대표 후보군인 맹형규 의원은 "설마 그런 일이 있었을까"라며 의구심을 표하고, "만약 사실이라면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말했다.
의원대표 출마를 기정사실화한 김문수 의원은 "아주 시의적절하고 용기 있는 행동"이라고 원 의원을 추켜세웠다. 김 의원은 "굉장히 고심을 많이 하고 잘못하면 왕따를 당할 수 있는 어려운 고백을 시의 적절하게 했다고 본다"며 "적절한 시점에 우리 당의 고질적 병폐를 경고해 새로운 방향을 제시한 것"이라고 말했다.
한나라당은 원내정당화를 지향하며 의원대표(구 원내총무)의 위상을 강화하기로 했다. 비록 의원대표 불신임제도를 도입해 의원대표의 막강한 권한에 대한 견제장치를 두었지만, 재적의원 과반수의 참석, 3분의 2 이상의 찬성으로 통과시키기로 조건을 까다롭게 해 명시적인 측면이 강하다.
19일 선출될 의원대표는 이 같은 막강한 권한을 바탕으로 17대 당 대표와의 투톱체제를 형성할 것으로 전망된다. 과연 한나라당의 의원대표 선출 과정에서 원 의원이 지적한 것처럼 구태 정치의 모습을 떨쳐낼 수 있을 지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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