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순이 라이프" "전인권도 달았다" "봉쥬르(이봉주) 라이프" 등의 광고로 유명한 한국디지털위성방송(KDB, 상호명 '스카이라이프')이 현 경영상태대로 가면 올해 연말쯤 부도위기에 처하게 될 것이라는 어두운 전망이 KDB 내부에서 제기돼 주목된다.
***"유동성 위기 나날이 심화"**
전국언론노동조합 한국디지털위성방송지부(KDB지부, 위원장 장재혁)는 28일 오전 이례적으로 언론에 회사의 경영상태를 공개했다.
KDB지부가 이날 공개한 문건 <황규환 사장이 퇴진해야 하는 사유>는 위기의 징조를 △자금조달 실패에 따른 유동성 위기 심화 △급격한 부채비율 증대 △현 경영진의 방만한 회사운영 등으로 나눠 설명했다. KDB지부는 이 문건을 28일 오전 주주 3사 사장과 관련 부서장 앞으로 우편 발송하는 한편, 청와대 민정·홍보·인사·국민참여수석실에도 각각 전달했다.
우선 자금 유동성과 관련해선 "KDB의 올해초 현금보유액은 모두 2천4백50억원으로, 낙관적으로 자금 흐름을 추정한다고 해도 연말이 되면 83억원의 자금이 부족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며 "특히 가입자에 큰 변화가 없는 상황에서 1월 1백9억원, 2월 1백13억원, 3월 1백45억원 등 당기순손실이 차츰 늘어나고 있어 문제의 심각성을 더하고 있다"고 밝혔다. KDB지부는 연말이 되면 KDB의 당기순손실 규모는 마이너스 1천5백82억원이 될 것으로 내다봤다.
구체적으로는 올 1.4분기 성과를 기준으로 할 때 △연초 현금보유액 : 2450억원 △조달된 자금 : 1300억원 (회사측, 1600억원 목표로 했으나 300억원 부족) △영업활동 관련 현금흐름 : -1827억원 (당기순손실+이자비용) △투자관련 현금흐름 : -594억원 △차입금 상환 : -1412억원 △연말 자금 부족액 : -83억원이었다.
***"급격한 부채증가로 자본조달도 난망"**
부채비율이 급격히 늘어나고 있는 것도 심각한 문제점으로 지적됐다.
KDB 재무제표 감사를 맡고 있는 삼일회계법인의 결산 결과 KDB의 부채비율은 지난 2002년 171.4%에서 2003년 314.3%로 급격히 늘어난 상태다.
KDB지부는 "지난해 연말 추정부채는 4천1백53억원으로, 이를 지난 4월6일 차입한 6백억원과 합하면 총부채규모는 모두 4천7백53억원이 될 것으로 전망된다"며 "KDB의 자본총계가 8백41억원인 점을 감안한다면 올해 연말 부채비율은 565.2%에 달하게 될 것"이라고 추정했다.
장재혁 KDB 노조위원장은 "사주가 없는 회사에서 이같은 부채비율의 증가는 결국 정상적인 자본조달마저 어렵게 만들고 있다"며 "한 예로 지난 1년 동안 공을 들여온 AIG 등 외국투자자들과의 1억달러 유치도 자금계획에 대한 불신감으로 인해 올해 1월말 실사비용 25만달러만 부담한 채 실패하고 말았다"고 말했다.
***"방만 경영도 총체적 부실 한 몫"**
KDB지부측은 경영진이 비현실적인 사업 지표를 근거로 비합리적인 경영을 한 것 또한 위기를 심화시키고 있다고 주장했다.
장 위원장은 "극명한 예로 회사측은 올해 1.4분기 ARPU(가입자당 평균수익)를 1만1천3백71원으로 잡았으나 실제로는 이에 못 미친 1만6백12원이었고, 반대로 SAC(직접 가입자 유치비용)는 목표수치는 13만5천5백60원이었으나 실제 수치는 16만7천4백65원이었다"며 "결국 경영진은 마케팅 전반에 걸쳐 앞날을 예견하지도 못하면서 HD개국 축하쇼 등에 2∼3억원을 쏟아 부으며 방만한 경영을 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그는 "이러한 총체적인 부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이제라도 주주사 출신자가 아닌 사장의 선임을 통해 독립적인 경영을 하고, 이사진 또한 견제와 감시의 역할을 충실히 하는 방법밖에는 없다"며 "이와 더불어 경영진에 개혁적인 인사를 영입해 조직문화를 일신하고 경영을 합리화하려는 노력도 병행돼야 한다"고 주장했다.
***"방치하면 관련 중소기업도 줄초상"**
장 위원장은 이같은 경영위기 보고서 공개배경과 관련, "회사가 어려운 상황 속으로 빠져들고 있지만 황규환 사장을 비롯한 경영진과 주주사들은 여전히 이를 숨기기에만 급급해 하고 있다"며 "무엇보다도 지난 김대중 정부때 국책사업으로 시작된 위성방송사업이 도산할 경우 관련 중소기업들 또한 도미노처럼 무너질 위험성이 높아 조기 경고에 나서게 됐다"고 밝혔다.
실제로 채널사업자(PP)들은 KDB측에 방송 콘텐츠를 납품하는 대가로 연간 6백여억원의 수익을 올리고 있어 만약 KDB가 부도처리될 경우 막대한 피해가 예상된다.
KDB의 대주주는 전체 주식의 29.9%를 보유하고 있는 KT와 KTF 등의 통신사들이지만, 방송사업인 관계로 영향력 면에서는 2대·3대 주주사인 KBS(10%)와 MBC(6%)의 입김이 막강하다.
안팎으로 위기를 맞은 KDB가 과연 회생의 돌파구를 마련해낼지, 각계가 예의주시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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