각계원로, 교수단체들의 이라크 추가파병 반대 시국선언에 이어 언론단체들도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이에 반대하는 시국선언을 발표했다.
***"추가파병은 국제적 고립과 비난 자초하는 길"**
언론개혁시민연대, 전국언론노동조합,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한국언론정보학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문화연대 등 7개 단체는 28일 오후 서울 태평로 프레스센터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갖고 정부의 추가파병 계획 철회를 촉구했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 이후 언론계 내부적으로 '파병반대 1만명 서명운동'을 벌여나가는 등 본격적인 파병철회 활동에도 들어간다는 계획이다.
이들 단체들은 기자회견문에서 "정부가 이라크에 추가파병을 한다면 이는 침략전쟁을 금지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 5조 1항을 위반하는 것임과 동시에 헌법 10조에 규정된 국민들의 행복추구권 또한 침해하는 행위"라고 밝혔다.
이들은 또 "(추가파병은) 설사, 우리나라와 미국 중 어느 한 쪽이 침략을 당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한미동맹에 따른다고 해도, 대한민국 군인에게 제3국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까지 지원해야할 의무는 없다"며 "'진정한 대통령 탄핵사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라는 핏발선 외침을 대통령이나 17대 국회는 결코 가벼이 흘려 들어서는 안된다"고 촉구했다.
이와 관련해 신학림 전국언론노동조합 위원장은 "만약 이러한 반대여론에도 불구하고 추가파병이 강행된다면 노무현 대통령은 자신을 뽑아준 국민들의 분노에 의해 그 임기를 채우지 못하는 사태를 맞게 될 수도 있다"며 "따라서 대통령은 국정 전반에 엄청난 혼란과 국민 갈등을 가져올 추가파병을 당장 중지하고, 조속한 시일 안에 현재 이라크에 파병돼 있는 병력도 철수시켜야 한다"고 주장했다.
***"보수언론, 파병 촉구 당장 중지하라"**
이들은 기자회견에서 총선 이후 추가파병을 촉구하고 있는 일부 보수언론에 대해서도 경고의 메시지를 보냈다.
김영호 언론개혁시민연대 공동대표는 "이번 전쟁이 석유자원을 확보하기 위한 미국의 침략전쟁이라는 것은 이미 전세계에 널리 알려진 사실임에도 국내 일부 보수언론은 여전히 '국익'이라는 명분을 앞세워 파병을 종용하고 있다"며 "보수언론이 정작 국익을 위해 그러한 주장을 펴고 있는 것이라면 이번 참전으로 한국이 잃어야할 거대한 이슬람 시장에 대한 손익계산서에 대해서도 공정하게 보도해야할 것"이라고 꼬집었다.
이강택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장은 "이라크 팔루자에서는 연일 미군들에 의해 민간인 학살이 자행되고 있지만 국내 신문·방송은 이러한 실상을 제대로 보도조차 하지 않고 있다"며 "결국 진실을 알리지도, 또 알릴 의지도 없는 국내 언론의 모습은 참담한 한국 저널리즘의 현주소를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는 것이나 마찬가지"라고 지적했다.
다음은 이들 단체들이 기자회견을 통해 발표한 시국선언문의 전문이다.
***<대통령과 17대 국회는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을 철회하라>**
지난해 11월 사법연수생 500여명은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의견서에서 "미국의 이라크 침공이 대한민국 헌법 제5조 1항에 규정된 침략전쟁인 만큼 파병 결정은 위헌임과 동시에 헌법 제10조의 행복추구권을 침해하는 것"이라고 선언했다. 우리는 현재 이라크 상황이 이들 사법연수생의 주장을 뒷받침하기에 부족함이 없다고 판단한다.
미국이 이라크를 공격하는 명분으로 내걸었던 대량살상무기 보유와 테러 지원 혐의는 거짓으로 드러났다. 이라크 점령 1년이 넘은 지금까지도 관련 증거는 발견되지 않았다. 그러자 부시는 어처구니없게도 '민주주의 수출'이라는 명분을 내걸었고, 국제사회의 압력 끝에 주권이양 계획이라는 것도 발표하며 침략을 정당화시켰다. 하지만 수니파와 시아파를 막론한 이라크 저항세력의 투쟁은 갈수록 거세지고 있다. 거짓말이 들통난 부시는 오는 11월 대통령 선거를 앞두고 미국 국내에서조차 극도로 곤란한 처지에 몰리고 있다.
