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수의 교사, 학생, 학부모들은 현행 0교시 등 고교 보충·자율학습을 축소 또는 폐지해야 하는 제도로 여기고 있었으며, EBS의 수능강좌 또한 사교육 경감에 별다른 도움을 주지 못할 것으로 보고 있었다.
이같은 사실은 전국교직원노동조합(전교조, 위원장 원영만)이 지난 4월 한 달 동안 전국의 고등학교 교사, 학생, 학부모들을 대상으로 실시한 여론조사 결과에서 밝혀졌다.
전교조는 10일 오전 서울 영등포구 본부 사무실에서 기자회견을 갖고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한길리서치에 의뢰해 실시한 사교육비 경감 관련 여론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이번 여론조사에는 고교 교사 1천1백6명, 학생 1천3백6명, 학부모 9백21명이 참여했다.
***교사 82.6% "보충·자율학습 강제적 시행"**
이번 조사에서 응답 교사의 74.9%는 정규수업 전 실시되고 있는 0교시 또는 -1교시 등의 보충·자율학습을 현행보다 축소하거나 폐지해야 한다고 답했다. 반면 확대해야 한다는 의견은 0.9%에 불과했다.
교사들은 또 보충·자율학습이 교육인적자원부의 취지와는 달리 교사와 학생들의 자율권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어, 교사의 75.3%가 현행 보충·자율학습이 '동의서 수합 등 형식적인 절차는 거치지만 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7.3%는 '학생의사와 상관없이 무조건 참여해야 한다'고 답했고, '자율적 선택권이 보장된다'고 응답한 교사는 17.4%에 불과했다.
이는 교육부와 각 시·도교육청의 거듭된 강제 보충·자율학습 금지 조처가 학교현장에서 전혀 실효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나타낸다.
***교사 절반 "EBS 강좌 통한 사교육비 경감 회의적"**
교사들은 시행 한 달에 접어든 EBS 수능강좌에 대해서도 회의적인 견해를 갖고 있었다.
응답 교사의 60.1%는 EBS 수능강좌를 수능출제와 연계시키는 부분에 대해 '사교육비 경감효과는 없이 학교교육을 파행으로 이끌고 있어 철회해야 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EBS 수능강좌가 사교육비를 어느 정도 줄일 것으로 보는가에 대한 질문에서도 절반 가량인 50.1%가 '그저 그렇다'는 반응을 나타냈다. '줄어들 것'이라는 응답은 41.5%였다.
사교육비가 늘어나는 구조적인 원인에 대해서는 다수인 83.8%가 '대학서열화, 학벌주의 등 입시경쟁이 치열해 지고 있기 때문'으로 보고 있었다. 이에 대한 개선책으로 응답 교사의 74.5%는 '수능자격 고사화 등 대입제도 개혁과 국공립대 통합전형 실시를 통한 대학서열 구조 완화'를 지지하고 있었다.
***학생 92.9%도 "보충·자율학습 효과 신통치 않다"**
교사와 마찬가지로 학생들도 현행 보충·자율학습에 대해 강한 거부감을 갖고 있는 것으로 조사됐다.
학생들은 '0교시가 공부에 효과를 주고 있는가'라는 질문에 대해 57.5%가 '효과가 적다'고 응답했고, 35.4%도 '그저 그렇다'고 답하는 등 92.9%가 보충·자율학습을 신뢰하지 못하고 있었다.
또 학생의 51.8%는 교사와 마찬가지로 현행 보충·자율학습이 형식적인 절차에 따를 뿐 강제적으로 실시되고 있고, 무조건 참여하고 있다는 답변도 36.3%나 됐다. 따라서 학생 70.2%는 '강제 등교에 대해 교육부와 교육청이 나서서 전국적으로 하지 못하도록 해 달라'는 의견을 보이기도 했다.
무리한 보충·자율학습이 학생들의 건강권을 위협하고 있다는 조사결과도 나왔다. 실제로 응답 학생의 71.8%는 불규칙한 식사와 운동부족, 스트레스 때문에 소화기 계통의 질환을 앓고 있거나 그러한 경험이 있다고 응답했다.
이밖에 학생들은 EBS 수능강좌의 수능출제와 관련해 52.1%가 반대한다는 입장이었고, 47.9%는 찬성한다는 의견을 보였다. EBS 수능강좌를 통한 사교육비 경감에 대해서는 51.9%가 '그저 그렇다'고 응답했다. 또, 학생 71.8%는 입시경쟁을 사교육비 증가의 원인으로 보고 있었다.
반면에 교사와 학생에 비해 학부모들은 현행 보충·자율학습의 축소(25.7%)와 폐지(32.7%)에 대해 상대적으로 소극적인 반응을 보이고 있어 대조를 이뤘다. 'EBS 수능강좌로 사교육비가 줄어들 것으로 보는가'에 대해서는 49.2%가 '그저 그렇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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