북한 용천 참사와 관련, 일부 언론이 사실무근으로 판정한 '김정일 국방위원장 암살설'을 계속 보도하고 있어 여론의 비난을 자초하고 있다. 특히 중앙일보등 일부 언론의 경우 참사를 당한 북한동포를 돕자는 캠페인을 펴면서도, 다른 지면 일각에서는 암살설에 근거한 냉전적 보도를 계속하고 있어 빈축을 사고 있다.
***국내언론, "북한 동포 돕자" 한목소리**
지난 22일 오후 발생한 용천 참사의 피해는 엄청나, 26일 현재 1백61명의 사망자를 비롯해 수많은 인적-물적 피해를 낸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이처럼 피해가 엄청난 것으로 알려지자, 시민사회단체를 시작으로 북한돕기 움직임이 시작됐고 이에 각 언론도 북한돕기 캠페인에 합류했다.
국내 방송사들은 24일부터 각각 ARS를 통한 성금 모금운동에 들어갔고, KBS는 26일 오후 2시부터 7시까지 성금 모금 특별생방송을 편성했다.
신문사들은 24일자에 이어 26일자에서도 또다시 파격적으로 많은 지면을 할애해 용천의 참사 모습을 소개하며 전국민적인 구호의 손길을 당부했다. 특히 그동안 북한에 대한 지원에 곱지 않은 시선을 보내왔던 동아, 조선일보 등도 사설을 통해 이례적으로 구호 동참을 호소하고 나서 눈길을 끌었다.
***해프닝으로 끝난 '김정일 암살설'**
그러나 캠페인이 시작되기 이전까지 일부 국내언론은 '이번 사건이 김정일 국방위원장을 암살하려 한 음모가 아니었냐'는 식의 냉전적 접근태도를 보여 눈살을 찌푸리게 했다. 북한이 워낙 폐쇄사회인 까닭에 이런 접근이 가능했던 측면도 있으나, 용천역 폭발사고 9시간전에 김정일 위원장이 역을 통과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23일 오전 이후에도 이런 접근이 계속돼 언론의 경색된 냉전적 사고틀을 새삼 감지케 했다. 특히 사고초기에는 보수언론 대다수가 이같은 암살 미수설에 강하게 집착하는 모습을 보였다.
특히 이번 사고보도 과정에 주도적 역할을 했던 연합뉴스는 사고 원인에 대해 지속적으로 음모론적인 시각을 제공해 사건의 본질을 흐리고 있다는 지적을 받고 있다.
한 예로 연합뉴스는 지난 23일 이번 사건의 원인 설명과 관련해 제임스 릴리 전 주한 미대사의 서로 상반된 인터뷰 내용을 송고했다. 연합뉴스는 23일 새벽 1시51분 일본 교도통신 보도를 인용해 "릴리 전 대사가 미국의 폭스뉴스와 가진 인터뷰에서 '용천역 사고는 북한의 노후화된 교통시스템이 원인'이라고 말했다"고 보도했었다.
그러다가 오전 8시 워싱턴 특파원 보도에서는 "릴리 전 대사가 미국의 폭스뉴스에서 '김정일 반대세력의 암살 시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고 정반대 보도를 해 국내 언론사들을 혼란케 했다. 결국 연합뉴스는 릴리 전 대사가 여러 가지 가능성을 언급한 것 가운데 일본언론 등은 외면한'김정일 암살설'에 더욱 무게를 둔 셈이었다.
이같은 연합뉴스의 갈팡질팡 보도는 다음날인 24일 콜린 파월 미 국무장관이 MBC와의 인터뷰에서 "이번 사고는 테러가 아니다"라고 밝히고, 지난해 12월 룡천역을 방문해 낙후된 시설을 직접 촬영해온 한 독일인 기관사의 증언내용이 국내 방송사를 통해 공개되면서 수그러들었다.
하지만 연합뉴스는 25일 또다시 홍콩 특파원의 보도를 통해 "열차 폭발사고는 김정일 암살 기도였을 가능성이 있다"고 밝혀, 또다시 음모론에 불을 지폈다. 연합뉴스는 이날 보도에서 홍콩의 <성도일보> 24일자를 인용해 "목격자들은 김정일 위원장이 탑승한 열차가 폭발사고 30분 전에 지나갔다고 증언했다"는 황당한 유언비어형 보도를 해 따가운 눈총을 받기도 했다.
***김상택 중앙일보 화백의 '마이 웨이'**
이같은 냉전적 시각은 26일 현재까지도 중앙일보 만평으로 계속되고 있다.
김상택 중앙일보 화백은 24일자에 이어 26일자 2면 만평에서도 김정일 국방위원장이 이번 열차 폭발사고를 자신에 대한 암살기도로 해석해 삼엄한 경비 속에서 공포에 떨며 생활하고 있는 것으로 묘사했다. 김 화백은 엄연히 이번 사태를 '김정일 암살 미수사건'으로 받아들이고 있는 것이다.
<사진 1,2>
이같은 김상택 화택 만평은 이날 중앙일보가 1면을 주요면을 할애해 용천 참사를 소개하며 사설 등을 통해 북한을 돕자는 캠페인을 시작한 것과 정면배치되는 내용이었다.
이와 관련해 중앙일보 한 중견기자조차 "화백이 이번 사건을 그런 식으로 해석하려 드는 것을 막을 방도는 별로 없는 것 같다"며 "그러나 지면에서는 대대적으로 동포를 돕자고 하고 있고, 또 관련부처 출입기자들도 이러한 암살설이 신빙성 없다고 보고한 상황에서 굳이 이틀 연속으로 이를 주제로 삼았어야 하는지 씁쓸한 심정이 든다"고 비판했다.
한 신문사 국제부장은 이와 관련, "지금은 참사를 당한 북한동포를 돕자는 범사회적인 분위기를 반영해 모든 언론사들이 '동포'라는 말을 전면에 내세워 구호운동에 나서고 있지만 내면을 들여다보면 일부 보수신문들은 여전히 북한 지도층을 향해 칼날을 벼르고 있는 것이 눈에 띤다"며 "그같은 의도가 엉뚱한 음모론을 버리지 못하고 고집하는 진짜 속내가 아니겠느냐"고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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