카멜레온과 같은 부시의 말 바꾸기에도 불구하고, 작금의 현실은 이라크 전쟁이 명백한 미국의 침략전쟁임을 웅변하고 있다. 국제사회는 미국의 일방주의적인 외교에 등을 돌리고 있다. 스페인, 노르웨이, 온두라스 등 각 국에서 파병 철회를 잇달아 결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우리는 스페인에서 일어난 일련의 움직임에 주목하고자 한다. 수구보수 언론들까지 나서서 '남의 일이 아니다'고 고백하고 있기 때문이다.
지난 3월 11일 이라크에 1300명을 파병하고 있던 스페인의 수도 마드리드에서 알카에다의 소행으로 보이는 열차 폭탄 테러가 발생했다. 191명이 숨지고 1500여명이 다치는 대참사였다. 테러 발생 직후 치러진 총선에서 스페인의 집권당이 바뀌었고, 스페인 새 정부는 오는 6월 30일까지 유엔이 이라크를 관장하지 않는다면 철군하겠다는 의견을 밝혔다. 하지만 외국인을 납치하는 이라크 저항세력의 인질극이 잇따르자 지난 4월 19일 조기 철군 결정을 내렸다.
스페인 참사가 벌어지기 한 달 전께인 지난 2월 17일에는 일본 방위청을 노린 폭발물 공격이 발생하기도 했다. 당황한 일본 정부는 공항, 발전소 등 650개 공공시설에 대한 최고 수준의 경비 강화를 지시했다.
이렇게 이미 스페인과 일본 국민들은 자신들의 소중한 생명은 물론, 테러에 대한 일상적인 불안에 떨며 행복추구권을 뺏기고 있다. 우리나라 국민 모두는 테러에 대한 불안과 공포를 느끼지 않고, 대중교통수단을 이용해 출퇴근하고 자녀와 함께 여행을 하며 행복하게 살 권리가 있다. 국가에게는 국민들의 이런 행복추구를 보장해야 할 의무가 있다. 이라크 추가파병을 강행할 경우 우리나라도 스페인과 일본의 전철을 밟게 될 게 뻔하다. 이라크 추가파병이 대한민국 국민의 행복추구권을 명백히 침해하는 이유다.
그럼에도 '조중동'은 "한미간에 파병 문제로 마찰이 있는 것처럼 보인다면 국민이 불안"해 할 수 있다고, 이라크 파병의 목적은 평화와 재건 지원이라는 말만 앵무새처럼 되풀이하고 있을 뿐이다. 이라크 파병을 하지 않으면 미국으로부터 엄청난 '보복'을 당하게 된다는 공포감을 부추기고 있을 뿐이다.
하지만 우리는 미국이 혹시 가할지 모를 '보복'보다는 이라크 추가파병이 부를 재앙이 훨씬 더 크다고 판단한다. 하물며, 미국의 요구를 들어주기 위해 대한민국 헌법까지 무시한 데 따른 재앙이라면 더욱 그렇다.
설사, 우리나라와 미국 중 어느 한쪽이 침략을 당했을 경우에만 적용되는 한-미상호방위조약 및 한-미 동맹에 따른다고 해도, 대한민국 군인에게 제3국에 대한 미국의 침략전쟁까지 지원해야 할 의무는 없다. 최고 군통수권자인 이 나라 대통령은 국군에게 그런 명령을 내릴 권한이 없으며, 국회 역시 헌법을 어길 권한은 없다. 우리가 이라크 추가파병 철회를 대통령과 17대 국회에 촉구하는 이유다.
우리는 이런 요구가 관철될 때까지 이라크 추가파병에 반대하는 모든 정치세력과 시민사회단체와 손을 잡고 싸워나갈 것이다. '진정한 대통령 탄핵사유가 있다면, 그것은 바로 이라크 추가파병 결정'이라는 핏발선 외침을 대통령이나 17대 국회는 결코 가벼이 흘려 들어서는 안 된다.
2004년 4월 28일
문화연대, 언론개혁시민연대, 민주언론운동시민연합,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방송기술인연합회, 한국방송프로듀서연합회, 한국언론정보학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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